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0-21

로맨싱 사가3

2000년 되기 전에 에뮬로 해봤는데, 너무 어려워서 1편과 마찬가지로 중도에 포기했던 게임이다. 2편은 꽤 재미나게 엔딩을 봤는데, 3편은 그렇지 못했다.
그 아쉬움이 문득 생각나서 다시 해봤다. 이왕 하는 거 개조 버전을 선택했다. 처음엔 아아 버전+그래픽 패치 먹인 걸로 시작했는데, 에뮬과 상성 문제인지 세이브 파일이 과거로 돌아가는 등 버그가 잦아서 3.12(?) 버전으로 바꿔서 했다. 내용은 원본과 비슷한데, 1편의 캐릭터 등이 나오는 등 다소 추가된 부분이 있다.
다시 해보니 왜 당시에 도중에 포기했는지 알 것 같다. 전투가 어렵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 데다가 프리 시나리오 채택으로 금방 막힌다.
전투는 랜덤이 아니다. 몬스터가 화면에 돌아다니고 부딪히면 이루어진다. 용케 피해갈 수도 있지만, 움직임이 너무 빨라서 반강제적으로 전투해야 한다. 치트를 써서 버튼을 누르지 않으면 전투가 되지 않게끔 해서 문제를 해결했다.
스토리 진행은 공략을 보지 않으면 나아가기 쉽지 않다. 마을 사람들의 대사에서 실마리가 너무 적고 불친절하기 때문이다. 오로라 길 같은 경우는 공략 안 보고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지도 화면에서 오로라가 나타나길 기다려야 하다니... 대사에서도 힌트를 찾을 수가 없다.
다른 RPG와 달리 진행하다보면 저절로 스토리가 머리에 들어오지 않는다. 각각 다른 이야기가 어울리지 못하고 떨어져 있어서 그런 것 같다. 주인공은 8명이나 되지만 큰 줄기는 다 똑같다. 초반부와 엔딩 정도만 다르고 많은 부분이 겹쳐서 다른 주인공으로 또 할 생각은 안 든다.
숨겨진 요소가 많아서 뭔가 파고드는 사람에겐 명작일 수 있지만, 나처럼 치트 쓰면 그게 다 무의미한 일이 된다. 전부 능력치 최대이니 캐릭터의 특성도 사라지기 때문이다. 뭘 얻어도 무덤덤하고 모든 이벤트를 깰 욕구가 안 생긴다.
옛날에 엔딩을 보지 못한 아쉬움을 풀었다는 데 의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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