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1-16

브레이블리 디폴트 포 시퀄


그림체와 시스템이 옛날 파이널 판타지3 닌텐도DS판을 생각나게 하는 복고풍 RPG다. 7편을 제외하고 파판을 아주 재미있게 한 기억이 없는 나로선 그다지 끌리지 않았지만, 평가가 좋길래 해봤다.
게임은 꽤 잘 만들었다. 그래픽이야 3DS에서 벗어나지 않는 수준이었지만, 음악이 참 좋아서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캐릭터의 동작도 섬세한 편이고, 주인공 일행의 성격과 개성이 잘 드러나 있다. 등장인물 중에 레스터가 나오는데, 엔 라이이의 소설 <뱀파이어와의 인터뷰>의 그 레스터에서 따온 모양이다.


게임 플레이는 쾌적하다. 난이도와 적 조우율을 아무 때나 바꿀 수 있고 어디로 갈지 친절하게 표시해주니 이동이 쉽다. 반복 플레이를 요구하는 대신, 스트레스를 주는 요소는 많이 덜어냈다.


중반부까진 평범한 왕도RPG처럼 진행된다. 그림체는 애들 느낌인데, 죽음도 묘사되고 내용이 갈수록 복잡해진다. 아이들이 이해하기엔 내용이 심오하다고 생각한다.
반전이 뭐일지 기대했는데, 평행세계 이야기여서 아쉬웠다. 같은 인물이 사는 세계가 여러 개 있는 설정은 과거 다른 일본RPG나 애니에도 있어서 새롭지 않고, 뭔가 반칙 같아서 달갑지 않았다. 게다가 같은 배경에서 비슷한 과정을 2번 이상 거쳐야 엔딩을 볼 수 있다는 점은 좀 지겨웠다. 드래곤 퀘스트11, 니어오토마타에서도 이랬는데, 제작비를 아끼면서 플레이 시간을 늘리려는 꼼수 같다. 물론 이야기 전개상 그럴듯하게 포장되긴 한다. 이 점 때문에 엔딩만 보고 진엔딩까지 진행은 안 하려고 했다. 하지만 게임을 끝낸 듯 끝내지 않은 것 같은 찝찝함이 있어서 진엔딩까지 진행했다. 치트가 없었다면 짜증나서 안 했을 것이다.


6장 이후는 생각 없이 하던 대로 하면 같은 내용이 되풀이되고 종장에 들어갈 수 없다. 하던 패턴을 그만두고 다르게 해봐야 종장에 진입할 수 있다. 이 점은 참 신선했다. 자기 생각 없이 세상이 시키는 대로, 남이 하라는 대로 살면 안 되며, 뭐가 옳고그른지는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해야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교훈이다. 게임 내용이 그걸 보여주고 있다... 라고 생각했는데, 그냥 엔딩이 아닌 진엔딩 진입조건을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 진엔딩은 미련하게 하던 대로 해야 볼 수 있다. 같은 과정을 참고 되풀이하는 이가 진엔딩을 볼 수 있다. 게임 내내 '거부하는 용기'를 강조해놓고 진엔딩 조건을 이렇게 해놓은 건 어불성설 아닌가. 일반 엔딩과 조건이 바뀌었어야 했다. 


같은 걸 반복하는 플레이가 지겹긴 했지만, 여러 모로 따져봤을 땐 걸작까진 아니더라도 수작이라고 생각한다. 흔한 전개의 왕도RPG는 아니었다. 그러나 후속작은 안 하련다.


엔딩 본 날 - 2018년 1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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