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1-13

파로디우스다! 패미컴판

인천의 한 게임 매장에 패미컴 팩을 바꾸러 갔다가, 주인 아저씨가 교환비로 무려 19,000원을 불러 포기했던 게임.

깎아달라고 하니 “그 가격에 돼?”라며 어딘가에 전화하는 시늉까지 하며 결국 안 된다고 배짱을 부렸는데, 연기가 너무 어설퍼서 그냥 가게를 나와버렸다. ㅋ

그때 못 해본 게 한이 되어 세월이 한참 지난 뒤에야 직접 해봤는데, 결과적으로는 안 바꾸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식이 별로였다.

깜빡이거나 느려지는 구간이 많다. 코나미가 그래픽 강화를 위해 VRC4 칩까지 롬팩에 넣었는데도 이 모양이다.

생각해보니 내가 바꾸려 했던 파로디우스는 짭팩이었다. 아마 VRC4 클론 칩을 넣지 않았을까 싶다. 당시부터 남달랐던 대만의 기술력.

가정용이어서 그런지 노출도가 높았던 거인녀 ‘치치빈타 리카’가 옷을 제대로 입고 등장한다.

이 점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팬이 많았는지, 원래 모습으로 등장하게 해주는 개조 패치도 나왔다.

개인적으론 패미컴판보다 MSX판이 더 재밌지 않았나 싶다.


엔딩 본 날 - 2026년 1월 13일

2025-12-28

제1차 슈퍼 로봇 대전 PS VITA판

게임보이용으로 나왔던 최초의 슈퍼로봇대전을 리메이크한 작품.
그래픽과 BGM이 향상되었지만, 원작과 마찬가지로 전투 화면에서 로봇 관절이 움직이지 않아 소박한 인상을 준다.
대신, 원작에 없던 2부가 추가되었다. 1부 엔딩을 본 뒤 게임을 다시 시작하면 사이바스터가 합류하고, 아군이었던 로봇 중 5대를 선택해 2부를 진행할 수 있다.

슈로대는 후속작이 나올 때마다 대화 장면이 점점 길어졌는데, 이 초기작은 파일럿이 없는 세계관이라 대화 장면이 거의 없다. 파일럿들의 장황한 대화가 지루해서 슈로대와 점점 멀어졌던 나로선 간결해서 오히려 좋았다.

게임 전개상의 가장 큰 특징은 거의 모든 적을 설득해 아군으로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슈퍼설득대전’이라는 말이 나올 만하다. 적의 HP를 한 자리 수까지 줄이거나 정신기를 사용하면 설득 성공 확률이 올라간다.

그리고 전투하다 파괴된 기체는 수리할 수 없다. 오직 부활 정신기로만 살릴 수 있다. 살리지 못하면, 같은 기체가 또 나온다는 보장이 없으며, 이 때문에 보유한 로봇 종류가 플레이어마다 달라진다.

추가된 2부는 13화 구성이고, 두 보스가 새로 나온다. 이렇다 할 스토리는 없고 엔딩은 1부나 2부나 똑같다. 돈 안 들이고 쉽게 만든 느낌.
단조로운 게임인데 90년대 단순한 게임이 떠올라서 그런지 몰입해서 이틀 동안 총 26화를 다 깼다.
옛 슈로대에 추억이 있다면, 부담 없이 즐기기 좋은 작품이다.


엔딩 본 날 - 2025년 12월 28일
2025-12-09

마더 3

전작 이후 우여곡절을 거쳐 무려 12년 만에 나온 마더 시리즈의 마지막 편이다. 한국에서는 1, 2편을 접한 유저층 자체가 좁았고, 닌텐도 DS Lite가 나온 2006년에 게임보이 어드벤스로 나와 3편이 주목받지 못했다. 이후, 한국어 패치가 등장하면서 뒤늦게 해본 이들이 늘어난 정도다.

1, 2편이 E.T.나 구니스 같은 80~90년대 미국 영화 감성을 녹인 소년 모험물이었다면, 3편은 미국 시골 마을에서 시작되며, ‘가족’이라는 테마를 전면에 내세운다.

게임은 지금 봐도 전형적이지 않은 부분이 많다. 슈퍼패미컴 RPG보다 훨씬 다채로운 캐릭터 동작을 보여주며, 배경과 NPC 모든 게 참신하다.

특히, 전투에선 BGM의 박자에 맞춰 버튼을 누르면 콤보 공격이 나가는 독특한 시스템이 있다. 전반적인 전개는 어린이가 주역인 RPG치고는 심오하고 과격한 편이며, 엔딩은 황당과 충격 사이를 오간다.

END 화면에서 조작하게 하는 엔딩은 처음 봤다. 전작과 달리 감정에 호소하는 장면이 꽤 있는 편이다.

게임에 문학적 감수성을 담으려고 애쓴 것 같은데, 이 부분에 이질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창의적이고 실험적인 연출, 독특한 전투 시스템, 감정선을 건드리는 세밀한 서사는 인상적이었다.


엔딩 본 날 - 2025년 12월 8일

2025-11-22

마수왕

슈퍼패미컴이 저물기 시작한 1995년에 나와 높은 완성도에도 묻혀 버린 횡스크롤 액션 게임.

마왕의 부활로 인류가 멸망하고, 지상이 지옥처럼 변한 가운데, 주인공 아벨은 마왕에게 납치된 딸을 구하기 위해 마굴로 쳐들어간다.


인간들이 감금당하거나 고문당하는 모습, 여성형 괴물을 잡아먹는 장면 등, 슈퍼패미컴에선 보기 드문 잔혹한 연출이 나온다.

각 스테이지의 보스를 쓰러뜨리고 얻는 크리스탈 색상에 따라 주인공이 변신할 수 있는 마물의 종류가 달라지는 점이 특징이다.
변신 형태에 따라 스테이지 공략 방법도 달라지기 때문에 전략적 재미가 있다.

슈퍼패미컴의 회전·확대 기능을 최대한 활용한 보스가 인상적이며, 엔딩도 두 가지로 나뉘는 등, 수작이라고 할 수 있는데, 발매 시기상 쟁쟁한 경쟁작들에 밀린 데다 개발사가 소규모라 홍보가 부족해 아는 사람만 아는 게임이 되고 말았다.

한국어 패치도 나왔는데, 딸의 음성 대사까지 우리말 녹음으로 교체해 놀라운 완성도를 보여준다.


엔딩 본 날 - 2025년 11월 22일
2025-11-17

드래곤 퀘스트 몬스터즈 2 이루와 루카의 신기한 열쇠

게임보이와 플스1으로 나왔던 게임의 3DS 리메이크작.
3D 그래픽으로 바뀌었고, 신규 요소가 추가되어 원작을 해본 사람도 새로운 느낌으로 즐길 수 있다.

전투 시스템은 드퀘 로토 삼부작 HD-2D 리메이크보다 이게 더 낫지 않나 싶다. 일단 전투가 랜덤이 아닌 심볼 인카운트고, 아군의 행동이 다 보인다.

또한, 거대 몬스터가 필드나 던전에서 돌아다니는 모습은 도트 시절엔 느낄 수 없는 박력을 준다.

몬스터 수는 드퀘10의 몬스터까지 들어가서 대폭 늘었다.

스토리는 드퀘 본편에서 자주 나왔던 전개 방식인데, 호리이 유지가 쓴 각본은 아니라서 특유의 센스는 빠져 있다.
굴곡 없는 왕도물이라 스토리보다는 몬스터 육성과 전투에 비중을 둔 게임이라 할 수 있다.

엔딩 이후에는 추가 스토리가 열리며 강력한 보스들이 연달아 등장한다. 드퀘4의 에스타크도 나오는데, 적이 아닌 아군이고, 버전업된,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다.

파고들기 요소가 많은 편이라 길게 하면 100시간도 넘게 즐길 수 있는 게임.


엔딩 본 날 - 2025년 11월 17일

2025-11-01

드래곤 퀘스트 2 HD-2D 리메이크

드퀘2는 슈퍼패미컴판과 게임보이판으로 해봤지만, 이번 리메이크는 새로운 게임을 하는 느낌을 받았다.
각 인물의 서사가 대폭 보강되면서, 원작에서 흐릿하게만 느껴졌던 동기와 성격이 훨씬 또렷해졌다.
오케스트라 버전의 BGM은 예술.

그리고 운좋게 ‘용사’로 태어나 고귀한 취급을 받는 걸 꼬집는 대사가 나오는데, 완전무결한 영웅상을 의심하는 요즘 시대의 감수성을 반영한 게 아닌가 싶다.

고전 드퀘의 시스템이 지금하기엔 불편하고 힘들어서 여러 편의 기능을 넣은 건 좋은데, ‘무적 모드’는 선을 넘은 감이 있다. HP가 절대 0이 되지 않으니 방어력 성장도, 회복 아이템도 필요 없어져 게임성이 사라진다.

가장 주목할 추가 요소는 사말토리아 왕자의 여동생이 동료 합류다. 왕자가 병으로 쓰러지는 게 여동생이 정식 동료로 합류하는 계기가 된다. 대사가 많아 비중이 꽤 높다.

12살에 세상을 구하러 싸운다. ㅋ 오빠와 같은 용사의 핏줄이니 그런 특권이 있다.

엔딩 이후엔 추가 요소를 즐길 수 있다. 새로운 보스가 나오는 듯.

신규 팬이 유입될 만큼은 아니지만, 과거 드퀘2를 재밌게 즐겼던 사람이라면, 옛 추억에 새로운 살을 덧붙인 이 버전을 즐길 가치는 충분하다.


엔딩 본 날 - 2025년 11월 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