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7-30

열혈 고교 피구부 CD 사커편

패미컴판을 어린 시절 재미나게 즐긴 기억이 있는데, PC엔진판 CD로도 있길래 뭐가 다른지 궁금해서 해봤다.

CD 롬 게임답게 애니메이션과 음성이 추가되었다. 축구부 매니저 미사코가 식중독에 걸린 축구부 대신에 전국 대회에 나가 달라고 피구부 주장 쿠니오에게 부탁하는 장면이 애니메이션으로 처리되었다. 하지만, 미사코와 쿠니오의 모습이 게임 속 캐릭터와 달라서 위화감이 있다. 머리색도 다르고, 우승하면 선수 전원에게 뽀뽀해준다고 제안할 정도로 당돌한 이미지의 미사코가 너무 수줍게 나왔다.

경기 중엔 음성 효과가 추가된 걸 제외하면 시스템과 게임성이 패미컴과 똑같다. 경기 전 멤버 교체를 할 수 있다. 선수에 따라 주력, 필살 슛, 체력이 다르다. 중앙 미드필더 한 명만 조종할 수 있고 나머지 선수에겐 슛, 패스, 태클하라고 지시를 내릴 수 있다.

패스 위주냐 드리블 위주냐 등의 작전 설정을 할 수 있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한 경기에서 얼마나 많은 필살 슛을 하느냐다. 전술이고 뭐고 상대 골키퍼를 향해 필살 슛을 정확히 빠르게 자주 구사하는 게 승리의 지름길이다. 이 때문에 필살 슛에 익숙해지면 게임이 단순해진다.

중반 경기 후엔 식중독으로 병원 신세였던 축구 부원이 하나둘씩 들어온다. 능력치가 좋은 편이라 출장시키면 도움이 된다. PC엔진 CD판은 경기 직후 미사코의 대사가 음성으로 나온다.

11번째 상대 팀은 닌자들로 구성된 핫토리 학원이다. 스피드가 빠르고 돌부리도 여유 있게 점프하기 때문에 열혈 축구 최강의 난적이다. 그에 비해 12번째 상대 팀은 빠르지 않아서 왜 핫토리 학원이 끝판이 아닌지 패미컴판을 했을 때 의아했다.

PC엔진 CD판엔 추가 스테이지가 있다. 패미컴판은 12번째 상대 시만츄 실업 고교를 꺾으면 엔딩이지만, PC엔진판 CD판은 일본을 떠나 프랑스, 브라질, 아르헨티나, 이탈리아, 독일 순으로 싸우게 된다. X68000판, 메가드라이브판, PC엔진 휴카드판 등 다른 이식판과 비교해서 가장 긴 스테이지를 자랑한다.

세계 강호 선수들은 몸이 바위 같아서 몸싸움에서 꽤 밀리게 되지만, 필살 슛만 구사할 수 있으면 다 이길 수 있다.

우승하면 선수들에게 뽀뽀해준다고 약속했던 축구부 매니저 미사코는 약속을 지킨다. 쿠니오에게 뽀뽀하는 장면은 코믹했던 원작과 달리 로맨틱하게 처리되었다. 열혈 고교 스타일과는 안 맞는다고 느꼈다.

엔딩 장면은 등장인물이 총출연하는 패미컴판과 달리 사진들로 때운다. 개인적으로 패미컴판 엔딩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PC엔진판은 1991년 12월에 CD롬판으로 나왔고, 4달 뒤 휴카드판으로도 나왔다. 휴카드판은 월드컵편이 사라지고 한 팀만 추가되었다고 한다. 휴카드판은 CD판에서 사족 같던 비주얼신이 빠지고 패미컴판과 흡사한 엔딩을 보여준다.

<PC엔진 휴카드판의 마지막 팀과 엔딩>

패미컴 원작에선 마지막 스테이지에서 선택한 선수가 미사코의 진한 키스를 받는데, PC엔진판은 CD판이나 휴카드판 모두 쿠니오가 받는다.

게임만 본다면, PC엔진판(CD & 휴카드판)이 패미컴판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패미컴판은 성능 상 캐릭터가 반짝거려서 거슬리지만, PC엔진판은 그 부분이 개선되었기 때문이다.


엔딩 본 날 - 2021년 7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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