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6-12

SD건담 외전2 원탁의 기사

1992년 유타카가 슈퍼패미컴용으로 발매한 건담 소재 RPG 게임. 2편이라고는 하지만, 1편 스토리와는 관계가 없다. 활동 무대와 캐릭터가 바뀌었다. ‘원탁의 기사’라는 제목대로 ‘아서왕 이야기’가 모델이다.

7년 전 자비로니아 제국에 멸망당한 브리티스 왕국. 유일하게 살아남은 왕자 황기사 건담이 조국 브리티스를 다시 일으키기 위해 자비로니아 제국에 동료를 모아 맞선다는 내용. 전작과 마찬가지로 스토리는 클리세 속출의 왕도물이다. 뻔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어릴 때 좋아했던 SD 건담 캐릭터의 기억이 없었다면, 끝까지 하지 못했을 것이다.

기본 시스템은 드래곤 퀘스트 방식을 따르지만, 독창성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는지 색다른 요소를 넣었다. 우선, 전투가 아니라 동료를 영입할 때마다 레벨이 올라간다. 특이하긴 한데, 이러면 전투를 많이 해봤자 경험치가 오르는 것도 아니니 성가시기만 할 뿐이다. 게다가 랜덤 인카운트 아닌가. 소지품엔 각각 무게가 매겨져 있다. 무거워지면 인카운트율이 높아진다고 한다. 재미는 1도 없고 불편하기만 한 요소를 잘도 넣었다. 에뮬로 한다면 적 안 나오게 하는 치트를 쓸 것을 권한다.

주인공 황기사는 자비로니아 제국를 몰아내기 위해 각지를 떠돌며 동료들을 모은다. B 버튼이 동료 영입 버튼이다. 아무에게나 가서 B 버튼을 누르면 동료로 들어오라고 제안할 수 있다. 하지만, 동료로 영입 가능한 캐릭터는 확실히 다르게 생겼다. 스토리 상 바로 영입 가능한 캐릭터도 있지만, 일부 캐릭터는 조건이 필요하다. 전투엔 무려 13명까지 참여할 수 있다. 일본RPG에서 이렇게 많은 건 처음 본다.

전작보다 깔끔해지고 쾌적해졌지만, B급 RPG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게 여러 군데서 드러난다. 마을 사람들 대사가 다채롭지 못해 중복되는 경우가 있고, 이벤트 발생 조건도 미묘하다. 가령 어떤 성문이 열리려면 필드로 나왔다가 다시 들어가야 한다든가... 어떤 이벤트나 숨겨진 길에 대해 힌트가 부족하다. 공략 안 보면 막힐 부분이 꽤 있다.

중후반부엔 과거로 가는 부분이 있다. 거기서 주인공은 죽게 될 아버지 친구를 만나기도 하고, 황폐해질 마을을 구해서 미래를 바꾼다. 이 부분이 그나마 쬐끔 흥미로웠다.

라스트 던전은 길고 성가시다. 기껏 쭉 갔는데, 막혀서 되돌아가야 하는 길이 꽤 있다. 실기로 했으면 지겨워서 포기했을 것 같다. 그리고 이 라스트 던전은 주인공 포함 12명으로 가야 들어갈 수 있다. 왜 그래야 하는지는 설명이 없다.

적 캐릭터는 퍼스트 건담과 F91 건담 쪽 캐릭터가 많아 보인다. 마지막엔 F91의 끝판왕 라플레시아가 등장한다. 자비로니아 제국을 무너뜨리면 엔딩이 시작된다. 주인공은 킹건담 2세로서 브리티스 왕국을 재건하고 원탁의 기사들도 돕는다.

엔딩에선 영입했거나 영입 가능했던 캐릭터들을 다 보여준다. 스태프롤이 끝난 뒤 기다리면, 지크지온이라는 새로운 적을 알리며 끝을 맺는다. 지크지온 이야기는 패미컴용 SD건담 외전 1, 2편과 슈퍼패미컴용 1편에서 다룬다.


엔딩 본 날 - 2021년 6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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