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6-05

프린세스 메이커2 3DO판

1993년 12월, 가이낙스가 PC9801로 첫 발매했고, 우리나라에선 MS-DOS 한글판이 퍼져서 486, 펜티엄 PC로 많이들 즐겼다. 프린세스 메이커 하면 이 2편을 최고 명작으로 꼽는 사람이 많을 정도로 인지도가 높다.

어린 시절, 멋진 그래픽과 감미로운 음악에 매료되어 MS-DOS판을 즐겼던 기억이 있다. 그 시절을 떠올리며 다시 해봤다. 스팀으로 나온 리파인 한글판이 가장 진보된 버전이라고 하지만, 몇몇 장면을 검열 삭제했다고 해서 1995년에 나온 3DO판을 선택했다. 3DO판은 세가 새턴판과 더불어 완전판이라고 한다. 다만, 새턴판엔 소닉 인형 이벤트가 있고, 3DO의 음색이 살짝 다르다고 한다. 레트로아크에서 새턴보다 3DO가 더 안정적이라 난 3DO판으로 했다. 일본판만 있다.

옛날에 한 DOS판은 마우스로 조작했지만, 3DO판은 게임 컨트롤러로 조작한다. 개인적으론 마우스보다 이 방식이 편했다. DOS판보다 확실히 그래픽이 화려해 보인다. 음성도 있어서 실감 난다. 일본 성우 연기가 상당히 좋다.

돈의 압박을 받는 게임이다. 매달 식비, 딸 용돈, 옷값, 레슨비로 돈이 나간다. 은퇴한 용사 아버지의 수입으론 턱없이 모자르다. 그래서 딸에게 아르바이트나 무사수행을 시켜서 돈을 벌게 한다. 생활비를 딸에게 의존하는 무정한 아버지 주인공이다. 

딸의 각종 능력치를 올리려면 레슨을 받거나 아르바이트를 시켜야 한다. 자연과학, 신학, 미술, 검술, 무술, 무용 등등 다양한 레슨과 돈도 벌고 능력치도 올리는 아르바이트가 준비되어 있다. 너무 굴리면 스트레스 지수가 올라가서 능력치가 잘 안 올라가거나 가출하기도 한다.

좀 하다가 게임위저드로 돈 수치를 뻥튀기했다. 근데, 이 게임은 무작정 모든 수치를 올리는 게 별 의미가 없다. 자신이 원하는 딸의 모습이 뭔지 어떤 엔딩을 노리는지에 따라 특정 수치에 집중해야 한다. 어떤 수치를 올리면 어떤 수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전략이 있어야 한다.

이 게임이 인기를 끈 이유 중 하나는 무사수행이다. 육성 시뮬레이션 안에 RPG가 들어가 있는 격이다. 미니 게임 수준을 넘은 방대함이다. 숨겨진 요소가 있어서 파고들고 싶은 욕구를 자극한다.

이 게임이 후에 검열삭제를 당했던 이유는 몇몇 요소가 성인 게임 같았기 때문이다. 딸의 옷차림이 야하다든가, 무사수행에서 현상범에게 패하면 딸이 강간당한다든가, 술집에서 일하게 한다든가, 조건만남을 한다든가... 특히 엔딩 중 하나는 아빠와 결혼하는 것이라 충격을 주었다. 옛날 DOS 한글판에선 이게 다 삭제되어서 PC통신에서 이야기만 들었다. 3DO판 이후에 나온 버전들은 다 순화했다고 한다.

10살부터 18살까지 레슨과 아르바이트를 반복해서 같은 장면을 계속 보기 때문에 갈수록 좀 지겨운 부분도 있었지만, 확실한 목적을 가지고 하면, 덜 지루하지 않을까 싶다.
별 목적 없이 전체적인 능력치만 높인 결과, 난 딸이 늙은 왕의 애첩(寵姬)이 되는 엔딩을 보았다. 딸은 어린 시절 공부만 너무 시켰다고 나한테 감사하지 않는단다.

당시로선 참신한 발상과 독특한 게임 진행, 훌륭한 그림과 음악, 수많은 이벤트와 엔딩... 지금 해봐도 꽤 잘 만든 게임임을 느꼈다. 특히, 이 게임의 감미로운 배경음은 평생 기억에 남을 것이다. 훗날 또 다른 엔딩에 도전하고 싶다.


엔딩 본 날 - 2021년 6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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