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7-06

조이스틱 업그레이드 - 호리 레버, 저소음 버튼

만든 지 얼마 안 된 라즈베리파이 피코 조이스틱을 뜯게 된 계기는 Emuelec 4.4k에서 메뉴 선택 조작 시 이상 증상을 느꼈기 때문이다.
메뉴에서 위, 아래로 조작하면, 한 번 움직였는데, 두 칸씩 움직이는 증상이다. 버튼도 한 번 눌렀는데, 두 번 눌리는 오입력이 발생했다.

조이스틱 문제라고 보고, 분해해서 하나하나 점검했다. 케이블도 바꿔보고, 버튼도 바꿔보고 했는데, 증상은 사라지지 않아서 난감했다. 검색해보니 같은 증상을 호소하는 분이 있었다.

그분 글의 결론은 타키온, 라즈베리파이 피코처럼 인풋랙 거의 없는 보드를 쓸 경우, Emuelec 메뉴 내 이동 시 한 칸씩 이동이 안 되고 몇 칸씩 건너뛰는 증상이  생긴다는 것이다. 테스트해보니 인풋랙이 꽤 있는 편인 무선 패드에선 이런 증상이 없었다.
라즈베리파이 피코를 장착한 내 조이스틱의 문제가 아니라 Emuelec 자체의 문제였던 것이다. Emuelec이 빠른 보드의 신호를 따라가질 못한다.

아직 해결 방법은 없는 것 같다. Emuelec 개발자가 해결해주길 기다릴 수밖에는.
다행히 게임으로 들어가면 이런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서 플레이엔 지장이 없었다. 내 조이스틱 문제가 아닌 걸 알아서 마음이 편해졌다.
다만, 조이스틱을 분해했더니 업그레이드 욕구가 생겼다. 그래서 자주 쓰는 버튼 두 개를 바꿔보기로 했다. 레버도 바꿀 수 있는지 나사를 풀어서 분해해 봤다.

일단, 레버는 원 모델에 달려 있던 1998년제 호리 레버다. 성능이 떨어지는 제품인 줄 알았더니 웬걸 일제 OMRON 스위치가 달려 있었다. 24년이 지난 지금도 생산되고 하나에 3500원이나 하는, 산와 레버용 스위치다.

부품들이 산와 레버보다 조금씩 작을 뿐이지 성능은 산와 레버에 버금가는 레버로 추정된다.

산와 레버로 바꿀 수 있는지 스틱 케이스 내부 공간을 봤는데, 산와 레버 내부 부품 양옆을 절단하면 잘 맞을 것 같았다. 하지만, 고장 나지 않는 이상, 당장 바꿀 필요는 없어 보인다. 바꿔도 레버 높이만 좀 높아지지 성능 체감은 못 할 것 같다.

버튼 두 개는 새로 주문했다.

삼덕사 30mm 체리(은축) 버클형 저소음 버튼

산와 30mm 엘라스토머 저소음 버튼

전에 쓰던 버튼은 알리익스프레스산 싸구려 클리어 버튼이다. 좀 흔들흔들거리지만, 색깔이 예쁘고 감촉도 나쁘지 않은 버튼이다. 아깝지만, 더 좋은 버튼 왔으니 자리를 내주게 했다.

알리산 버튼들은 내 조이스틱 상판에 잘 고정되지 않아서 틈에 와셔를 끼워 넣어야 했는데, 이번에 산 새 버튼들은 둘 다 딱 맞게 들어가서 튼튼히 고정되었다.

저소음 버튼이라고 하지만, 소리가 아예 안 나는 건 아니고 그냥 덜 거슬리는 소리라고 할 수 있다. 알리산 버튼보다는 소음이 작았다.
삼덕사 버튼은 압력이 좀 있는 편이고, 산와 버튼은 작은 힘에도 잘 눌렸다. 내 취향은 이 두 버튼의 중간 정도가 좋지 않나 싶다. 산와 버튼은 너무 민감한 게 아닌가 싶다. 대신, 힘이 덜 들어가니 장시간 해도 손가락이 덜 아플 것 같긴 하다. 버튼 높이도 제일 낮다.
두 버튼 모두 기존 버튼보다 아래로 길어서 연결 핀이 케이스 밑판에 닿지 않도록 구부려야 했다.

처음 눌러봤을 땐 알리산 버튼보다 특별히 좋은 점을 못 느꼈는데, 게임을 잠깐 해보니 확실히 느낌이 다르다. 기분 탓인지 모르지만, 좀 더 고급스럽다.
업그레이드는 요 정도로만 하고 이제 게임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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