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12-27

2005년 일본 출장기 첫째 날~둘째 날

일본 첫째 날
2005년 12월 16일 (금)
점심시간에 집에 가서 옷가지와 노트북, 디카 등을 챙긴 다음, 5시에 일을 마치고
부장님과 회사를 나섰다.

지하철로 영등포구청에서 갈아타고 한 열 정거장 넘게 가서 김포공항으로 갔다.
김포공항은 인천공항에 견주어 좀 지저분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상당히 깨끗했다.
하지만 역시 규모는 인천공항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ANA항공에 가서 탑승수속을 마치고 비행기티켓을 받아왔다.
부장님을 적당한 곳에 않혀 놓고 난 아래층으로 내려 가서 환전을 하기 위해 돈을 뺐다.

현금이 워낙 많이 뽑아서 손으로 잡고 있는 게 힘들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사람들 시선도 신경쓰였다.

바로 옆의 신한은행 환전소에서 모조리 일본돈으로 바꿨는데, 지폐수가 대폭 줄어서 편했다.
하지만 그 많던 돈이 일본돈으론 겨우 요정도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김포공항은 인천공항과 달리 공항이용료가 필요없었다.
그럼 세금 없이 36만원으로 일본을 왕복하는 건이니 상당히 싼 것이다.
출입국신고서도 9월부터 법이 바뀌어 출국신고서만 쓰면 된다고 했다.

별다르게 할일이 없어서 위로 올라가 고급스러워 보이는 레스토랑으로 들어갔다.
비싸보여서 잠깐 멈칫 했지만, 특별히 다른 식당도 보이지 않고, 부장님이 들어가자고
해서 그냥 들어갔다.

난 최저가 8000원인 새우볶음밥을 골랐고, 부장님은 만원짜리 북어국을 골랐다.
레스토랑은 돈많은 사람이 올 거 같은 분위기로 종업원들 옷이나 분위기가
고급스러웠다. 깔끔해서 좋긴 하지만, 이런 분위기는 편하지 않다.

새우볶음밥은 꽤 맛이 있었고 반찬으로 나온 김치도 좋았다.

이런 저런 얘기하면서 천천히 식사를 했다. 그 얘기 중에는 18일이 자기 생일이라며
파티해야 한다고 은근히 강조하셨다. -_-; 매우 독특한 분이다.

식사를 마치고, 부장님을 레스토랑에 남기고 아래층에서 저자선물용 김을 샀다.

원래 면세점에서 사려고 했는데 하필 공사중이었기 때문이었기 때문에 공항 안의
가게로 들어가서 대장금을 포장지로 쓰고 있는 조그만 김 세트를 골랐다.
가게 직원이 샘플 김을 먹여주면서, 일본말로 김 종류에 대해 설명하길래
난 "한국인이에요"라고 했다.

다시 레스토랑으로 가서 식대 계산을 했는데, 직원이 또 일본말로 말을 걸었다.
아무래도 내 외모가 일본사람 느낌이 나는 것 같다.
나중에 계산서를 보니 음식값 이외에 봉사료 900원과 부가세 1890원이 붙어 있었다.
열나 비싸군. -_-;

비행기 출발시간(8시20분)은 아직 한 시간 정도나 남았다. 일단 출국로로 들어가서
공항 검색대를 통과하고 36번 게이트에서 비행기를 기다렸다.

부장님이 비행기가 공중에서 폭파될 확률이 얼마나 되냐고 꽤나 진지한 얼굴로
물어봤다. 난 "농담하시고 있는 거죠?"라고 웃으며 말했다.
부장님은 나중에 비행기 안에서도 비행기 사고 확률에 관해 걱정스런 얼굴로 얘기하셨다.

8시가 좀 넘어서 비행기를 탔는데, 이코노믹 좌석이라 그런지 좀 좁았다.
스튜디어스들은 키는 컸지만, 외모는 그냥 그랬다. 그래도 일본인 특유의 싹싹함이나
친절함은 몸에 베어 있었다.

기내식은 시간이 저녁식사 후라서 그런지, 샌드위치 세 조각과 김, 쵸코칩, 야채 정도로 간단했다.
부장님은 안 먹고 가지고 간다고 하셨는데, 기내식은 밖으로 못 가지고 가게 되어 있어서 그냥 다 먹어버리기로 했다.
난 이것과 맥주를 골라 다 뱃속으로 넣어버렸다.
오늘의 식사는 이걸로 끝이군.


10시20분 정도에 일본 하네다 공항에 도착했고, 비행기에서 내려 공항 안까지 가는 셔틀버스를 탔다.


내리자 마자 화장실로 갔는데, 그 때문에 수속 줄의 거의 뒷줄에 서게 되었다.
외국인입국수속 신고서를 일본인 여직원이 나누주면서 설명하고 있었는데, 신고서 샘플에 있는 한글 중 "남자"가 "난자"로 적혀 있어. 부장님이 정정해주자고 했다.
난 그럴 생각은 없었지만, 부장님이 다가가서 여직원에게 말을 걸길래, 일본말로 통역해주었다. -_-;
"난자"라니 웃기긴 하다.

30분 정도 걸려서 입국수속을 마쳤다.
나올 때 일본 공항 직원이 영어로 일본에 왜 왔는지 물어보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날 일본인처럼 보는데, 일본인들은 날 자기 나라 사람으로는 보지 않는 것 같다.

난 일본어로 말해달라고 했고, 직원은 관광으로 왔냐고 했다.
내가 비즈니스로 왔다고 하니, 어떤 일로 왔는지 구체적으로 묻길래, 일본 회사와 상담이 있다고 했다. 까다롭기는...

공항과 지하철이 연결되어 있는 줄 알았는데, 직원이 우선 밖에 있는 무료버스를 타야 한다고 해서 그걸 5분쯤 타고 터미널로 갔다. 그곳 지하1층으로 가서 모노레일 표를 샀다.

하네다에서 모노레일로 하마마츠쵸까지 가서 야마노테선(신주쿠행)으로 갈아타는 표를 자동판매기에서 샀다.
일단 버튼을 두 번 정도 먼저 눌러야 가격이 나오는 약간 생소한 방식이었지만, 위의 노선별 가격표를 보고 표를 구입했다.
신주쿠까지 660엔...(약 6천원) 역시 교통비가 비싸다.

표를 사고 걸어가려 하는데, 젊은 여자 유학생 애들이 "익스큐즈미"라고 말을 걸었다.
내가 "한국인이죠?"하니 웃으면서 표 사는 방법 좀 알려달라고 했다.
나도 생소해서 자신은 없었지만, 내가 샀던 방식을 알려주었다. 여자애들은 무사히 표를 구입하였다. 목적지가 신오쿠보라고 하는데, 거긴 내가 어학연수받았던 곳이라 반가운 마음도 있었다.

다른 여자애는 나한테 모노레일 티켓을 보여주면서 "이거 모노레일 전용이에요? JR선도 이용할 수 있어요?"라고 물어보았다.
내가 전용이라고 했더니 여자애는 울상을 지으며, 매표소로 가서 표를 다시 바꿨다.

시간이 벌써 11시가 넘었다.
모노레일을 타고 한 15분쯤 걸려 하마마츠쵸까지 갔다. 밖으로 일본의 밤거리가 보였는데, 역시 거리에 휴지 하나 없이 깨끗했고 건물도 정돈되어 보였다. 이래서 선진국이지...하고 생각했다.

하마마츠쵸에서 약간 헤매다 직원에게 물어서 야마노테선으로 갈아탔다.
모노레일과 JR선은 운영주체가 달라서 야마노테선 입구에서 또 표를 넣어서 체크하게끔 되어 있었다.
우리나라 지하철의 표는 표 하나로 들어갈 때 한 번, 나갈 때 한 번 찍으면 그만인데, 일본에서는 신주쿠까지 가는 동안 네 번이나 기계에 표를 통과시켜야 했다.

신주쿠역에서 내려서 서쪽 출구로 나갔다. 시간이 벌써 자정을 넘었고 짐도 무거워서 택시를 타기로 했다.
택시 기본요금이 650엔였는데, 뉴시티 호텔까지 거리가 가까워서 기본요금만으로 해결되었다.
이 정도 거리면 내일부터 지하철 탈 때는 걸어다녀도 되겠다.

호텔에 도착해서 방열쇠와 식권을 받고 13층 방으로 들어왔다.


텔레비전을 켜니 화들짝! 어른 영화가 나오고 있었다. 이런 걸 공짜로 보여주나..? 라고 생각했는데, 돈 안내면 1분 뒤에 화면이 검게 되었다.

리모콘이 참 웃긴데, 유료채널을 유료버튼 하나만 누르면 자동으로 과금이 되어 볼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난 처음에 멋모르고 그걸 눌렀다가 1300엔이 과금된다는 안내서를 보고 서둘러서 일반채널로 돌려버렸다. 5번 누르면 과금이 된다는데, 어쩌면 과금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젠장.. 뭐 이런 호텔이 다 있담.

일본방송을 보니 아유미가 나와서 한국가수도 소개하고, 김선아와 초난강의 인터뷰도 있었다.
확실히 한류이긴 한가 보다.

난 피곤해서 짐을 아무렇게나 던져놓고 목욕물 받아 샤워한 뒤, 노트북을 세팅한 다음, 텔레비전을 보다가 그대로 잠이 들었다.



일본 둘째 날
2005년 12월 17일 (토)
낑낑대며 들고 온 노트북, 이글은 이놈으로 썼다.


7시쯤에 일어나서 텔레비전 좀 본 다음 샤워를 했다.
일지를 쓴 다음, 9시에 부장님에게 식사하자고 문을 두드렸다.

식사는 뷔페식이었는데, 빵도 있었고 일본 음식도 있었다.
난 주로 고기를 많이 골랐고 디저트로 떠먹는 요구르트를 추가했다.


비교적 만족스럽게 식사를 끝내고, 일본서점인 기노쿠니야로 갈 채비를 했다.
일단 구경도 할 겸 걸어서 가기로 했는데, 중간쯤 가니까 부장님이 힘들어 하셔서 결국 택시를 탔다.


걷는 도중에는 어떤 아줌마가 도쿄도청 어딨냐고 물어봤는데
다행히 지나왔던 길이라 알려줬다.
외국인한테 길을 묻지마세요..-_-;

택시를 타니 기본요금만으로 금방 기노쿠니야 본점으로 도착했다.
일본의 택시는 10대 중 7대 정도가 네비게이션이 달려 있었고, 무엇보다 문이 자동이었다.
손님이 문을 열고 닫을 필요없이 운전자가 조작해서 열게 되어 있다.
하지만 자동문을 여닫는데 아주 약간 시간이 지체되는데,
우리나라 택시에 도입한다면 기사가 다들 성질이 급해서 짜증낼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손님이 실수로 문을 잘못 닫을 가능성이 적기 때문에 자동문이 더 안전할 것 같다.

기노쿠니야는 우리나라 교보문고나 영풍문고보다는 규모가 작아서 서점으로서는 그리 대단치 않았다.

대충 책을 고르고 나니 점심식사 때가 되었다.

그 주변은 전자제품이나 각종 물품을 파는 곳은 많았는데
의외로 음식점이 없어서 찾는 데 10분 정도 걸렸다.

덮밥집에 들어가서 부장님은 카레덮밥+우동세트를 시키고 나는 튀김덮밥+우동세트를 시켰다.


우동은 좀 단맛이 났지만 먹을만 했다.
하지만 부장님은 입에 맞지 않은지 많이 남기셨다.
부장님이 일본음식 처음이라 그렇다고 주인할머니에게 전해달라고 해서
그대로 전하니 할머니가 오히려 미안해했다.
주인할머니는 인상이 좋아보였고, 일본사람답게 손님을 대하는 자세가 되어 있었다.

좀 친근해져서 신주쿠에 뭐 볼만한 사찰 같은 거 없냐고 물어보니
신주쿠에는 그런 게 없다고 했다. 그래서 신주쿠교엔은 어떠냐고 물었더니
괜찮다고 해서 위치를 물어보고 그곳으로 가기로 했다.

신주쿠교엔 바로 옆에 도쿄 길 정보관이라는 곳이 있었는데, 직원할아버지 한 명이 있었다.


할아버지에게 신주쿠 주변에 뭐 볼만한 거 없냐고 물었더니
교엔 이외에는 없단다... 아무래도 볼거리가 있는 곳은 전철 타고
나가 봐야겠다.

신주쿠교엔은 공짜가 아니라 입장료가 어른 200엔이었다.


들어가보니 널직하고 나무가 많은 공원이었다.
벚꽃이 많았는데, 제철이 아닌지라 멋진 모습은 볼 수 없었다.
하지만 곳곳에서 한가로이 잠자는 사람이나 가족들의 모습은 행복해보였다.


남자들끼리보다는 연인끼리 걸으면 더 좋은 곳이다.
앞에서 어떤 남녀가 손붙잡고 가고 있었는데 그 모습을 보니
아주 부럽기도 하고 외롭다는 감정이 스쳐지나갔다.


신주쿠교엔 반대쪽문으로 나와 좀 걷다가 택시를 타고
호텔로 돌아와서 1시간 쉬기로 했다.

근데 택시운전사들이 뉴시티 호텔을 모른다. 근처의 워싱턴 호텔은
알면서 그쪽은 전혀 유명하지 않은 모양이다.

호텔에서 1시간 반 정도 쉰 뒤, 오다이바로 갈까 하다가
너무 멀어서 주변의 가부키초를 구경하기로 하고 호텔에서 운영하는
신주쿠역행 버스를 타고 나갔다.

신주쿠역은 사람도 많고, 굉장히 넓어서 길 찾기가 쉽지 않았다.
좀 헤매다가 가부키초로 갔는데, 호스트바나 카바레 등 유흥업소가 여럿 보였다.
하지만, 생각보다 볼 건 없었다.

근처에는 호텔이 많았는데, 차라리 이쪽으로 호텔을 잡았으면 더 편했을 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돌아다니다가 음식점을 물색했는데, 마음에 쏙 드는 곳이 없어서 많이 걸었다.
결국 골목길의 조그마한 라면집으로 들어가서 어쩌구 라면과 맥주를 시켰는데, 느끼하고 맛이 없어서 완전 실패였다.
차라리 점심때 먹었던 덮밥 세트가 더 나았던 거 같다.
나는 그래도 라면을 다 먹었는데, 부장님은 영 입에 안 맞았는지 20%도 못 드시고 나왔다.

그래서 근처에 회전초밥집이 보여서 식사를 제대로 못했으니 저기 가자고 부장님께 권했다.

초밥 가게에서 여종업원이 하는 일본말을 들으니 어쩐지 한국사람 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역시 한국사람이었다.
종업원 2~3명 정도가 한국인인 거 같았다. 아마도 유학생인 듯 하다.
이쪽 가부키초 근처는 한국간판이나 한국인 알바생이 많아서 마치 한국에 온 거 같은 느낌이 들었다.

회전초밥은 한접시 130엔 정도(초밥 2개 들었음)에 팔았는데 맛은 괜찮았다.
여기다 부장님이 술을 원해서 맥주를 시켰다.

나는 라면을 다 먹은 상태라 초밥이 그리 땡기지 않았다. 그래서 부장님께 난 됐으니 마음껏 드시라고 했는데, 부장님은 내가 잘 안 먹으니, 눈치만 보면서 적극적으로 드시질 않았다.

그래서, 난 억지로 두 접시 정도 먹었는데, 젓가락질이 서툴러서 밥과 회를 작별하게 만들기도 했다.

결국 나와 부장님은 네 접시만 먹고 나왔다.

다시 신주쿠역 서쪽 출구로 나와서 호텔행 무료 버스를 타고 돌아왔다. 저녁 7시정도 된 거 같다.
부장님은 술을 좋아하시는지 호텔에서 맥주 살 수 없냐고 물었다. 그래서 프런트에 물어보니 4~5층 자동판매기에 있다고 했다.
부장님한테 알려드리고 나는 10분에 100엔짜리 인터넷전용 PC로 만날 사람에게 일본에 있다는 메일을 보내고 다시 올라갔다.

부장님은 술안주도 가져왔는데 맥주 같이 마실 수 없냐고 권했다.
난 못이기는 척 승락했고, 결국 부장님 방에서 맥주와 한국에서 가져온 안주를 먹었다.
회사에 관해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큰 캔으로 3캔 정도 마셨다.

11시쯤에 방으로 돌어와서 곯아 떨어졌다.
내일은 계획을 잘 짜서 좋은 곳을 많이 돌아다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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