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7-21

루나 산보하는 학원 (게임기어판)

<루나 제네시스>에 이어서 루나 외전작을 해보기로 했다. <루나 산보하는 학원>은 1996년 게임기어로 나왔고, 1997년에 새턴으로 리메이크되었다. 새턴 리메이크판이 그래픽과 음악 면에서 훨씬 나아 보였지만, 난 게임기어 원작을 선택했다.
새턴판은 적 조우율이 너무 높아서 원성이 자자했기 때문이다. 적 안 나오게 하는 치트를 찾아봤지만, 없어서 깔끔하게 포기하고 게임기어 원작으로 했다.

루나 시리즈의 세계관을 공유하지만, 어떤 시대인지는 불명확하다. 본가 시리즈와 관련성도 거의 없는 수준이라 독립된 작품으로 봐도 무방하다. 다만, 루나 시리즈의 상징인 여신 알테나 그리고 드래곤과 마족이 언급되거나 등장하기는 한다.

해킹된 New 3DS LL의 레트로아크로 진행했다. 치트도 잘 먹고 엔딩까지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휴대용으로 화면이 큰 편인 3DS LL에서도 대사 글자가 조금 작게 느껴졌는데, 만일 게임기어의 작은 액정으로 했다면 눈이 많이 피곤했을 것 같다.

따뜻하지만, 장대하고 중후한 이야기였던 본가 시리즈와 견주면, <루나 산보하는 학원>은 시종일관 밝은 분위기로 진행된다. 너무 심각해지지 않아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스토리다. 처음엔 이런 분위기가 좀 유치해 보여서 그만둘까 했는데, 좀 지나니 적응이 되어서 몰입하게 되었다.

시골에서 농사 일을 거들며 지내던 소녀 에리와 레나는 마법학원의 입학 제의를 받고, 고향을 떠나 마법을 공부하는 학생이 된다. 두 소녀의 졸업까지 벌어지는 일을 다뤘다.

전체 12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한 장의 내용이 길지 않아서 부담이 없다. 후반부에 강한 적과 조금 복잡한 던전이 나오긴 하지만, 전체적으론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다.

주인공들이 마법사들이므로 마법 공격이 일반적이고 필수다. 마법은 레벨업으로 습득하는 게 아니라 사건을 해결할 때마다 각 선생님에게 말을 걸면, 새로운 마법을 배우는 식이다. 

스토리는 평이했지만, 분위기가 따뜻하고 등장인물들이 개성적이라 별 것 아닌 이야기를 비교적 지루하지 않게 끌고 간다. 주인공들이 졸업하면서 고향으로 떠나는 엔딩은 살짝 감동적이었다. 그것은 마법학교 생활에 친숙해졌기 때문이었으리라.

루나 시리즈 명성에 누가 되지 않는 양질의 RPG였다고 생각한다. 망한 게임기에서 나와 주목을 못 받은 비운의 작품.


엔딩 본 날 - 2022년 7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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