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4-10

사크 Ⅰ·Ⅱ


PC엔진판 사크 1, 2 합본이다.
1989년 PC-8801버전으로 처음 나왔고, MSX2, PC9801, X68000, 슈퍼패미컴 등으로 이식되었다. PC엔진판은 1992년에 발매되었다.

슈퍼패미컴용 사크1 한글판 - 캐릭터가 짜리몽땅

난 옛날 잡지 게임월드에서 MSX판 공략을 나온 걸 보고 무척 하고 싶었지만, 당시 MSX2가 없어서 군침만 흘린 기억이 있다. 먼 훗날 실기+UFO로 슈퍼패미컴판을 해봤지만, 캐릭터가 원작과 달리 대두 캐릭터여서 멋이 없었고 게임도 밋밋해서 따분했던 기억이 있다.
오랜 세월이 지나 이제서야 PC엔진판을 잡아보았다. 슈퍼패미컴판과 MSX2판은 한글 패치가 있지만, 비주얼과 음성이 있는 PC엔진판을 해보고 싶었다.


사크는 이스1, 2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다. 게임 시스템을 거의 본따서 만들었는데, 당시 기준으로 완성도가 높았기에 이스와 쌍벽을 이룰 수 있었다. 그러나 이스는 지금도 계속 시리즈가 나오지만, 사크는 3편을 마지막으로 종적을 감췄다. 원제작사 마이크로 캐빈은 현재 게임은 안 만들고 일반 소프트웨어를 만든다고 한다.

제목 사크(XAK)는 게임에서 인간계를 뜻한다. 인간계를 위협하는 종족은 '요마'다. 이 게임의 일러스트를 사일런트 뫼비우스 작가가 담당해서 그런지, 사일런트 뫼비우스의 요마를 가져오지 않았나 싶다.


PC엔진판은 아주 쾌적하다. 이동 속도가 빠르고 시스템도 간단해서 옛날 게임이지만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다. CD음원을 활용한 음악도 꽤 듣기 좋다. 액션은 이스 초기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그냥 몸통 박치기다. 칼을 휘두르는 게 아니라 버튼을 누르면 칼을 꺼내고 그 자세에서 적에게 박치기하면 공격이 된다. 그래서 전투가 쾌적하고 빠르게 진행된다. 레벨은 1편은 25가 한계, 2편은 50이 한계이다. 끝까지 올리면 보스들도 아주 쉽게 깰 수 있다. 점프도 할 수 있는데, 레벨이 높으면 전투에서 쓸 일이 거의 없다. 난이도가 낮다. MSX2판보다 난이도가 낮아져서 원작팬들에겐 불만이 있었던 모양이다.


이스와 다른 점이라면 중간에 슈팅 게임 스테이지가 있다는 점이다. 드래곤 스피리트와 비슷하게 용을 타고 불을 쏘며 나아간다. 당시 RPG로선 참신한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구성이 지금의 니어 오토 마타 등에 이어지지 않았나 싶다.

PC엔진판은 1편을 클리어하면 약간의 애니메이션 나오고 스탭롤 없이 바로 2편으로 넘어간다. 1, 2편 모두 다 깨는 데 5시간도 안 걸렸다. 내용이 무척 짧다.
던전과 성에서 뺑뺑이 돌리는 부분이 있지만, 이동속도가 빠르고 게임이 쉬워서 막 짜증날 정도는 아니었다. 스케일도 작다. 마을이 한두 개 정도만 나온다. 단순해서 생각 없이 즐기기엔 좋다.


스토리는 전형적인 왕도물이라 특별한 건 없다. 용사의 후손인 주인공이 요마 대빵을 물리친다는 내용이다. 용사의 피를 이어받은 주인공만이 할 수 있는 일이란다.
이스 시리즈 아돌과 마찬가지로 주인공에게도 여러 여자들이 달라붙는다. 세 여인이 주인공 라토크를 좋아한다. 게임에서나마 우쭐할 수 있다.
1편 스토리는 알기 쉬웠는데, 2편은 약간 복잡해진다. 설정 등이 난잡해진 감이 있다.


캐릭터들은 개성이 확실하고 디자인도 세련된 편이다. MSX2판은 출시 시점 기준으로 완성도가 높아서 상당히 좋은 평가를 받았다. PC엔진판은 음성과 애니메이션이 추가되어서 언뜻 보면 더 좋아졌는데, 보스전 난이도가 낮아져서 게임성은 MSX2판보다 뒤떨어졌다는 평이 많다.
자잘한 버그도 있다. 사라져야 할 무기가 장비 선택창에 남아 있다거나 쓰러뜨린 보스의 모습이 사라지지 않거나 포스를 미리 선택해놓지 않으면 클리어 불가능한 보스가 있다.


지금 해보면 스토리가 너무 평이하고 개연성이 부족한 점은 있지만, 그 당시 관점에서 보면 수작으로 꼽을만하다. 개인적으로 PC엔진판을 쾌적하게 즐겨서 나쁜 인상은 받지 않았다. 별 생각 없이 즐길 수 있는 RPG.


엔딩 본 날 - 2018년 4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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