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2-06

바디콘 퀘스트


90년대 일본에 해커 인터내셔널이란 게임 제작사가 있었다. 닌텐도에 라이센스비를 내지 않고 패미컴용 성인 게임이나 백업 툴을 개발해서 팔았던 회사다. 패미컴용 게임뿐 아니라 PC엔진용 성인 게임도 만들었다.
바디콘 퀘스트는 해커 인터내셔널에서 인디즈 소프트 브랜드로 낸 패미컴 디스크 시스템용 RPG다. 허가를 받지 않은 비공인 소프트이긴 한데, 법망은 용케 피해서 팔았다고 한다.

<바디콘 퀘스트>와 <드래곤 퀘스트>의 타이틀 화면 비교

호기심에 에뮬로 실행해봤는데, 켠 김에 엔딩까지 봤다. 첫인상은 드래곤 퀘스트1 판박이였다. 대사창의 일본어 글꼴은 패미컴 게임에서 익숙한 폰트는 아니다. 가독성이 좀 떨어져 보인다.
주인공은 용자이고 시작하자마자 왕을 알현하러 간다. 성 이름이 로토레시아란다. 드퀘1의 그 로토?


스토리를 보자면, 용왕이 인류에게 아이를 못 낳게 하는 저주를 걸었다. 이대로 가면 인류는 멸망한다. 이런 상황에서 왕의 딸 세리누 공주까지 마물들에게 납치된다. 왕은 주인공에게 공주를 구해달라고 한다. 공주의 엉덩이엔 하트 모양의 점이 있다고 한다. 엉덩이? 주인공은 공주를 찾으러 나선다. 마을 여성에게 "혹시 공주일지 모르니 엉덩이를 보여달라"고 했다가 따귀도 맞는다.

디스크 게임이라서 마을 밖을 나갈 때 로딩이 있다. 이벤트 장면에선 디스켓 사이드를 바꿔줘야 하는 귀찮음도 있다. 아무래도 비공인 소프트이니까 롬팩보다는 디스크로 만드는 게 수월했겠지.


전투는 놀랍게도 초창기 YS와 같은 몸통 박치기였다. 전투 화면이 따로 없고 돌아다니는 적들과 부딪쳐서 물리치는 방식이다. 던전의 미로가 약간 스트레스를 주는 편인데, 그렇게 스케일이 큰 게임은 아니라서 비교적 쾌적하게 진행할 수 있다. 불편했던 점은 장비나 도구를 버릴 수 없다는 것이다. 소지품 개수에 제한이 있기에 다른 아이템을 지니려면 필요 없는 걸 도구점에 팔아야 한다. 걸음 속도도 빠르지 않아서 답답한데, 이건 에뮬의 속도 조절 기능으로 해결했다.

게임은 크게 세 가지 이벤트로 구성된다. 공주를 비롯해 세 여인이 얽힌 이벤트를 클리어해야 반지를 얻을 수 있고, 그 반지들이 있으면 끝판왕인 용왕에게 갈 수 있다.


이 게임의 핵심은 등장하는 주요 여성들이 알몸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드퀘 스타일의 그래픽으로 작게 보여주는 게 아니고 미소녀를 풀 화면으로 보여준다. 노출이 다고 그 이상은 없으니 너무 기대는 하지 말자.

레벨은 30이 상한이다. 게임이 길지도 않고 보스전이라고 해봐야 3회뿐이니 그만큼 올리면 충분하다.


끝판왕 용왕이 인간들에게 아이를 못 낳는 저주를 건 이유엔 수긍이 갔다. 용왕은 인간에게 아무 짓도 안 했는데, 인간들이 용왕의 새끼들을 다 죽였기 때문이다. 대체 누가 악인가? 용왕을 이기면 용왕은 어차피 인간들의 씨를 말려도 자기 애들은 돌아오지 않는다며 저주를 거두고 하늘로 올라간다. 이겼는데 씁쓸하다..

기대를 별로 안 해서 그런지 예상보다는 재미나게 했다. 드퀘1 스타일이면서도 그보다 좀 더 나은 구성이다. PC엔진용으로 2편도 나와 있다.


엔딩 본 날 - 2018년 2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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