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프터 아마겟돈 외전>은 여러 기종으로 이식된 RPG <라스트 아마겟돈>의 외전이다. <라스트 아마겟돈>의 기획과 시나리오를 맡았던 이이지마 타키야 씨가 독립하여 판도라박스라는 제작사를 설립하면서 내놓은 작품이 이거다. 상표권이 원제작사에 있었기에 <라스트 아마겟돈>이란 제목은 쓰지 못하고 대신 <애프터 아마겟돈>으로 했다고 한다. 스토리도 이어지지 않는다. 참고로 이이지마 타키야가 시나리오를 맡은 게임에는 <용기병단 단잘브>, <소울&소드>, <부라이> 등이 있다. 모두 내용이 특이한 RPG다.
1994년 메가CD로 발매되었는데, 세가의 다음 세대 게임기 세가새턴 발매를 앞둔 시기라서 묻혀버린 비운의 작품이기도 하다. 하지만, 완성도를 봤을 땐 충분히 명작 반열에 오를만하다고 생각한다.
스토리가 이색적이다. 전쟁으로 인해 세상은 황폐해지고 인간들은 멸망한다. 그 틈에 출몰한 마족들이 지구의 지배자가 된다. 인간은 퇴화해서 언어를 잃어버렸고, 벌거벗은 몸으로 마족들에게 식용 가축으로 사육당한다. 마족들 말로는 인간을 자유롭게 풀어줘서 사냥해서 먹는 게 더 맛있다고 하는데,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인간을 목장과 집에 가두고 사육한다.
이 게임의 주인공은 마족이다. 드래곤, 슬라임, 골렘 등의 모습을 한 마족 다섯 마리가 주인공이다. 이들은 인간을 하등한 생물로 보며 끊임없이 싸움을 갈구한다. 그들은 마족 마을의 왕이 의뢰한 일을 해결하면서 종족의 기원과 비밀에 관해 알게 되고 더 큰 적과 맞서게 된다. 처음부터 끝까지 암울한 분위기로 일관하며 다소 철학적인 주제를 담았다. 소년이 성장해서 마왕을 물리치는, 흔한 주버나일 RPG 스토리와는 궤를 달리하는 하드보일드 RPG라고 할 수 있다.
어느 시점이 되면 주인공 마족들은 인간을 먹고 진화한다. 모습은 여러 종류이고, 어떤 인간을 먹느냐에 따라 능력치가 결정된다. 성장시키는 재미가 있는 게임이다. 그러나 이 게임, 레벨업이 만만치 않다. 적이 강해서 전투 한 번에 시간이 꽤 걸리는데다가 경험치도 쥐꼬리만큼 준다. 강해지려면 시간이 꽤 걸린다. 전투는 랜덤 인카운터이지만, 설정에서 인카운터 확률을 3단계로 조절할 수 있다. 두세 걸음마다 전투할 수도 있고 적이 거의 안 나오게 할 수도 있다. 어차피 클리어하려면 경험치를 올릴 수밖에 없지만, 강해지고 나면 불필요한 전투를 줄일 수 있어서 편하다.
손쉬운 레벨업을 위해 치트엔진으로 경험치를 올리려고 했지만, 경험치 주소를 도통 찾을 수가 없었고, 웹에서 돌아다니는 치트도 레트로아크에선 안 먹어서 난감했다. 검색하다가 일본인이 만든 에뮬용 치트 에디터 MECC와 전용 치트 코드로 해결했다. KEGA FUSION 에뮬에서 호환이 되길래 레트로아크 세이브 파일을 옮겨서 경험치 뻥튀기+강력 장비 치트 적용한 뒤 다시 옮겨서 시작했다.
이 게임은 특이하게도 여관과 상점이 없다. 돈으로 무기, 방어구, 도구를 직접 합성해서 만드는 식이다. HP는 만든 약으로 회복한다.
황폐한 세계관이 맵에 잘 표현되어 있다. 핵전쟁으로 멸망한 대지에 괴물들만 돌아다닌다. 마을도 그리 많지 않다. 어딜 가든 칙칙하고 기분 나쁘다. 아름다운 경치는 손에 꼽을 정도다. 그리고 마족이니까 할 수 있는 미친 발상... 이 점에서 호불호가 갈리지 않나 싶다. 그리고 CD게임인데 음성이 없는 점도 살짝 아쉽다. BGM은 박력 있고 분위기에 잘 어울린다.
클리어하는 건 쉽지 않다. 경험치는 치트로 올리더라도 후반부에 각각 다른 지역에 있는 10명을 만나야 하는 이벤트가 있는데, 공략 없으면 막히기 쉽다.
몬스터가 주인공인 RPG는 <마계촌 외전 레드 아리마>가 있긴 하다. 하지만 이 게임이 더 하드보일드한 느낌이다. 전작인 <라스트 아마겟돈>과 견주면, 음악이나 그래픽이 전작보다 암울한 분위기를 더 잘 살렸고 스토리도 더 알기 쉽게 선명해졌다고 본다.
메가CD 최고 RPG를 꼽는다면 개인적으로 <루나2 이터널 블루>와 더불어 이 작품을 꼽고 싶다.
엔딩 본 날 -2019년 2월 17일
메가CD 최고 RPG를 꼽는다면 개인적으로 <루나2 이터널 블루>와 더불어 이 작품을 꼽고 싶다.
엔딩 본 날 -2019년 2월 17일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