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4-15

드래곤 퀘스트 시리즈

드래곤퀘스트를 처음 본 것은 게임월드라는 잡지였다. 일본게임순위1위라는데 대체 어떤 게임이길래 하고 봤더니 팩의 그림체가 다름 아닌 드래곤볼의 토리야마 아키라였다. 일러스트만 봤을 때는 굉장히 재미있어 보였다.

평소 RPG를 무척 하고 싶었지만 일본어가 안 돼서 멀리하고 있었는데, 게임월드에서 분석을 해 주어서 과감하게 용산에서 복사팩을 구해 왔다. 하지만 게임월드의 분석은 너무나 정보가 부족해서 일본어를 모르는 상태에서 진행하기란 무척 어려웠다. 진행이 안 되면 레벨업에서 재미를 느껴보자 하면서 전투를 주로 했지만, 반복되는 전투에 싫증을 느끼고 결국 팩을 떠나 보내고 말았다.
사실 패미콤판 드래곤퀘스트4의 그래픽수준은 그 당시 관점에서 봐도 좋은 점수를 주기가 어려워서 친구한테서 '그래픽이 이게 뭐냐, 빨랑 꺼라'라는 말까지 들었다.
드래곤퀘스트를 다시 만난 건 슈퍼패미콤에서였다. 4편 이후 2년 넘게 끌다가 슈퍼패미콤으로 나오게 된 5편은 출시전부터 게임월드와 게임챔프에서 요란한 특집기사를 내보냈다. 당시에는 슈퍼패미콤이 없어서 군침만 삼켰는데, 분석을 보면서 스토리가 참 좋구나 했다.
결국 나중에 슈퍼패미콤과 백업머신인 UFO를 사고, 드래곤퀘스트5를 디스켓으로 복사해서 즐기게 되었다. 어린 주인공과 아버지가 배를 타고 항구마을에 갈 때 나오는 음악에서 나는 감명을 받았고, 이것이 드래곤퀘스트에 대해 좋은 느낌을 갖는 계기가 된다.

5편의 그래픽은 슈퍼패미콤 게임으로서 좀 아쉽지만, 스토리만큼은 역대 최고였다고 생각한다. 어린 꼬마 주인공이 나이를 먹으며, 갖은 고생 끝에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하는, 한 사람의 일생을 다룬 RPG는 그렇게 흔치 않다. 개인적으로도 드퀘 시리즈 중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5편의 엔딩을 보고 큰 감동을 받은 나는 MSX에뮬로 1편을 해 보기도 했는데, 그래픽이나 스토리나 많이 부족한 감이 있었다. 1편의 경우는 완전 일본RPG초심자를 위한 게임이었다. 짧고 내용도 간단하다.
추후에 좀더 나은 그래픽으로 나온 슈패판 1&2편 리메이크를 한 뒤, 패미콤 에뮬로 3편을 잡았다.
3편도 굉장히 재미있게 해서, 나중에 훨씬 나은 그래픽으로 리메이크된 슈패판 3편마저 엔딩을 봐 버렸다. 3편은 게임보이판으로도 중반부까지 해봤다. 같은 게임을 세 기종으로 플레이한 것도 이 게임이 유일하다.
그리고 그 옛날 떠나 보냈던 4편을 에뮬로 다시 시작하여 엔딩을 보았다. 4편은 각 장의 주인공과 스토리가 다 다르고 마지막 장에서 모두 만나는 옴니버스 형식이었는데, 이 점이 참 신선했다.
6편은 나오자 마자 복사팩으로 구해서 잡지 분석도 나오기 전에 끝을 내 버렸다. 6편의 스토리도 5편만큼은 아니지만 걸작 소리는 들을만한 작품이었다.
7편은 플스가 없어서 못하고 있다가 EPSXE라는 에뮬이 나온 뒤, 돌릴 수 있었는데, 드퀘 시리즈 중 제일 지겨운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왜냐면 게임 자체가 너무나 길고, 주인공 꼬마가 전혀 매력적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중도에 포기한 것은 드퀘 시리즈 중 이것이 유일하다. 나중에 한가해지면, 천천히 해 볼 요량이다.
플스1에서는 4편이, 플스2에서는 5편이 리메이크되었는데, 4편은 스토리의 맨 앞과 뒤를 약간 보강하여 원작팬들을 기쁘게 하였다. 7편보다도 리메이크된 4편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플스2판 5편은 캐릭터들이 커다랗게 3D화되어서, 원작을 즐긴 나에겐 좀 이질감이 주었다.
플스2로 나온 8편은 엄청나게 그래픽이 파워업되었다. 사실 7편까지 드퀘는 그래픽에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는데, 이 8편은 카툰랜더링 기법을 써서 토리야마 아키라의 캐릭터들이 자연스럽게 살아 움직이는 놀라운 그래픽을 보여 주었다.
다만, 스토리면에서 5편이나 6편 같은 찡한 맛이 덜해서 아쉬웠다.
드퀘는 아직까지도 시리즈가 나올 때마다 유일하게 두근거리게 하는 작품이다.

댓글 4개:

  1. 헉..그당시에 UFO라니 --; 초기에 엄청 비쌌던걸로 기억하는데요.
    마음같으면 슈퍼패미콤 갖고 싶었지만 16만원의 가격압박에
    패밀리기종을 샀던 아픈 기억이...ㅠㅠ
    게임챔프 창간호에서 드퀘 5 공략을 보고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답글삭제
  2. 제가 가지고 있던 UFO는 하이퍼였는데, 파판5, 드퀘6, 에스트폴리스전기2일어판과 대용량 게임이 안 돌아갔던 걸로 기억합니다. 슈퍼패미콤 본체보다도 비쌌죠. 하지만 그 다음부터 게임이 거의 공짜라서 본전은 다 뽑았다고 봅니다. 나중에 슈패에뮬이 막강해지자 슈패+UFO 해서 9만원에 중고로 팔았습니다.

    답글삭제
  3. 제게 rpg가 뭔지를 가르쳐준 시리즈입니다. 처음 접한 건 4편이었지요. 사실 1,2편은 플레이해보질 못했는데 아무튼, 짧은 일어 실력에 하는둥 마는둥 하다 친구녀석이 준 a4용지 공략집을 봐가면서 열심히 플레이 했었죠. DQ5 또한 당시 10만원 가까이 되는 보따리 가격에도 불구하고 형, 동생 꼬셔 어렵게 구했었는데 5편이 제게는 최고의 작품이었습니다. 6,7편도 즐겨왔고 소장 중이죠. 8편은 구입해놓고 아직 손을 못 대고 있습니다. 이상하게 DQ시리즈는 손을 댔다하면 끝을 봐야 되더라구요. 플레이 하다가 패드를 쥐고 잠이 들 정도로 열심히 하게 되는 시리즈죠.

    답글삭제
  4. 아.. 저도 어릴 때 슈퍼패미콤을 정말 사고 싶었던 기억이 나네요. 결국 플스의 시대가 되었을 때야 겨우 고물 슈패를 빌려서 FF6을 즐겼었죠. UFO라니 정말 오랜만에 듣는 이름입니다^^

    답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