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4-16

파이날 판타지 시리즈


패미콤용 파이날 판타지3는 그래픽이 꽤 괜찮은 편이었다. 경쟁작인 드래곤 퀘스트4보다 확실히 앞서 있었고, 패미콤에서도 최상위에서 속하는 그래픽이었다. 특히 전투화면이 좋았고, 직업을 바꿀 수 있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일본어를 못 해서 초반 부분에서 더 이상 진행을 하지 못하고 포기하고 말았다.


기억이 멀어질 무렵, 슈퍼패미콤에 파이날 판타지5가 등장했는데, 당시 게임챔프에서 제공한 공략집이 아주 잘 되어 있어서 당장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슈퍼패미콤이 없는 게 한이었다. 그때 게임챔프의 공략은 대화를 몽땅 다 공개해서 오히려 재미를 떨어뜨리는 공략이 아니라 중요 포인트에만 중점을 둔 효율적이고 실용적인 내용이었다. 또, 그래픽이 좋은 명소, 레벨업하기 좋은 곳, 막판왕보다 더 강한 보스 등을 실어 흥미로웠다.


그러다 추후에 일본어를 배운 다음, 파이날 판타지6을 하게 되었다. 이미 잡지의 분석을 통해 내용이 다 까발려진 뒤라 스토리에서 감흥을 느끼기는 어려웠지만, RPG팬이면서 파판의 엔딩을 보지 않는다는 건 찝찝해서 의무적(?)으로 했다. 확실히 지금의 파판도 그렇지만, 그 당시도 슈패의 한계를 넘는 그래픽을 보여 주었다. 다만, 6편의 경우는 가만히 지켜봐야 하는 장면이 많아서 게임의 재미가 떨어진다는 평도 많았다. 이 6편은 나중에 안드로이드용 한글판으로 깼다. 아무래도 슈퍼패미컴판보단 쾌적했다.


개인적으로도 그래픽은 (당시 수준으로) 감탄할만 했지만, 드퀘만큼 재미있게 하지는 못했다.

그리고 나서 4편과 5편을 클리어했다. 기대했던 5편은 역시 좋았다. 잡체인지 시스템이 무척 재미있었고, 그 덕에 레벨업 과정이 덜 지루했다. 4편은 5편을 먼저 하고 한지라 흥미가 좀 떨어져서 어떻게 엔딩을 봤는지, 스토리가 어땠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세월이 지나서 MSX와 패미콤 에뮬로 1편을 클리어했다. 1편도 스토리는 거의 기억이 나지 않는데, 드퀘1과 마찬가지로 초보스러운 RPG였지만 스토리는 드퀘처럼 단순치 않았다. 에뮬로 클리어했던 원더스완판 2편은 거의 슈패급의 그래픽으로 리메이크되어서 즐기기 좋았다. 난이도는 꽤 있어서, 숙련도 올리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고, 좁은 지도를 반복해서 왔다갔다 해야 하는 이벤트가 많았다. 스토리도 진부해서 1~2편은 어지간한 팬이 아니면 재미를 느끼긴 힘들지 않을까 싶다.


1~6편에서 느낀 파판은 5편이 좀 좋았을 뿐 나머지는 그다지 나에게 감동을 주지 못했다. 하지만 플스 에뮬로 해 본 7편은 많이 달랐다.


3차원 그래픽으로 돌아 온 7편은 어린애 같은 캐릭터와는 달리 내용이 매우 진지하고 엄청난 반전이 숨어 있었다. 큰 칼을 휘두르는 주인공 클라우드는 파판 시리즈 주인공들 중에서 최고로 멋졌다. 스토리는 어둡고 난해했지만, 그것이 오히려 좋았다. 비극의 여주인공 에어리스 역시 엄청난 인기를 얻었다.


그 뒤로 8~10편을 해 봤지만, 그래픽만 향상이 있을 뿐 7편보다 재미있게 하지 못했다. 8편부터 10편까지 주인공들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댓글 10개:

  1. 개인적으론 FF5를 좋아합니다.
    '잡체인지'시스템에 자잘한 꽁수들 때문인데요..
    리메이크 소식이 있더니.. 감감무소식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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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FF5는 GBA로 나온다죠? GBA로는 나와봐야 슈패판과 별 차이 없을 거 같은데... FF3를 해 보고 싶은데, NDS로 리메이크된다고 하더군요. NDS를 사긴 좀 그렇고, 그냥 패미콤판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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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8편 이후로는 참 의견들이 분분한 것 같습니다. 근데, 저는 8편을 가장 좋아하지요. 사실 리얼사이즈 캐릭터를 좋아하는데다, 스토리 텔링 측면에서도 개인적으로 감동이었고, 시스템적으로 정션 시스템 덕분에 게임을 참 편하게 끌어가서 그런 것도 있습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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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8편은 몰입이 잘 안 되어서 초반부에서 그만두었는데, 나중에 시간나면 다시 해봐야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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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파판6를 제일 먼저해봤는데 케프카의 성에서 더 진전하기가 싫더군요. 레벨99를 만들고 싶은 마음에 엔딩을 못봤습니다. 이후에도 한번 더 해봤는데 또 엔딩을 못봤죠. 7만 유일하게 클리어해보고 8편은 하다가 말고 --;
    원더스완을 구입해서 1편을 플레이하다가 너무 지겨워서 구석에 팽개쳐두고...
    5는 최근에 에뮬로 해봤는데 직업 바꾸는게 재밌더군요.
    다시 시작해야 하는데...워낙 게임을 할게 많아서...
    전 9편이 마음에 들더군요. 플레이는 해보지 않았지만
    PS의 그래픽에 이전 스타일의 캐릭터라고 해야 할까요. 등신대 캐릭이 아니라서 좋더군요. 노래도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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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파판6은 오페라장면이 기억에 남습니다. 친구도 옆에서 보고 감탄했죠. 원더스완을 직접 해보셨군요. 실물로는 본 적도 없는 게임기입니다. 파판9는 주인공 지단이 마음에 안 들었습니다. 스토리도 좀 그랬구요. 하지만 말씀하신 노래는 정말 좋더군요. 엔딩곡이었죠, 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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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ff시리즈는 참 인연이 안 닿는 소프트 중 하나입니다. 이 시리즈는 꼭 구해놓고 맛만 보고 말게 되더군요. ps2로 넘어오면서 제일 먼저 구입한 rpg가 x인데 x-2도 그렇고 사놓고 플레이를 제대로 하지 않았죠. 엔딩을 본 건 5편뿐이네요. 6편의 그 오페라 장면은 아직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건물 천장이었던가.. 아무튼, 숨어서 들었던 기억이 있네요. nds로 3편이 발매되면 플레이 해볼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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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6편은 여러번 플레이할 정도로 아주 열심히 했습니다만, 7, 8, 9편은 사정상 앞부분밖에 못 해봤네요. 10편은 그나마 여러 노가다들 다 뛰어놨지만 엔딩을 못 봤구요. 12편이 얼마 전에 나왔던데... 참 세월이 빠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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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파판1,2,3,5,6,7,8,10을 클리어했고 나름 재밌었기는 했지만 드래곤퀘스트에 비교될수는 없어요
    파판이란 게임은 게이머에 대한 제작자의 과욕이자 독선이자 전횡으로 변질되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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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파판6는 제인생 최고의 명작인데 음;;
    저에게는 정말 재미있었고 추억이 가득한 게임이었죠 지금도 팩을 소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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