2008-05-25

90년대 초중반 축구 게임들

월드 클래스 사커 이탈리아 90 (1990년 DOS)
잡지 게임월드에서 분석해줬던 DOS용 게임이다. 90년 이탈리아 월드컵과 똑같은 조편성으로 즐길 수 있으며, 당연히 우리나라도 나온다.

우리 집에는 PC가 없어서 친구네 PC(아마 286)로 열심히 했던 기억이 난다. 한국팀은 참가팀 중 가장 형편없는 능력치를 받았기 때문에 한국으로 우승하기란 무척 어렵다. 아르헨티나나 독일 등의 강팀들은 선수들 스피드가 빠르고 슛팅도 강하다. 하지만 골이 잘 들어가는 위치가 있어서 그걸 알게 되면 게임이 쉬워진다.
당시 PC에는 축구게임이 많지 않은데다, 월드컵 인기에 힘입어 복사 디스켓이 많이 퍼졌다.

센서블 월드 오브 사커 (1996년 DOS)

줄여서 <센서블 사커>라고 알려졌다. PC통신 시절 1메가가 조금 넘는 이 게임을 내려받는 데 1시간이나 기다렸던 기억이 난다. 국가대표 중심의 다른 축구 게임과 달리 이 게임은 국가대표팀뿐 아니라 유럽 챔피언스 리그나 UEFA컵에 참가하는 많은 클럽팀들이 실명으로 나온다. 칸토나나 시어러의 이름도 볼 수 있다. 스타 선수는 별 표시가 되어 있으며 다른 선수들보다 스피드나 슛이 좋다.

캐릭터도 작고 조작도 무척 간단하지만, 관중들의 함성소리가 크고 현장감이 있어서 유럽 축구의 분위기는 충분히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역시 골 들어가는 패턴을 알게 되면 게임이 무척 쉬워진다.

이 게임의 장점은 선수나 팀 이름을 자기 마음대로 편집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당시에는 로스터 편집이 가능한 축구 게임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이 점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능력치는 바꿀 수 없었지만) 나중에 후속작이 나왔는데, 3등신 캐릭터 보고 실망해서 바로 접었던 기억이 난다.

GOAL!! (1992년 패미콤)

패미콤에서 뭐 할만한 축구 게임 없을까 찾다가 복사팩을 사서 해본 게임이다. <러싱비트> 시리즈나 B급 스포츠 게임으로 알려진 자레코 사가 만들었다. 특이하게도 쿼터뷰 형식을 채용했고 선수들 움직임도 세밀한 편이다. 옵션에서는 오프사이드 룰 적용여부를 정할 수도 있다.

월드컵과 똑같은 방식으로 진행되는 슈퍼컵 모드가 있어서 재미있게 즐겼다. 그런데 한국팀은 안 나오고, 그때까지 월드컵에 한 번도 참가하지 못한 일본팀은 나온다. 그래서 나는 다른 유럽팀을 골라 일본에게 골세례를 퍼부었다.

골 넣는 패턴이 단순하지만, 패미콤 축구 게임 중에서는 그럭저럭 상위권으로 꼽을 수 있는 게임이라 생각한다.

테크모 월드컵 (1990년 메가드라이브)

축구 게임이 거의 없던 메가드라이브의 구세주. 반포에 있는 게임점에서 복사팩을 어렵사리 구해서 했던 기억이 난다. 한국팀도 나오고 월드컵(24개국)처럼 진행된다. 경기장이 작은 게 흠이지만, 움직임도 괜찮고 그럭저럭 재미있게 즐겼던 게임이다.

슈퍼 포메이션 축구2 (1993년 슈퍼 패미콤)

UFO 디스켓으로 플레이했던 게임이다. 휴먼 사에서 만들었는데, 게임을 참 깔끔하게 만들어서 좋아했던 제작사이기도 하다. 진행이 무척 스피디하며 골도 시원하게 터진다. 팀을 선택해서 한 팀 한 팀 격파하는 모드가 있었는데, 동생과 둘이서 같은 편 먹고 밤새도록 했다.

마지막 팀을 깨면 우승 장면이 나오다가 갑자기 공이 날라오면서 최강팀의 도전을 받게 된다. 그 팀은 선수들 능력치가 최강이라서 이기는 데 무척 애먹었다.

템포도 좋고 액션성도 넘치는 좋은 게임이지만, 선수들 이름이 실명이 아닌 점과 한국팀이 나오지 않았던 점이 아쉽다.

J리그 익사이트 스테이지 96 (1996년 슈퍼패미콤)

94년도에 처음 나왔고 그 다음에 약간 업데이트되어서 96년도판이 나왔다. J리그 선수가 실명으로 등장하며 노정윤도 나온다. 조작성도 좋고 슛도 통쾌해서, 2인용 축구 게임으로서는 당시 최고였다고 생각한다.
다른 축구 게임에는 없는 실내축구 모드가 있다는 점이 무척 이채로웠는데, 주위가 벽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코너킥이나 골킥이 없다. 또 연장전에 들어가면 골든골이 터질 때까지 영원히 계속된다. 진행도 빠르고 골도 멋지게 터져서 접대용으로 아주 좋은 모드이다. 나중에 게임보이판으로도 나왔는데, 슈퍼패미콤판보다는 많이 싱겁다.

에이스 스트라이커 - 사상 최강의 리그 세리에A (1995년 슈퍼패미콤)

당시 미우라 가즈요시라는 일본선수가 세리에A 제노아팀에 있었기 때문에 일본에서 만들어진 게임이다. 세리에A의 모든 선수가 실명으로 등장하는 점이 좋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바티스투타, 베르캄프, 시뇨리, 보반, 사비체비치, 바죠 등의 선수도 등장한다.

골 세러머니에 공을 많이 들인 게임이다. 골 넣으면 피오렌티나의 바티스투타는 골 깃대 잡으러 가고, 라치오 선수들은 서로의 발을 잡고 기어다니며, 미우라는 춤을 춘다. 그걸 보기 위해 각 팀의 유명 선수로 골을 넣으려고 애쓰기도 했다.

그래픽도 깔끔하고 전체적으로 보면 좋은 게임이지만, 골 넣을 때 골망이 출렁거리는 모습이 없어서 골의 느낌이 반감되는 점이 아쉽다.

실황 월드 사커 퍼펙트 일레븐 (1994년 슈퍼패미콤)

<위닝 일레븐>의 먼 시초라고 할 수 있는 게임이다. 이 게임으로 코나미 사는 당시 가정용 축구 게임 시장을 평정하게 된다. 그도 그럴 것이 다른 회사에선 엄두도 못 냈던 음성 실황 중계와 고차원의 그래픽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신기한 음성해설, 응원구호, 날씨변화, 세세한 선수 능력치, 특징을 살린 선수 외모 등, 다른 축구 게임과는 수준 자체가 달랐다. 더욱이 헛다리 집기, 사포, 스루패스 등의 개인기와 세세한 전술 적용도 가능했던 점은 당시로선 충격이었다. 실명이 아니라는 점이 옥의 티지만, 편집이 가능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큰 문제는 되지 않았다.

아시아최종예선부터 월드컵까지 할 수 있었으며, 월드컵 예선에서 실제로 있었던 상황을 재현해서 조건을 만족시켜야 하는 모드도 있어서 무척 흥미로웠다.

실황 월드 사커2 파이팅 일레븐 (1995년 슈퍼패미콤)

더 업그레이드되어서 나온 2편. 슈퍼패미콤으로 가장 오래 즐겼던 축구 게임이다. 슈퍼패미콤 최고의 축구 게임으로 손색이 없다. 하지만 중앙선 근처에서 뻥 찬 것이 가끔 들어가기도 하는 등의 버그가 옥에 티였다. 나중에는 UFO나 에뮬 사용자를 위한 선수 이름 한글 패치도 나와서 우리나라 국가대표축구 선수 이름을 한글 실명으로 볼 수도 있다.

옛날 축구 게임들은 골 나오는 패턴이 비슷해서 얍삽이만 깨우치면 게임이 무척 쉬워진다는 단점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위닝이나 피파 시리즈가 있기까지는 앞선 게임들의 시행착오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댓글 3개:

  1. 글 잘 봤습니다
    음성중계 엄청 신기했었죠 크크
    아기자기한 맛에 센시블축구도 동생하고 많이 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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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센서블 축구는 굉장히 단순했지만, 이상하게 끌리는 게임이었죠. XBOX360으로도 나온다고 들었어요. 위닝과 피파에 익숙한 요즘 세대가 할지는 의문이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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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ㅇㅇㅇㅇㅇ09. 3. 21. 오후 6:10

    테크모월드컵90은 어디서 구해요??ㅜㅜ
    하고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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