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2-10

슈퍼패미컴 케이스+안드로이드 S905X 기기 완성기

닌텐도에서 클래식 미니 슈퍼패미컴를 내줬지만, 사지 않았던 까닭은 사놓고 쓰지 않을 것 같아서였습니다. 게임기는 전원을 켜서 게임을 돌리지 않으면 존재 가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클래식 미니는 해킹해야 내가 원하는 게임을 즐길 수 있는데다가 치트 쓰기도 불편하고 여러 제한이 걸리기 때문에 제 성향상 방치하게 될 것이라고 봤습니다. 하지만 슈퍼패미컴 기기에 대한 향수 때문에 다른 대안을 찾았습니다. 중국 Retroflag에서 나온 라즈베리파이용 슈퍼패미컴 케이스 SuperPi입니다.


지마켓 해외배송으로 주문했더니 3주 만에 도착했습니다. 이제 라즈베리파이를 사서 끼우기만 하면 되는데, 제가 선택한 건 라즈베리파이가 아닌 안드로이드 기기였습니다.
안드로이드 박스의 성능과 편의성에 익숙해진 제가 라즈베리파이엔 만족하지 않을 것 같아서죠.

S905X 칩셋의 안드로이드 박스가 라즈베리파이보단 기본적으로 성능이 더 나은데다가 몇몇 에뮬은 레트로아크보다 안드로이드용 .emu 쪽이 개인적으로 더 편합니다. 특히 슈퍼패미컴 에뮬은 Snes9x.emu이 편하더군요(메가드라이브나 PC엔진 에뮬은 성능상 레트로아크 씁니다). 유튜브, 네이버TV, V LIVE 보는 것도 안드로이드OS가 좋아서 라즈베리파이는 탈락. 그래서 SuperPi 케이스에 딱 맞는 안드로이드 기기를 찾았습니다. 라즈베리파이3와 똑같은 모양으로 나온 기기가 두 종류 있더군요. 우리나라 회사가 만든 오드로이드C2, 중국 회사가 만든 Le Potato입니다.

Le Potato(왼쪽) / ODROID-C2(오른쪽)
라즈베리파이와 기판 배치가 똑같다

오드로이드C2는 S905, Le Potato는 S905X 칩셋을 썼습니다.
CPU 속도엔 차이가 없지만, S905X는 S905를 기반으로 HDR, 4K@60fps VP9, HDMI 2.0a, 오디오 DAC 지원 등이 추가된 개선판입니다.

Le Potato는 안드로이드뿐 아니라 레트로파이, Lakka, LibreELEC, 우분투 운영체제를 지원합니다. 월광보합 같은 것도 가능한 걸로 압니다.
S905X 칩셋은 라즈베리파이3B, B+보다 발열이 덜하고, 속도가 다소 빠르며 3D 성능에서 앞섭니다. 몇몇 동영상 코덱도 하드웨어 차원에서 지원합니다. Le Potato에서 아쉬운 점은 와이파이와 블루투스가 빠져 있습니다. 게임패드를 무선으로 쓰려면 2.4g 수신기 지원하는 거 써야겠습니다. 인터넷은 유선으로 연결해야 합니다. 와이파이와 블루투스는 안드로이드용 USB 모듈을 끼우면 된다고 하더군요.

Le Potato와 오드로이드C2는 가격이 비슷한데, 미국 아마존에서 Le Potato용 할인쿠폰을 뿌리길래 Le Potato를 구입했습니다. 할인받지 않으면 라즈베리파이보다 싸다고 할 수 없습니다. 1기가와 2기가 모델이 있는데, 전 2기가 모델 선택. 안드로이드를 쓰려면 EMMC 모듈도 함께 주문해야 합니다. 레트로파이 등 다른 운영체제는 Micro SD카드에 넣어서 쓰면 되지만, 안드로이드는 빠른 저장장치를 요구하더군요. 16기가 용량의 EMMC 모듈을 함께 주문했습니다.


아마존에서 직접배송으로 주문한 지 열흘 만에 도착했습니다.


EMMC 모듈은 기기 뒷면에 꽂아주면 작동합니다. 이 EMMC 모듈에는 안드로이드 7.0 누가 버전이 들어 있습니다.


슈퍼패미컴 케이스 SuperPi에 Le Potato를 장착합니다. 딱 맞습니다. 조립은 나사만 돌릴 줄 알면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주의할 점은 케이스 아래쪽 Micro SD 투입구에 기기의 카드 장착구가 제위치에 오도록 보면서 끼우는 것입니다. 좀 비뚤게 장착하면 케이스 밖에서 카드가 안 들어갈 수 있습니다.


방열판은 따로 파는데, 전 서비스 중단되어서 쓸 일이 없어진 티빙스틱을 분해해서 빼왔습니다. 3M 양면테이프로 칩셋 CPU 위에 방열판을 붙여줍니다. 사실 라즈베리파이B+와 달리 방열판 없어도 발열 걱정할 수준은 아니라고 합니다. 그냥 버리긴 뭐해서 붙여줬습니다. SuperPi엔 쿨러 장착 공간도 따로 있긴 한데, 소음이 발생해서 개인적으로 선호하지 않습니다.


완성된 모습입니다. 위쪽 슈퍼패미컴 로고와 아래쪽 문구는 구닥동 네오소울님의 데칼 스티커를 이용했습니다. 매직블럭으로 원래 글자 지우고 미리 스티커 붙여놨죠.


전원선은 Micro USB 5핀입니다. USB 전원선과 HDMI 케이블을 TV에 연결하고 TV를 켜면 바로 안드로이드로 부팅됩니다. TV USB 전원이라 TV를 끄면 기기도 꺼집니다. 케이스의 전원 버튼, 리셋 버튼도 이상 없이 작동합니다.


부팅하면 아래와 같이 안드로이드 TV 화면이 나옵니다.


안드로이드 박스에서 흔한 중국 MBOX 런처입니다.


편한 조작을 위해 에어마우스 무선 리모컨을 씁니다. 2.4g 무선이고 USB에 리시버 장착해서 씁니다. 기어베스트에서 15000원 주고 직구한 건데, 마우스, 키보드 조작, 음성 입력 다 됩니다. 웹서핑할 때 편합니다. 네이버TV 앱 조작할 땐 꼭 있어야 하겠더군요.

잘 되나 싶었는데, 여기서부터 고난이 시작됩니다. EMMC에 깔린 안드로이드 7.0 누가 버전이 TV OS가 아닌 폰 버전이라 일단 조작이 불편합니다. 이건 그냥 넘어갈 수 있었는데, 구글플레이서비스가 없습니다. 그게 없으면 유튜브 앱이 작동을 안 합니다. 따로 구글플레이서비스 apk 파일을 구해서 깔아봤지만, 안 깔립니다. 외장 Micro SD 카드에 담긴 몇몇 apk 파일도 클릭하면 버전이 안 맞는다며 설치가 안 됩니다.

OS 문제라고 생각해서 OS 업그레이드를 시도했습니다. Le Potato의 제작사 공식 사이트에는 안드로이드 8.0 오레오 버전이 있어서 그걸 내려받은 뒤,  USB Burning Tool로 롬을 갈아치우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제 PC에서 Le Potato가 USB 인식이 안 되더군요. 관련 포럼을 한참 찾아보니 기기 옆면 왼쪽 위 USB포트에 연결해야 인식된다는 글이 있었습니다. 그대로 하니 쉽게 성공(되도록 컴퓨터 앞면 USB포트보다는 뒷면 쪽 이용하는 게 좋음).

이제 되겠지 싶었는데, 오레오에서도 구글플레이서비스 없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게다가 외장 Micro SD 카드의 apk 파일 전부가 아예 설치가 되지 않습니다. 별의별 방법을 다 써봤지만, 이 상태론 못 쓰겠다 판단하고 다른 커스텀롬을 찾아 헤맸습니다. S905X용 롬이라면 대부분 호환은 됩니다.

롬 깔고 테스트하기를 다섯 번은 반복한 것 같습니다. 대부분 구글플레이서비스가 안 되거나 외장 카드 인식 문제가 있어서 쓸 수 없는 펌웨어였습니다.

겨우 그럭저럭 돌아가는 커스텀롬을 찾아냈습니다.
Beelink Mini MX3 II / M8S II TVStock Nexus ROM입니다. 이건 스마트폰용이 아닌 Android TV OS라서 조작이 더 편합니다. 그리고 구글플레이서비스와 스토어도 잘 작동하네요. 좀 지난 2017년 버전이고, 루팅 폴더 건드는 앱 선택시 에러 메시지가 가끔 뜨긴 하지만, 사용상 큰 불편은 없어 보입니다. 문제는 외장 카드에 있는 NES.emu와 SNES9X+.emu apk 파일이 안 깔립니다. SNES9X+는 구글플레이스토어를 통해 설치하니 깔립니다. 유료 에뮬인 NES.emu가 문제인데, 이건 레트로아크로 대체해도 되니 상관 없을 것 같습니다.
제가 원하는 앱들 테스트해보니 대부분 잘 돌아가서 이 롬에 정착하려 합니다.
(*추가 - www.atvxperience.com에서 제공하는 안드로이드TV OS도 잘 돌아감)



장식용으로 모셔두기보다는 직접 쓰려고 만들었습니다. 앞으로 에뮬 게임+유튜브+스포츠 중계 감상용으로  쓸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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