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2-05

개조판 드래곤 퀘스트 2 - DQ 32

<DQ 32>는 나카노히토(中の人)라는 일본인이 만든 개조롬입니다. 슈퍼패미컴판 <드래곤 퀘스트 3>를 대폭 개조해서 <드래곤 퀘스트 2>를 다시 만든 것이지요. 3편 롬을 IPS 파일로 패치하면 2편으로 바뀌는 괴작입니다. 슈퍼패미컴에 2편이 이미 있는데 왜 만들었느냐? 슈퍼패미컴판 3편의 그래픽과 시스템으로 2편을 보강해서 재현하는 게 목표였다고 하네요.
기존 <드래곤 퀘스트 2>와 차이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AI 전투와 몬스터 도감 추가

-데리고 다닐 수 있는 동료 추가(사말토리아 왕자 여동생 등)

-4인 파티 중 동료 1명은 루이다 주점에서 자유롭게 영입 또는 제외 가능하며, 다마 신전에서 직업을 바꿀 수도 있음

-슈퍼패미컴판 2편과 3편에 없었던 전투용 특기 다수 추가

-작은 메달, 몬스터 금화 수집과 보상 추가

-서브 퀘스트 추가(퀘스트 길드에서 일거리 받음)

-신규 지역 다수 추가

-주사위 놀이장 추가

-엔딩 후 추가 요소

2018년 10월 0.95 버전을 마지막으로 개발자의 홈페이지가 사라졌지만, 현 버전으로도 즐기기 충분한 완성도입니다. 아무런 문제 없이 엔딩까지 갈 수 있습니다.

오래 전에 게임보이판과 슈퍼패미컴판을 즐긴 적이 있어서, 이번엔 개조판으로 해봤습니다.

하곤의 공격으로 문부르크가 멸망하는 오프닝이 충실히 재현되어 있고, 시작하면, 슈퍼패미컴용 3편처럼 질문을 통해 캐릭터가 생성됩니다.

로레시아에는 루이다의 주점이 있으며, 초반이 지나면, 여기서 새로운 동료를 생성하거나 바꿀 수 있습니다. 원작에는 없었던 요소죠. 사말토리아 왕자 여동생이 쓰러진 오빠를 구하기 위해 파티로 들어온다든가 하는 점도 신선했습니다.

원작과 달리 온천 마을 마이라에 일본색을 입혔네요. 마을 사람들 복장이나 시설이 일본 전통 온천 같은 느낌을 줍니다. 테파 마을도 마을 사람들이 인디언 부족처럼 나옵니다.

어떤 마을에는 퀘스트 길드가 있어서 서브 퀘스트를 받을 수 있습니다. 본편과 상관 없지만, 돈 벌기나 레벨업을 위해 또는 심심풀이로 즐길 수 있겠지요.

이벤트는 원작과 살짝살짝 다른 부분이 있었지만, 대체로 충실히 재현한 편입니다. 슈퍼패미컴용으로 나왔다고 해도 위화감이 전혀 없을 정도네요.

다시 즐겨본 2편에 대해 감상을 얘기하자면, 드래곤 퀘스트 시리즈 중에 가장 어렵지 않나 싶습니다. 힌트가 적어서 막히기 쉽고, 헷갈리는 미로가 많으며, 적들도 강한 편입니다. 공략 안 봤으면 도중에 포기했을 수도 있어요. 에뮬로 한다면 치트를 쓸 수 있어 좀 편하겠죠. 참고로 슈퍼패미컴 3편의 치트가 절반 이상 잘 적용됩니다.

1987년에 처음 나온 RPG여서 등장인물들의 캐릭터성은 거의 표현되지 않습니다. 스토리도 특별한 굴곡 없는 왕도물입니다. 다만, 퍼즐처럼 얽힌 실마리들을 여러 마을에서 찾아 엔딩까지 가는 과정은 굉장한 성취감을 줍니다. 힘들게 깨서인지 엔딩이 감동적이네요.

드래곤 퀘스트 시리즈가 늘 그렇지만, 엔딩 직전에 여러 마을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면서 그동안 만났던 사람들의 대사를 볼 때 감정이입이 됩니다.

개조판은 엔딩 이후에도 할 것이 있습니다. 멸망한 문부르크 왕국을 부흥시킨다든가 부활한 적을 쳐부수러 간다든가 놀거리가 많습니다.

2편은 정식 한글화로 스마트폰, 현세대 게임기로 리메이크되었지만, 개인적으로 배경과 캐릭터가 따로 노는 그래픽이 너~무 마음에 안 들어서 불호였습니다. 추억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슈퍼패미컴판의 그래픽이 가장 좋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더 진보된 모습을 보여준 이 개조판이 드퀘2의 결정판이라고 봅니다.


엔딩 본 날 - 2023년 2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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