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7-01

패미컴 호환기 FC COMPACT Ⅱ

패미컴 게임은 거의 에뮬로 즐기기에 실기엔 별 관심이 없었는데, 갑자기 패미컴 시절의 추억이 떠올라 실기가 갖고 싶어졌습니다. 에뮬을 더 편해 하는 제 성향상 굳이 실기로 게임을 할 건 아니고 단지 롬팩 끼우는 맛을 다시 느끼고 싶었죠.

옛날 오리지널 정품은 세월이 흘러서 상태 좋은 걸 저렴하게 구하긴 어렵더군요. 황변 제거도 잘 못 하겠고요. 닌텐도에서 정식 발매한 패미컴 미니도 있지만, 이건 롬팩을 끼울 수 없는 게 걸렸습니다. 

그래서 모든 게 다 있는 알리익스프레스에서 검색해봤습니다. 오리지널 패미컴과 흡사한 호환기들이 많았습니다. 그중에서 제일 싼 거로 골랐습니다.

14.67달러에 트래블월렛 카드 10% 할인받아 주문.

위처럼 HDMI 지원, 무선 게임 패드 달린 기종도 있던데, 두 배 가까이 비쌌습니다. 게임을 돌릴 것이라면 이걸 샀겠지만, 제가 필요한 건 케이스뿐이니 무조건 싼 걸 골랐습니다.

알리익스프레스 스탠더드 배송으로 열흘 만에 도착. 아무리 싸구려라지만, 종이박스가 다 구겨진 채로 왔습니다. 국내 쇼핑몰 같으면 즉각 반품했겠지만, 알리라서 그냥 넘어갑니다. 모델명이 FC COMPACT Ⅱ네요. 같은 제품을 국내 업체가 2017년에 수입해서 판매한 바 있습니다. 알리익스프레스 상품 설명에 모델명이 없어서 같은 제품인 줄 몰랐어요. 2017년에 한글 설명서와 합팩 포함해서 정가 47800원(특가 37800원)에 팔았던 제품입니다.

알리산 패미컴엔 합팩이 포함되지 않아서 정품 중고 롬팩을 따로 주문했습니다. 합팩 있었어도 정품 롬팩 샀을 거예요. 중국산 합팩 디자인이 너무 구려서요. 정품 롬팩을 꼽아야 인테리어 완성이 되지요.

본체, 게임 패드 2개, 중국어 설명서, 어댑터, AC 케이블이 구성품 전부입니다.

전원과 리셋 버튼 위에는 영어 설명 스티커가 붙어 있습니다. 오리지널 패미컴에 있는 일본어 스티커는 아니지만, 붙어 있어서 좋았습니다. 이게 없는 호환기가 많죠. 심지어 닌텐도 정품 패미컴 미니에도 없습니다.

본체 색은 사진엔 하얗게 나온 편이지만, 누르스름합니다. 얼핏 보기엔 일본산 오리지널 패미컴과 외관이 흡사했습니다. 어린 시절 가졌던 패미컴은 일본 오리지널이 아니라 대만산 짝퉁이어서 외관이 100% 똑같지 않아도 받아들일 수 있었는데, 거의 비슷해서 좋네요.

다른 점이라면, 

1. 앞면 FAMILY COMPUTER 스티커 부분에 정품은 닌텐도 로고가 있는데, 이건 없음.

2. 컨트롤러 2P에 마이크 기능 없음.

3. 컨트롤러 꼽는 앞면 포트가 정품은 15핀 1개, 호환기는 9핀 2개.

4. 정품은 컨트롤러가 본체 뒷면과 연결되어 있어 뺄 수 없지만, 호환기는 컨트롤러를 앞면 포트에 꼽는 방식.

5. 호환기는 컨트롤러 포트 사이에 전원 LED가 달려 있음.

6. 정품은 RF 단자인데, 호환기는 AV 단자. 전원 포트도 호환기는 미니 USB 포트.

7. 호환기는 롬팩 끼우고 건드리면 좀 흔들림. 플레이 중에 건드리면 중단될 수도.

정품 롬팩을 끼우고 잘 되는지 테스트해봤습니다. 이걸로 게임은 안 할 생각이라 전원 켜는 건 이게 처음이자 마지막이 아닐까 싶습니다. 정품 롬팩 3개를 끼워서 돌려봤습니다.

드래곤볼Z 끼우고 전원을 켜니 친숙한 배경음이 들려왔습니다. 잘 인식되었네요. 그러나 화면에 지지직 노이즈가 많이 낍니다.

이게 TV와 호환성 문제인지 기기 자체의 문제인지 모르겠습니다. 다른 분 말로는 포함된 AV케이블이 저가 불량품이라는군요. 좋은 걸로 바꾸면 노이즈가 사라진다고 합니다.

다음엔 전작인 드래곤볼 신룡의 수수께끼. 이건 노이즈가 더 많이 끼네요. 휴~

바로 끄고 닥터 마리오를 끼워봤는데, 이건 노이즈가 잘 안 보입니다. 가장 깔끔한 화면을 보여주네요. 기기가 롬팩을 가리는 모양입니다.

게임 패드는 십자키를 만져봤을 때 별로 조작감이 좋아 보이지 않았는데, 게임을 해보니 그럭저럭 괜찮았습니다. 물론 정품보단 조작감이 좋진 않습니다.

한 25년 만에 패미컴에 팩을 끼워서 게임 하는 경험을 했습니다. 에뮬로 할 때랑은 확실히 느낌이 다르네요. 잠시 그 시절로 돌아간 듯하여 감상에 빠졌습니다. 패미컴 에뮬이 거의 완벽하게 돌아가는 이 시대에 그 감성이 이해가 안 갔는데, 직접 해보니 이해가 됩니다.

이 호환기는 싼 게 비지떡이라고 실기로서 롬팩 게임을 즐기기엔 노이즈 문제가 거슬립니다. 또, 드래곤 퀘스트4를 이걸로 돌리면 방향키가 제멋대로 움직이는 증상이 있다고 합니다. 실기로 게임 할 용도라면 이거 말고 정품이나 패뮬레이터 등 다른 호환기를 권합니다.

저는 시간 날 때 이걸 분해해서 안의 기판을 들어내고 안드로이드 기기를 넣어 패미컴 에뮬 기기 만들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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