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1-28

헤라클레스의 영광2 타이탄의 멸망


헤라클레스의 영광3는 막판 반전 때문에 슈퍼패미컴 최고의 RPG로 나는 꼽는다. 갑자기 2편이 떠올라서 바로 해봤다. 전형적인 드래곤 퀘스트 형식의 RPG라서 시스템이 별로 어려울 게 없었다. 그래픽은 8비트 시절의 향수를 충분히 느낄 수 있다. 그 당시 관점으로 보면 아주 깔끔하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그래픽 스타일이다.


작은 마을에서 노모와 단둘이 살던 청년이 마왕을 무찌를 용사를 구한다는 여왕의 편지를 받는다. 청년은 만류하는 노모와 자신을 사모하는 여인을 두고 여행을 떠난다. 이렇다 할 고민 같은 건 묘사되지 않는다. 여행 도중에 주인공은 반인반마(半人半馬)인 켄타우로스 소년과 청동 여인을 동료로 맞는다. 여행을 통해 켄타우로스 소년은 용기를, 청동 여인은 인간의 마음을 얻고자 했다. 마치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얘기 같다.
시스템에선 별로 특별날 것이 없지만, 판타지RPG에서 보기 드문 그리스 신화를 배경으로 삼았다는 점이 특징이다. 친숙한 그리스 신들이 나온다.


난이도는 어려운 편이다. 미로나 전투는 그렇게 어려운 편이 아닌데, 이벤트를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힌트가 너무 적다. 옛날 RPG답게 공략이 없으면 다음에 뭘 해야 할지 막히지 않을까 싶다. RPG의 진정한 재미는 공략 안 보고 시행착오를 하면서 깨나가는 것이지만, 그러기엔 시간이 없다. 공략과 치트에 의존해서 속공으로 엔딩을 봤다.


3편의 감동까진 아니더라도 뭔가 뜻밖의 전개를 원했다. 그러나 밋밋해서 실망했다. 이 시리즈 특유의 비극적인 전개가 조금 있긴 하지만, 놀라운 수준은 아니었다. 또한, 등장인물의 대사에서 어떤 감정의 교류가 느껴지지 않아서 감정이입은 되지 않는다. 이가 빠진 부분을 상상으로 채워야 한다. 이야기의 길이도 짧은 편이다.


헤라클레스는 마지막에 얻는 동료로 잠깐 나온다. 엔딩은 지금까지 나왔던 장면을 흑백으로 보여주는 게 다다.
마을 사람 중 이런 대사를 하는 노인이 있다.
"너는 여행에서 많은 것을 얻을 거야. 그와 동시에 많은 것을 잃겠지. 인생이란 그런 거야."
어떤 일본인이 쓴 리뷰를 보니 이 대사를 빗대서 이렇게 썼다.
"난 이 게임을 통해 리뷰는 얻었다. 하지만 동시에 시간을 잃었어..."

호기심에 엔딩을 봤지만,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평작이라고 생각한다.


엔딩 본 날 - 2018년 1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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