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3-22

MSX1으로 즐겼던 80년대 게임

하이퍼 스포츠 (코나미 1984년)
백화점에서 롬팩으로 재믹스와 함께 팔곤 했던 게임이다. 올림픽을 소재로 여러 종목에 도전할 수 있다. 제한된 시간 안에 버튼을 빨리 많이 누르면 기록이 좋아지는 완전 막노동 게임. 키보드를 혹사시켜서 방향키 버튼과 스페이스바가 고장나는 주원인을 제공했다.





로드런너 (소니 1984년)
당시 유행하던 게임이다. 애플 쪽에서 인기가 있던 게임인데, 유명해져서 MSX에도 이식이 되었고 후속작도 아주 많다. 적을 피해서 금괴를 다 먹으면 한 스테이지가 끝난다. 땅 파는 기술을 잘 이용해서 적을 매장시키고, 금괴를 얻어야 하는데, 그 땅 파는 기술에는 제한이 있어서, 머리를 좀 써야 한다.




쿵후 (코나미 1985년)
스트리트파이터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는 격투대전게임이다. 오락실판도 존재했는데, 그래픽면에서는 오락실판이 더 나았다. 배경음악과 효과음이 게임에 너무나 잘 어울린다. 적 캐릭터들도 개성이 뚜렷해서 재미있다. MSX1 최고의 격투게임이라 생각한다. 나중에 2편도 나오는데, 게임형식도 다르고, 1편의 아기자기함이 많이 죽어서 그다지 좋아하진 않았다.




펭귄군 워즈 (아스키 1985년)
자기 구역에 있는 공을 모조리 상대편 진형으로 보내면 이기는 이색 스포츠 게임. 공으로 상대방을 맞춰서 쓰러뜨리고 그 틈에 공을 던져야 쉽게 클리어할 수 있다. 세 번째판 상대가 너무 어려워서 항상 졌던 기억이 난다. 나중에 어마어마하게 파워업되어서 MSX2로 2편이 등장하는데, MSX1 사용자인 나는 군침만 삼킬 수밖에 없었다.



코나미 복싱 (코나미 1985년)
때리는 맛이 일품인 복싱 게임. 캐릭터의 표정이 인상적이다. 다운시킬 때가 통쾌해서 자주 했다. 첫 번째 두 번째 상대는 연습하면 쉽게 이기는데, 세 번째 복서는 강하다. 엔딩은 없는지, 무한반복~






마크로스 (보스텍 1985년)
사실 이 게임은 슈팅게임으로서는 정말 심심하고 따분하다. 단순한 적들의 패턴이 별다른 굴곡없이 계속된다. 그래도 이 게임을 했던 것은 당시 마크로스 극장판에 미쳐 있었고, 무엇보다 타이틀화면에 흘러나왔던 린민메이의 '사랑 기억하고 있습니까?'의 멜로디가 좋았기 때문이다.




랩틱2 (dB소프트 1985년)
MSX게임 중 제일 많이 했고, 제일 좋아했던 게임이기도 하다. 적들을 요리조리 피해서 물음표 블록을 전부 밟으면 스테이지 클리어. Pow 블록을 밟으면 무적모드가 되어서, 그동안 적에게 받은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다. 적캐릭터 중에 모아이가 아직도 기억나는데, 주인공만 보면 곧장 날라와서 납작하게 만드는 무식한 놈이었다. 나중에 나오는 적캐릭터인 도마뱀을 이용해서 이놈을 잡아먹히게 할 수 있는데, 그때는 이렇게 할 수 있는 건 세상에 나밖에 없을 거라고 자찬하기도 했다.

블랙오닉스 (아스키 1985년)
나의 첫 RPG. 조잡하게 번역한 메뉴얼이 들어있는 패키지 테이프를 게임업체에서 몇 천원 정도 주고 산 기억이 난다. 당시 RPG라는 장르에 무한한 호기심을 갖고 있던 나에게 이 게임은 대단히 신비스런 존재였다. 비록 아이큐1000에 일본어롬이 없어서 일본어가 다 깨져서 나왔지만, 그래도 재밌다고 열심히 한 기억이 난다. 돌아다니다가 다른 캐릭터를 만나면 동료로 하거나 싸움을 걸 수 있는데, 그 캐릭터들이 다 살아있고 생각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빠져 있었다. 하지만 세이브/로드 개념을 이해하지 못해서 맨날 처음부터 다시 했으니 레벨은 늘 1~2였다.
지금 보면 스토리도 전혀 없는 심심하지 그지 없는 RPG지만, 액션게임에만 몰두했던 나에게 이 게임은 신선한 바람이었다.

구니스 (코나미 1986년)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를 바탕으로 만든 작품. 신디로퍼가 부른 주제곡을 배경음악으로 썼는데, 상당히 좋았다. 보기보다 어렵고 길찾기가 쉽지 않다.







덱스터 (Game earts 1986년)
전투기로 변신되는 로보트가 등장하는 게임. 배경음악이 암울하다. 게임은 지금 봐도 상당히 센스가 있다. 로보트로 싸우다가 전투기로 변신해서 좁은 틈을 통과할 때는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나중에 2편이 나오는데, 디스크드라이브판으로 나와서 그냥 군침만 흘렸다.





마법사 위즈 (소니 1986년)
당시 문방구 앞에 있는 50원짜리 미니 오락기에도 많이 탑재되어 있던 게임. 캐릭터도 그렇고 배경도 그렇고 대단히 독특하다. 보기보다 단순하지 않아서, 아이템을 잘 사용해야 한다. 보스로 용이 나오는데, 새를 쓰면 그 새가 보스가 뿜는 불덩이를 다 막아 주었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그 새가 어찌나 기특해 보이던지...
MSX 저용량 게임의 걸작이라고 생각한다.



알파로이드 (Pony Cannon 1986년)
보통은 슈팅이다가 행성의 분화구 속으로 들어가면 대전격투게임으로 돌변한다. 날라차기로 공격하면, 상대방 로보트가 뒤로 날라가는데, 그게 상당히 박진감이 있었고 통쾌했다.







캐슬 엑설런트 (아스키 1986년)
적을 피해서 열쇠를 먹고 문을 열어 지도를 완성시키는 게임이다. 주인공이 날아다니는 폼이 당시 유행하던 홍콩영화 '영환도사'의 강시와 비슷해서 영환도사라고 부르기도 하였다. 게임의 질은 두말할 필요없는 걸작이다.






마성전설1 (코나미 1986년)
재믹스가 발매되었던 시절 대단히 인기 끌었던 종스크롤 슈팅 게임. 음악이 좋았고, 난이도도 상당했던 것 같다. 이 게임을 끝까지 갔다는 사람이 내 주위엔 없었다. 나도 많이 가야 2스테이지 정도.







그라디우스2 (코나미 1987년)
MSX의 확장램팩인 재미나카드를 샀더니 번들로 끼워 주었던 슈팅게임. 테이프로 되어 있어서 실행되는데, 무려 20분을 기다려야 했다. 당시 기존 게임들보다 고용량인 이른바 '메가게임' 중의 하나였다. 파워업아이템을 먹으면, 무기를 선택해서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점이 재미있었고, 보스 전함을 물리친 뒤, 전함 내부로 들어가면 새로운 스테이지가 나오는 등, 아이디어가 대단히 좋았다. 또한, 코나미사의 다른 메가게임 롬팩과 같이 끼우면 게임에 변화가 생기는데, 꿈의 대륙과 합체하면, 전투기 메탈리온의 모습이 펭귄으로 바뀌었다. 내가 갖고 있었던 것은 재미나사에서 데이터를 조작했는지, 이미 펭귄으로 바뀐 버전이었다. 게임은 난이도가 상당해서, 결국 엔딩을 보진 못했다. 하지만 메가게임은 난생처음이었고, 확실히 기존의 저용량 게임과는 차원이 다른 그래픽과 음악을 보여 주었기 때문에, 갖고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나중에 테이프가 늘어나는 바람에 버리게 되었지만...-_-

마성전설2 가리우스의 미궁 (코나미 1987년)
메가게임롬팩을 사기 위해 1년간 용돈을 열심히 모았는데, 파로디우스를 살까 마성전설2를 살까 고민하다가 마성전설2가 더 오래 놀 수 있을 거 같아서 사게 되었다. 비싼 돈 주고 사는 게임이었기 때문에 오래 놀 수 있느냐 없느냐는 나에게 중요한 문제였다. 이 묵직한 롬팩은 나의 재산목록 1호였고, 게임도 그 기대를 충족시킬 만큼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었다. MSX1의 최고 걸작이 아닐까 싶다. 다만, 그때 엔딩을 보지 못한 게 한으로 남아 있다.

2006-03-18

게임 인생 인터뷰

1. 당신이 머리털나고 처음으로 갖게 된 게임기는?
- 영실업의 PACMAN. 당시 TV광고로 붉은 조라를 잡아라~ 라고 하는 애니메이션 광고가 있었음.
게임기도 PACMAN과 비슷하게 생겼음. 점수를 더이상 표기할 수 없는 자릿수로 만들면 엔딩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면서 열심히 했지만, 조라의 속도가 점점 빨라져서 포기.


2. 지금까지 보유했었던 게임기는?
- 패미콤, 메가드라이브, 슈퍼패미콤, 게임보이, PC엔진 DUO, 플레이스테이션2

3. 당신에게 최고의 게임기을 꼽는다면?
- 슈퍼패미콤 + UFO(롬팩게임을 플로피디스크로 카피해서 할 수 있는 기계)
슈퍼패미콤에 좋아하는 RPG가 많았고, PC통신 등에서 게임파일을 내려받아 UFO로 돌리곤 했음.


4. 현재 보유하고 있는 게임기는?
- 없음. 전부 PC의 에뮬로만 하고 있음.

5. 당신이 지금껏 해 온 게임 중 BEST5를 꼽으라면? 그리고 그 게임을 꼽은 이유는?
- 드래곤퀘스트5 - 한 사람의 인생을 그린 내용도 좋고, 아기자기한 분위기가 마음에 듬.


이브 버스트 에러 - 치밀한 시나리오, 예상치 못한 범인의 정체.

파이날판타지7 - 반전있는 스토리가 멋졌고, SF틱한 분위기도 마음에 들었음.

데아보리카 - 성인게임이지만, 시나리오가 좋고, 뭐라 정의하기 힘든 독특한 분위기가 좋다.


헤라클레스의 영광3 - 모험이 파란만장하고, 알기 쉬운 시스템. 마지막 반전이 대단한 RPG.

6. 당신이 가장 선호하는 장르와 그 까닭은?
- 역시 RPG. 다른 세상에서 모험하는 느낌을 좋아하고, 스토리가 재미난 것들이 많아 감정이입도 쉬워서. 또, 대사가 많기 때문에 외국어공부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

7. 엔딩을 보고 가장 큰 감동을 느꼈던 작품은? 그리고 그 까닭은?
- 이브 버스트 에러... 범인의 정체가 오히려 슬펐음. 중간에 여자 캐릭터의
아버지가 죽는 장면이 나오는데, 난생처음으로 게임하면서 눈물 날 뻔 했음.

- 데자이어... 마지막에 반전이 있는데, 그것이 매우 인상적이었음.

8. 지금까지 해 온 게임 중에서 음악이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작품은?
- 메가드라이브의 엘리멘탈 마스터. 특히 엔딩송은 사운드테스트 들어가서 매일 헤드폰으로 듣곤 했음.

9. 지금까지 해 온 게임에 등장하는 인물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인물은?
- 호죠 마리나 (이브 버스트 에러)
섹시하고, 덤벙댈 듯 하면서도 의외로 냉정한 면도 있는 여자 요원.

10. 마지막으로 당신에게 게임이란?
- 일본어를 배우게 된 계기 중 하나. 결국 그것으로 밥먹게 되었지만, 앞으로도
게임이 인생에 도움이 될런지는 두고 봐야...
2006-03-17

MSX와 나

초등학교 시절, 대우에서 나온 MSX1기종인 8비트 컴퓨터 아이큐1000을 1년동안 끈덕지게 어머니를 졸라서 중고로 간신히 구입하였다. 중고가 10만원이었는데, 당시로서는 큰 마음을 먹어야 하는 비싼 가격으로 기억된다.


아이큐1000은 키면 바로 베이직 입력 상태가 되는데, 부팅시간이 4~5초로 거의 없다시피 했다. 나중에 같은 8비트 컴퓨터인 애플를 만져봤을 땐 왜 부팅을 하는데 한참을 기다려야 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고, 그것이 애플을 느리고 불편한 컴퓨터로 계속 인식하는 계기가 된다. 게다가 컬러TV를 그대로 연결할 수 있는 MSX에 비해 애플은 흑백모니터가 대세였기 때문에, 더더욱 초라하게만 보였다.

사실 요즘에 쓰는 PC도 부팅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는 게 불만이다.

아이큐1000은 보조기억장치로 카셋트테이프레코더를 썼는데, 일반 테이프에다
자료를 저장하는, 대단히 뒤떨어진 방식이었다.


테이프로 게임을 하려면 최소 5분은 기다려야 했고, 대용량(?)의 게임을 실행시키려면 무려 20분이나 걸렸다.
그것도, 테이프가 늘어나거나 레코더의 헤드 상태가 안 좋으면 에러가 나서 처음부터 다시 기다려야 했기 때문에, 상당한 인내심이 필요했다.
또한 테이프에 저장된 자료들은 금방 깨지거나 유실되는 경우가 많아서 날려 먹은 자료들도 허다했다.

물론 MSX용 3.5인치 플로피디스크 장치도 팔기는 했는데, 당시 가격이 40만원이 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요즘 같으면 있어도 쓰지 않는 플로피디스크가 그 당시에는 선망의 대상이었다.
그래서 주로 테이프를 썼는데, 그때는 일반 서점에서 저용량 게임 몇 종류가 들어있는 테이프를 5000원에 팔고 있었다.

나중에 이른바 '메가게임'이라는 고용량 게임들(꿈의 대륙, 그라디우스, 람보 등)이 나왔고, 이걸 테이프로 하려면, 램용량을 늘려주는 확장롬팩을 끼워야만 했다.


게임은 역시 에러 많은 테이프보다는 롬팩으로 하는 게 빠르고 간편했다. 문제는 메가게임의 롬팩 가격이 25000원 이상 되는 고가였기 때문에, 어렸던 나는 1년동안 용돈을 모아야 간신히 하나 살 수 있었다.

그때 산 팩이 마성전설2이었고, 제작사는 다름아닌 코나미였다.


난이도가 어려워서 엔딩을 보진 못했지만, 내가 가진 유일한 팩이었기 때문에, 애착을 가지고 수십 번 도전하였다.
그때는 세이브/로드 개념을 이해하지 못해서, 하다가 죽으면, 무조건 처음부터 다시 하는 줄 알았기 때문에, 초반부만 계속 반복플레이했다. 패스워드로 그만둔 부분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을 알았다면, 엔딩을 볼 수 있었을 텐데...


마성전설2의 배경음악은 지금 들어도 상당히 괜찮고, 게임성도 상당한 작품이라 생각한다.

아이큐1000으로 주로 한 것은 게임이었지만, 컴퓨터학원에서 베이직 언어를 배우기도 하였다. 베이직 언어를 배운 것도 사실은 게임을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었는데,
그때 책 짠 프로그램은 숫자맞히기 게임 같은 간단한 것이었다.
사실 베이직 언어는 느려터지고, 명령어도 제한되어 있었기 때문에, '마성전설' 같은 게임을 만드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나중에는 베이직 게임의 코드가 실려 있는 책을 사서 며칠동안 입력한 뒤, 테이프에 저장해서 게임을 즐기곤 했다.

물론, 그 게임들의 수준은 판매되는 게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유치했지만,
힘들게 쳐서 실행하는 게임이라 애착은 남달랐다.

얼마 뒤에 대우에서 MSX2급인 아이큐2000이 나왔는데, 내가 가지고 있는 아이큐1000보다 더 재미있는 게임들을 지원했기 때문에, 대단히 갖고 싶었다. 하지만, 돈이 없어서 살 순 없었고, 컴퓨터 학원에서 두들겨 보는 데 만족해야만 했다.


MSX2가 나오자, MSX1용으로 발매되는 게임이 점점 줄어들고, 디스크드라이브전용 게임도 많아져, 아이큐1000은 나에게서 외면받기 시작했고, 만지는 시간도 점차 줄어들게 되었다.

결국 몇 년 뒤, 나의 첫번 째 컴이었던 아이큐1000은 먼지를 먹은 채, 이사할 때 버려지게 되었고, 나중에 패미콤을 살 때까지 게임과도 잠시 작별하게 되었다.

2006-03-02

포토피아 연속 살인 사건

 
기종 : 패미콤
제작사 : 에닉스
발매일 : 1985년 11월 29일
Play : PoketNester

패미콤 최초의 커맨드 선택형 어드벤처 게임.초창기 어드벤처 게임답게 그래픽이 매우 소박하다.
하지만, 보기와는 다르게 어드벤처의 요소는 충실히 갖추고 있으며 후반에는 지하미로가 나오는 등 아주 가볍게만 볼 수 없는 게임이다.

간단해 보이면서도, 난관이 있어서 공략본 없다면 일본어를 안다 해도 깨는 건 쉽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범인의 정체가 너무도 의외인데 그게 너무 황당하고 갑작스러워서 오히려 맥이 빠지는 결말이었다.
한 번 재미삼아 해 본 짓이 범인을 밝혀내는 단서가 되어 버린다. 쇠발에 쥐잡기 격으로 범인을 잡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패미콤 최고의 반전 게임일지도...

드래곤퀘스트의 시나리오로 유명한 호리이 유지(堀井雄二) 씨가 원작자라는데 드래곤퀘스트의 소박하고 아기자기한 맛이 이 게임에서도 느껴진다.

좋다고도 나쁘다고도 할 수 없는 알쏭달쏭한 게임이지만, 당시, 어드벤처는 신선한 장르였고, 마지막 반전 때문에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 매니아들이 많아 수작으로 인정 받고 있는 것 같다.

첫 화면. 때리거나 옷을 벗기는 명령도 있다.(-_-;)
결정적인 증거가 숨겨진 지하미로. 엔딩은 기대하지 말자. 게임은 과정이다.
2005-12-27

2005년 일본 출장기 첫째 날~둘째 날

일본 첫째 날
2005년 12월 16일 (금)
점심시간에 집에 가서 옷가지와 노트북, 디카 등을 챙긴 다음, 5시에 일을 마치고
부장님과 회사를 나섰다.

지하철로 영등포구청에서 갈아타고 한 열 정거장 넘게 가서 김포공항으로 갔다.
김포공항은 인천공항에 견주어 좀 지저분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상당히 깨끗했다.
하지만 역시 규모는 인천공항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ANA항공에 가서 탑승수속을 마치고 비행기티켓을 받아왔다.
부장님을 적당한 곳에 않혀 놓고 난 아래층으로 내려 가서 환전을 하기 위해 돈을 뺐다.

현금이 워낙 많이 뽑아서 손으로 잡고 있는 게 힘들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사람들 시선도 신경쓰였다.

바로 옆의 신한은행 환전소에서 모조리 일본돈으로 바꿨는데, 지폐수가 대폭 줄어서 편했다.
하지만 그 많던 돈이 일본돈으론 겨우 요정도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김포공항은 인천공항과 달리 공항이용료가 필요없었다.
그럼 세금 없이 36만원으로 일본을 왕복하는 건이니 상당히 싼 것이다.
출입국신고서도 9월부터 법이 바뀌어 출국신고서만 쓰면 된다고 했다.

별다르게 할일이 없어서 위로 올라가 고급스러워 보이는 레스토랑으로 들어갔다.
비싸보여서 잠깐 멈칫 했지만, 특별히 다른 식당도 보이지 않고, 부장님이 들어가자고
해서 그냥 들어갔다.

난 최저가 8000원인 새우볶음밥을 골랐고, 부장님은 만원짜리 북어국을 골랐다.
레스토랑은 돈많은 사람이 올 거 같은 분위기로 종업원들 옷이나 분위기가
고급스러웠다. 깔끔해서 좋긴 하지만, 이런 분위기는 편하지 않다.

새우볶음밥은 꽤 맛이 있었고 반찬으로 나온 김치도 좋았다.

이런 저런 얘기하면서 천천히 식사를 했다. 그 얘기 중에는 18일이 자기 생일이라며
파티해야 한다고 은근히 강조하셨다. -_-; 매우 독특한 분이다.

식사를 마치고, 부장님을 레스토랑에 남기고 아래층에서 저자선물용 김을 샀다.

원래 면세점에서 사려고 했는데 하필 공사중이었기 때문이었기 때문에 공항 안의
가게로 들어가서 대장금을 포장지로 쓰고 있는 조그만 김 세트를 골랐다.
가게 직원이 샘플 김을 먹여주면서, 일본말로 김 종류에 대해 설명하길래
난 "한국인이에요"라고 했다.

다시 레스토랑으로 가서 식대 계산을 했는데, 직원이 또 일본말로 말을 걸었다.
아무래도 내 외모가 일본사람 느낌이 나는 것 같다.
나중에 계산서를 보니 음식값 이외에 봉사료 900원과 부가세 1890원이 붙어 있었다.
열나 비싸군. -_-;

비행기 출발시간(8시20분)은 아직 한 시간 정도나 남았다. 일단 출국로로 들어가서
공항 검색대를 통과하고 36번 게이트에서 비행기를 기다렸다.

부장님이 비행기가 공중에서 폭파될 확률이 얼마나 되냐고 꽤나 진지한 얼굴로
물어봤다. 난 "농담하시고 있는 거죠?"라고 웃으며 말했다.
부장님은 나중에 비행기 안에서도 비행기 사고 확률에 관해 걱정스런 얼굴로 얘기하셨다.

8시가 좀 넘어서 비행기를 탔는데, 이코노믹 좌석이라 그런지 좀 좁았다.
스튜디어스들은 키는 컸지만, 외모는 그냥 그랬다. 그래도 일본인 특유의 싹싹함이나
친절함은 몸에 베어 있었다.

기내식은 시간이 저녁식사 후라서 그런지, 샌드위치 세 조각과 김, 쵸코칩, 야채 정도로 간단했다.
부장님은 안 먹고 가지고 간다고 하셨는데, 기내식은 밖으로 못 가지고 가게 되어 있어서 그냥 다 먹어버리기로 했다.
난 이것과 맥주를 골라 다 뱃속으로 넣어버렸다.
오늘의 식사는 이걸로 끝이군.


10시20분 정도에 일본 하네다 공항에 도착했고, 비행기에서 내려 공항 안까지 가는 셔틀버스를 탔다.


내리자 마자 화장실로 갔는데, 그 때문에 수속 줄의 거의 뒷줄에 서게 되었다.
외국인입국수속 신고서를 일본인 여직원이 나누주면서 설명하고 있었는데, 신고서 샘플에 있는 한글 중 "남자"가 "난자"로 적혀 있어. 부장님이 정정해주자고 했다.
난 그럴 생각은 없었지만, 부장님이 다가가서 여직원에게 말을 걸길래, 일본말로 통역해주었다. -_-;
"난자"라니 웃기긴 하다.

30분 정도 걸려서 입국수속을 마쳤다.
나올 때 일본 공항 직원이 영어로 일본에 왜 왔는지 물어보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날 일본인처럼 보는데, 일본인들은 날 자기 나라 사람으로는 보지 않는 것 같다.

난 일본어로 말해달라고 했고, 직원은 관광으로 왔냐고 했다.
내가 비즈니스로 왔다고 하니, 어떤 일로 왔는지 구체적으로 묻길래, 일본 회사와 상담이 있다고 했다. 까다롭기는...

공항과 지하철이 연결되어 있는 줄 알았는데, 직원이 우선 밖에 있는 무료버스를 타야 한다고 해서 그걸 5분쯤 타고 터미널로 갔다. 그곳 지하1층으로 가서 모노레일 표를 샀다.

하네다에서 모노레일로 하마마츠쵸까지 가서 야마노테선(신주쿠행)으로 갈아타는 표를 자동판매기에서 샀다.
일단 버튼을 두 번 정도 먼저 눌러야 가격이 나오는 약간 생소한 방식이었지만, 위의 노선별 가격표를 보고 표를 구입했다.
신주쿠까지 660엔...(약 6천원) 역시 교통비가 비싸다.

표를 사고 걸어가려 하는데, 젊은 여자 유학생 애들이 "익스큐즈미"라고 말을 걸었다.
내가 "한국인이죠?"하니 웃으면서 표 사는 방법 좀 알려달라고 했다.
나도 생소해서 자신은 없었지만, 내가 샀던 방식을 알려주었다. 여자애들은 무사히 표를 구입하였다. 목적지가 신오쿠보라고 하는데, 거긴 내가 어학연수받았던 곳이라 반가운 마음도 있었다.

다른 여자애는 나한테 모노레일 티켓을 보여주면서 "이거 모노레일 전용이에요? JR선도 이용할 수 있어요?"라고 물어보았다.
내가 전용이라고 했더니 여자애는 울상을 지으며, 매표소로 가서 표를 다시 바꿨다.

시간이 벌써 11시가 넘었다.
모노레일을 타고 한 15분쯤 걸려 하마마츠쵸까지 갔다. 밖으로 일본의 밤거리가 보였는데, 역시 거리에 휴지 하나 없이 깨끗했고 건물도 정돈되어 보였다. 이래서 선진국이지...하고 생각했다.

하마마츠쵸에서 약간 헤매다 직원에게 물어서 야마노테선으로 갈아탔다.
모노레일과 JR선은 운영주체가 달라서 야마노테선 입구에서 또 표를 넣어서 체크하게끔 되어 있었다.
우리나라 지하철의 표는 표 하나로 들어갈 때 한 번, 나갈 때 한 번 찍으면 그만인데, 일본에서는 신주쿠까지 가는 동안 네 번이나 기계에 표를 통과시켜야 했다.

신주쿠역에서 내려서 서쪽 출구로 나갔다. 시간이 벌써 자정을 넘었고 짐도 무거워서 택시를 타기로 했다.
택시 기본요금이 650엔였는데, 뉴시티 호텔까지 거리가 가까워서 기본요금만으로 해결되었다.
이 정도 거리면 내일부터 지하철 탈 때는 걸어다녀도 되겠다.

호텔에 도착해서 방열쇠와 식권을 받고 13층 방으로 들어왔다.


텔레비전을 켜니 화들짝! 어른 영화가 나오고 있었다. 이런 걸 공짜로 보여주나..? 라고 생각했는데, 돈 안내면 1분 뒤에 화면이 검게 되었다.

리모콘이 참 웃긴데, 유료채널을 유료버튼 하나만 누르면 자동으로 과금이 되어 볼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난 처음에 멋모르고 그걸 눌렀다가 1300엔이 과금된다는 안내서를 보고 서둘러서 일반채널로 돌려버렸다. 5번 누르면 과금이 된다는데, 어쩌면 과금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젠장.. 뭐 이런 호텔이 다 있담.

일본방송을 보니 아유미가 나와서 한국가수도 소개하고, 김선아와 초난강의 인터뷰도 있었다.
확실히 한류이긴 한가 보다.

난 피곤해서 짐을 아무렇게나 던져놓고 목욕물 받아 샤워한 뒤, 노트북을 세팅한 다음, 텔레비전을 보다가 그대로 잠이 들었다.



일본 둘째 날
2005년 12월 17일 (토)
낑낑대며 들고 온 노트북, 이글은 이놈으로 썼다.


7시쯤에 일어나서 텔레비전 좀 본 다음 샤워를 했다.
일지를 쓴 다음, 9시에 부장님에게 식사하자고 문을 두드렸다.

식사는 뷔페식이었는데, 빵도 있었고 일본 음식도 있었다.
난 주로 고기를 많이 골랐고 디저트로 떠먹는 요구르트를 추가했다.


비교적 만족스럽게 식사를 끝내고, 일본서점인 기노쿠니야로 갈 채비를 했다.
일단 구경도 할 겸 걸어서 가기로 했는데, 중간쯤 가니까 부장님이 힘들어 하셔서 결국 택시를 탔다.


걷는 도중에는 어떤 아줌마가 도쿄도청 어딨냐고 물어봤는데
다행히 지나왔던 길이라 알려줬다.
외국인한테 길을 묻지마세요..-_-;

택시를 타니 기본요금만으로 금방 기노쿠니야 본점으로 도착했다.
일본의 택시는 10대 중 7대 정도가 네비게이션이 달려 있었고, 무엇보다 문이 자동이었다.
손님이 문을 열고 닫을 필요없이 운전자가 조작해서 열게 되어 있다.
하지만 자동문을 여닫는데 아주 약간 시간이 지체되는데,
우리나라 택시에 도입한다면 기사가 다들 성질이 급해서 짜증낼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손님이 실수로 문을 잘못 닫을 가능성이 적기 때문에 자동문이 더 안전할 것 같다.

기노쿠니야는 우리나라 교보문고나 영풍문고보다는 규모가 작아서 서점으로서는 그리 대단치 않았다.

대충 책을 고르고 나니 점심식사 때가 되었다.

그 주변은 전자제품이나 각종 물품을 파는 곳은 많았는데
의외로 음식점이 없어서 찾는 데 10분 정도 걸렸다.

덮밥집에 들어가서 부장님은 카레덮밥+우동세트를 시키고 나는 튀김덮밥+우동세트를 시켰다.


우동은 좀 단맛이 났지만 먹을만 했다.
하지만 부장님은 입에 맞지 않은지 많이 남기셨다.
부장님이 일본음식 처음이라 그렇다고 주인할머니에게 전해달라고 해서
그대로 전하니 할머니가 오히려 미안해했다.
주인할머니는 인상이 좋아보였고, 일본사람답게 손님을 대하는 자세가 되어 있었다.

좀 친근해져서 신주쿠에 뭐 볼만한 사찰 같은 거 없냐고 물어보니
신주쿠에는 그런 게 없다고 했다. 그래서 신주쿠교엔은 어떠냐고 물었더니
괜찮다고 해서 위치를 물어보고 그곳으로 가기로 했다.

신주쿠교엔 바로 옆에 도쿄 길 정보관이라는 곳이 있었는데, 직원할아버지 한 명이 있었다.


할아버지에게 신주쿠 주변에 뭐 볼만한 거 없냐고 물었더니
교엔 이외에는 없단다... 아무래도 볼거리가 있는 곳은 전철 타고
나가 봐야겠다.

신주쿠교엔은 공짜가 아니라 입장료가 어른 200엔이었다.


들어가보니 널직하고 나무가 많은 공원이었다.
벚꽃이 많았는데, 제철이 아닌지라 멋진 모습은 볼 수 없었다.
하지만 곳곳에서 한가로이 잠자는 사람이나 가족들의 모습은 행복해보였다.


남자들끼리보다는 연인끼리 걸으면 더 좋은 곳이다.
앞에서 어떤 남녀가 손붙잡고 가고 있었는데 그 모습을 보니
아주 부럽기도 하고 외롭다는 감정이 스쳐지나갔다.


신주쿠교엔 반대쪽문으로 나와 좀 걷다가 택시를 타고
호텔로 돌아와서 1시간 쉬기로 했다.

근데 택시운전사들이 뉴시티 호텔을 모른다. 근처의 워싱턴 호텔은
알면서 그쪽은 전혀 유명하지 않은 모양이다.

호텔에서 1시간 반 정도 쉰 뒤, 오다이바로 갈까 하다가
너무 멀어서 주변의 가부키초를 구경하기로 하고 호텔에서 운영하는
신주쿠역행 버스를 타고 나갔다.

신주쿠역은 사람도 많고, 굉장히 넓어서 길 찾기가 쉽지 않았다.
좀 헤매다가 가부키초로 갔는데, 호스트바나 카바레 등 유흥업소가 여럿 보였다.
하지만, 생각보다 볼 건 없었다.

근처에는 호텔이 많았는데, 차라리 이쪽으로 호텔을 잡았으면 더 편했을 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돌아다니다가 음식점을 물색했는데, 마음에 쏙 드는 곳이 없어서 많이 걸었다.
결국 골목길의 조그마한 라면집으로 들어가서 어쩌구 라면과 맥주를 시켰는데, 느끼하고 맛이 없어서 완전 실패였다.
차라리 점심때 먹었던 덮밥 세트가 더 나았던 거 같다.
나는 그래도 라면을 다 먹었는데, 부장님은 영 입에 안 맞았는지 20%도 못 드시고 나왔다.

그래서 근처에 회전초밥집이 보여서 식사를 제대로 못했으니 저기 가자고 부장님께 권했다.

초밥 가게에서 여종업원이 하는 일본말을 들으니 어쩐지 한국사람 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역시 한국사람이었다.
종업원 2~3명 정도가 한국인인 거 같았다. 아마도 유학생인 듯 하다.
이쪽 가부키초 근처는 한국간판이나 한국인 알바생이 많아서 마치 한국에 온 거 같은 느낌이 들었다.

회전초밥은 한접시 130엔 정도(초밥 2개 들었음)에 팔았는데 맛은 괜찮았다.
여기다 부장님이 술을 원해서 맥주를 시켰다.

나는 라면을 다 먹은 상태라 초밥이 그리 땡기지 않았다. 그래서 부장님께 난 됐으니 마음껏 드시라고 했는데, 부장님은 내가 잘 안 먹으니, 눈치만 보면서 적극적으로 드시질 않았다.

그래서, 난 억지로 두 접시 정도 먹었는데, 젓가락질이 서툴러서 밥과 회를 작별하게 만들기도 했다.

결국 나와 부장님은 네 접시만 먹고 나왔다.

다시 신주쿠역 서쪽 출구로 나와서 호텔행 무료 버스를 타고 돌아왔다. 저녁 7시정도 된 거 같다.
부장님은 술을 좋아하시는지 호텔에서 맥주 살 수 없냐고 물었다. 그래서 프런트에 물어보니 4~5층 자동판매기에 있다고 했다.
부장님한테 알려드리고 나는 10분에 100엔짜리 인터넷전용 PC로 만날 사람에게 일본에 있다는 메일을 보내고 다시 올라갔다.

부장님은 술안주도 가져왔는데 맥주 같이 마실 수 없냐고 권했다.
난 못이기는 척 승락했고, 결국 부장님 방에서 맥주와 한국에서 가져온 안주를 먹었다.
회사에 관해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큰 캔으로 3캔 정도 마셨다.

11시쯤에 방으로 돌어와서 곯아 떨어졌다.
내일은 계획을 잘 짜서 좋은 곳을 많이 돌아다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