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2-07

블러디 워리어즈 - 샨고의 역습


1990년 10월 토에이 동화가 발매한 RPG. 배경이 특이해서 해봤다. 흔한 중세 판타지가 아니라 양키 센스의 야만족 이야기다. 마법도 쓸 수 없다.


카루와리오 사령관이 이끄는 스칸바 교단은 이교도로부터 성지를 탈환한다는 명목으로 샨고를 침략한다. 결국, 교단은 성지 앙가루를 점령하고 카루와리오는 황제가 된다. 그러나 카루와리오의 진짜 목적은 따로 있었다. 그는 전설로 내려오는 8개의 성스러운 돌을 찾아내서 무적의 힘을 얻고자 했던 것이다.
위협을 느낀 타그슈아 마을의 족장은 주인공에게 카루와리오의 야망을 저지해달라고 부탁한다.


패미컴 RPG는 보통 10대 소년이 주인공인데, 블러디 워리어즈의 주인공은 다 큰 딸을 둔 아저씨다. 무척 험악하게 생겼다. 아내는 보이지 않는다. 이 게임, 여성의 비중이 거의 없다. 동료가 되는 여성도 없고 중요인물도 죄다 남자다. 얼굴 제대로 나오는 건 주인공 딸이 유일하다.


그래픽은 패미컴 수준에선 그럭저럭 나쁘지 않다고 본다. 하지만 시스템이 구리다. 기본 메뉴가 '말하기, 도구, 조사하다'밖에 없다. 스테더스는 어디서 확인하나 했더니 조사하다를 눌러야 고를 수 있었다. 아이템은 버릴 수가 없다. 불필요한 아이템은 가게에다 팔아야 하는데, 가게에서도 팔기 메뉴가 따로 없다. 점원이 "쓸만한 것 사시겠습니까?"라고 물을 때 "아뇨"를 누르면 그럼 뭘 팔겠느냐고 물어본다. 별로 생각 안 하고 대충 만든 느낌이다.


필드 전투는 흔한 드퀘 방식이다. 동료가 여러 명일 때는 전투할 때마다 4명을 선택해야 해서 귀찮다. 군대끼리 싸울 때는 턴제 시뮬레이션 형식으로 바뀐다. 여기선 주인공과 동료가 아니라 상점에서 산 군대로 싸운다. 많이 사서 물량 공세를 펼치면 수월하다. 유니트별 상성은 있는 것 같은데 그냥 돈 많으면 장땡이다. 궁병, 보병, 포병뿐 아니라 투석기, 오토바이병, 전투차량도 있다. 자동차가 있는 문명이라면 왜 탈것으로 안 나왔는지 의문이다.


새 동료나 보스가 등장할 땐 이벤트신이 나온다. 주인공 포함해서 외모가 다들 괴기스럽다. 외모는 개성이 넘치는데, 성격이나 감정이 드러나는 대사가 거의 없어서 캐릭터에 매력을 느끼진 못했다. 이야기는 평이하게 흘러가며 어떤 드라마틱한 요소도 없다. 필요한 아이템 모으고 적을 물리치는 게 다다. 스토리보단 이벤트 해결에서 재미를 찾으라는 건가? 그 과정도 대부분 단순하다.


지도는 넓은 편인데, 힌트는 적어서 진행이 쉽지는 않다. 특히 끝판왕으로 가는 길은 숨겨져 있어서 공략 없으면 찾기 힘들 것 같다.


RPG치고 내용이 짧다. 헤매지만 않는다면 한 7시간 정도면 클리어할 수 있다. 제작자도 그게 걸렸는지 막판엔 플레이타임을 억지로 늘리는 선택을 했다. 맥락 없이 처음 시작했던 마을로 돌아간다든가, 끝판왕 던전을 두 번 가야 한다든가...
패미컴 초창기 RPG라면 수긍하겠지만, 1990년 10월이면 패미컴이 저무는 시기인데, 이 정도 완성도라니 실망스럽다.
흔치 않은 배경 말고는 아무런 장점도 없는 RPG.


엔딩 본 날 - 2018년 2월 7일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