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0-11

더 위쳐 3 와일드 헌터를 뒤늦게 해보고

90년대 고전 RPG를 주로 하다가 현 세대 RPG라고 할 수 있는 위쳐 3(2015년작)를 해봤다. 시스템이 복잡해 보여서 초반만 잠깐 하다가 그만두기 일쑤였는데, 이번엔 드라마도 봤기에 본편 엔딩까지 달렸다.

와~ 요즘 RPG는 디테일이 어마어마하다. 맵이 광활하고 풍경이 다 달라서 그냥 탐험만 해도 눈요기가 된다. 자유롭게 다니며 세상을 탐험하는 건 고전 JRPG의 일방통행과는 차원이 다르다. 진짜로 다른 세상으로 가서 모험하는 느낌이 난다. 미션의 해결 방법도 한 가지가 아니고 선택에 따라 결과가 바뀐다. 자유도가 매우 높다.

스토리는 그야말로 성인용이었다. 밝기만 하고 권선징악 위주의 JRPG를 하다보면, 현실과 괴리감이 생겨 불만이 생기는데, 이건 뭐 가차없이 인간의 이기적인 본성을 잘 묘사해서 좋았다. 시종일관 어둡고 냉소적이다. 사지가 잘리는 장면, 성적인 장면도 곧잘 나와서 실감 났다.

아쉬운 건 스토리가 소설 위쳐나 전작들을 해보지 않은 사람에겐 진입 장벽이 높다는 점이다. 뭔 소리하는지, 왜 싸우는지, 목적이 뭔지 몰라서 소외감 생길 때가 곧잘 있었다. 처음엔 몰두해서 대사 읽다가 모르는 부분이 많아서 스킵하기 시작했다. 100% 이해하려면 소설을 읽어봐야겠다.

또 마음에 안 들었던 점은 아이템이나 무기 만드는 연금술이 나에겐 귀찮게 느껴졌다는 것이다. 요즘 JRPG도 이런 요소 넣기 시작했는데, 뭘 만들기 위해서 여기저기서 재료 수집해야 하는 점이 너무 성가시다. 그래서 이 짓은 미션에서 요구할 때 말고는 전혀 하지 않았다.
그리고 중후반부 미션들이 뺑뺑이가 많아서 좀 아쉬웠다. 정보를 얻으려고 누굴 찾아가면 뭘 해달라고 하고 그걸 해주면, 자긴 모르고 누구누구가 아니까 그 사람 찾아가라... 이런 식의 미션이 많았다. 오픈월드RPG에서 흔한 미션이라고 한다.

아쉬운 점이 있긴 했지만, 왜 위쳐 3가 그렇게 칭송받았는지 충분히 알겠다. 감탄할 수밖에 없는 만듦새다. 개인적으로 망망대해를 한밤중에 작은 보트로 건너며 만나는 괴물들과 숲의 세 마녀들이 끔찍했다. 묘사가 정말 대단하다.

제작비가 약 900억 원 들었다고 한다. 게임도 이젠 대작 영화 수준의 제작비가 들어가는 시대다. 3년 6개월 동안 900억 원 들여서 만든 게임이 하루 만에 제작비를 회수했다고 하니 세계 시장을 상대로 파는 게임의 파급력을 알 수 있다.

본편과 확장팩인 하츠 오브 스톤을 끝냈다. 확장팩인지도 모르고 깼다. 울지어드 부인 이야기가 슬퍼서 인상적이었다. 블러드 앤 와인이란 추가 확장팩은 아직 안 해봤는데, 내가 좋아하는 뱀파이어 잡는 이야기란다. 내가 본 본편의 엔딩은 알고 보니 배드엔딩이었다. 언젠가 또 하겠지.


엔딩 본 날 - 2022년 10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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