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4-29

가시마, 가와사키, 도쿄 3박 4일 여행

도쿄는 여러 번 가봐서 또 갈 생각은 없었는데, 마침 AFC챔피언스리그 두 경기가 도쿄 옆의 가시마, 가와사키에서 열려서 그걸 보러 가기로 했다. 이번 여행의 핵심은 축구 관전이다.

2018년 4월 17일(화)
10시 35분 나리타행 제주항공 비행기를 타기 위해 아침 7시 15분에 집을 나섰다. 계양역에서 7시 42분 공항철도를 타고 30분 걸려 인천공항 제1터미널 도착. 은행 앱으로 미리 환전해둔 엔화 10만엔과 포켓와이파이(말톡 하루 2,650원)를 찾고, 모든 절차를 마친 뒤, 제주항공 103게이트까지 오니 9시 5분이었다.
화장실 다녀오고 웹서핑으로 시간 때우다 10시 8분에 비행기 탑승.

나리타 공항까진 지연 없이 오후 1시쯤 도착했다. 입국장부터 수원 유니폼 입은 한국 청년 두 명을 봤다. 나처럼 오늘 저녁 가시마 vs 수원 경기 보러 온 분들이다.
제주항공은 나리타 제3터미널로 도착한다. 전철 타려면 제2터미널에 있는 공항제2빌딩역으로 가야 한다. 터미널연락버스(무료) 타면 5분 걸린다고 하지만, 기다리는 게 귀찮아서 그냥 걸어갔다. 한 10분 더 걸렸다.
미리 인터넷으로 사둔 가시마전 티켓을 나리타 공항의 세븐일레븐에서 발권했다. 1500엔짜리 중앙 좌석이다. 발권 수수료로 180엔이 추가로 든다. 예매번호를 점원에게 보여주면 서명 받고 표를 인쇄해준다. 그냥 주지 않고 봉투에 담아서 준다.


오늘 목적지는 가시마다. 가시마는 하네다 공항보다 나리타 공항에서 더 가깝지만, 나리타 공항엔 직통버스가 없고 하네다 공항엔 있다. 그래서 전철로 두 번 갈아타서 가는 방법밖에 없는데, 문제는 가시마행 전철이 거의 1시간 간격이라 시간이 안 맞으면 오래 기다려야 한다는 점이다. 나 역시 그랬다.


1시 30분에 나리타공항제2빌딩역에서 전철을 탔다. 7분 뒤 케이세이 나리타역에 내려서 도보 5분 거리의 JR나리타역으로 걸어갔다. 개찰구 통과해서 물어보니 타려는 전철이 1시간 뒤에나 온다고 하길래 직원에게 말하고 다시 나왔다. 1시간 동안 JR나리타역 주변에서 밥이나 먹으면서 기다릴 요량이었다.


작은 우동집에 들어갔다. 할아버지가 운영하는 곳인데, 깔끔하진 않았다. 튀김우동과 생맥주 쿠폰을 뽑아서 주문했다. 우동 맛은 평범했다. 우리나라 고속도로 휴게소에서도 맛볼 수 있는 맛 아닐까.


다 먹은 뒤, 아직 시간 여유가 있고 뭔가 부족해서 바로 옆의 야키소바 파는 가게에서 다코야키소바를 주문했다. 포장판매가 메인인데, 앉을 테이블도 두 개 정도 마련되어 있어서 거기 앉아 먹었다. 다코야키소바는 야키소바에 달걀과 문어 다리가 들어간 거였다. 내가 좋아하는 전형적인 야키소바 맛이었다.


JR나리타 5번 플랫폼으로 사와라행 열차가 2시 25분쯤 도착해서 정차하고 있다가 41분에 출발했다. 사와라역에 3시 13분 도착했다. 여기서 또 갈아타야 하는데, 3시 57분 출발이라서 또 기다려야 했다.


사와라역 밖을 보니 딱히 볼 것 없어 보였고 시간도 애매해서 그냥 40분 정도 역에서 기다렸다. 날씨가 흐려서 약간 쌀쌀한 편이었다. 전철을 타고 가시마신궁역에서 내렸다. 개찰구가 구식이라 파스모 교통카드 넣는 곳이 없어서 당황했다. 할아버지 직원에게 파스모 카드 주니 단말기로 찍 찍은 뒤, 통과시켜줬다.


역 앞에서 구글지도를 보며 숙소로 갔다. 오르막길이라 멀게 느껴졌다. 가시마의 첫인상은 아주 한산하고 평화로워 보였다. 후쿠시마 바로 아래이고 지진 피해를 입은 지역이라 걱정했지만, 그런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공기도 맑았다.


내가 선택한 숙소는 가시마 신궁 근처에 있는 <호텔 간케>였다. 가시마 축구 경기장과 가까우면서 제일 싼 곳을 고른 게 여기였다. 체크인을 할머니 직원이 받아주셨는데 내가 일본말 할 줄 알아서 다행이란다. 이 숙소엔 외국인 거의 안 온단다. 이 숙소 주인장이 가시마앤틀러스팬이라서 J리그 티켓 들고 오면 할인해주는 플랜(3,800엔)이 있다. 나도 그걸 선택해서 왔는데 티켓을 따로 확인하진 않았다.


이곳은 '호텔'이라고 말하긴 낡았다. 그래서 호텔이 아니라 '숙소'로 말하고 싶다. 방은 인테리어가 구렸지만, 일본의 비즈니스 호텔보다는 넓었다. 그러나 욕실과 화장실이 방에 없는 게 최대 단점이다. 층마다 화장실은 있는데 깨끗하진 않다. 지하엔 대중탕이 있다. 그리 넓진 않지만, 이용하기에 나쁘진 않았다.
내가 고른 방은 서양식 싱글룸이고, 일본식 방도 있었다. 가격은 같지만, 일본식 방(和室)은 더 지저분할 것 같아서 이걸 선택했다. 나야 그럭저럭 지낼 수 있지만, 깔끔한 것 좋아하는 여성분들은 꺼릴 숙소 같다. 가시마 신궁 코앞이라는 게 최대 장점이다.

버스 기다리면서 '코카콜라 피치' 뽑아 마심

숙소에서 짐 정리한 뒤, 경기장 가려고 저녁 5시 12분에 나왔다. 나중에 알았지만, 숙소 옆에 가시마 경기장행 버스 정류장이 있었다. 난 그걸 몰라서 가시마신궁역까지 내려가서 버스를 탔다. 역 앞 정류장에서 5시 45분에 경기장행 버스를 탔는데, 승객은 나뿐이었다. 평일 경기라서 관심이 적은 걸까?


가시마 경기장 앞에서 내리니 축구팬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버스보다는 전철이나 자가용으로 오는 분들이 많은 건가? 가시마 유니폼 입은 분들이 많이 보였다. 수원 유니폼 입은 한국분들도 종종 보였다.


아직 시간이 남아서 경기장 앞 식당에 들어갔다. 점원들이 가시마 유니폼 입고 있다. 가시마산 재료를 쓴 음식을 파는데, 나는 새우튀김 들어있는 카레라이스를 먹었다. 맛은 그냥 평범했다. 한국에서도 먹을 수 있는 흔한 맛.


가시마 경기장은 한 입구로만 들어가게 되어 있었고, 안에서 여러 음식과 기념품을 파는 매장들이 있었다. 음식은 대체로 비쌌다.


가시마 경기장 관중석으로 들어선 순간, 축구전용구장의 분위기가 바로 느껴졌다. 그라운드와 관중석이 가깝고 시야가 아주 좋았다. 잔디도 최상 수준이었다. 좌석제라서 자리 맡아둘 필요 없어 편했다.


관중 수는 6,229명이라고 경기중에 표시되었다. 많은 관중은 아니지만, 평일에 K리그는 이 정도 관중 유치하기도 쉽지 않다. 일반 관중석에 앉은 사람들도 거의 가시마의 빨간 유니폼을 입고 있었고 서포터즈 구호에 맞춰 머플러를 흔드는 등 분위기가 무척 좋았다. 우리나라는 서포터즈 응원에 일반 관중 호응이 거의 없는데, 가시마는 달라서 부러웠다.


수원삼성으로선 오늘 가시마를 꼭 이겨야만 했다. 같은 조 시드니FC가 안방에서 상하이선화를 이기고 수원이 가시마에게 비기거나 지면 수원이 탈락하기 때문이다. 수원이 이기면 1위로 16강에 올라가지만, 비기면 시드니가 상하이를 이기지 않기를 기도해야 한다.


가시마는 1위냐 2위냐가 문제지 이미 16강 진출이 확정되어서 여유가 있는 편이라서, 주전 여럿을 빼고 나왔다. 빡빡한 J리그 일정도 고려한 선수 구성이다. 여유가 있는 가시마팬들과 달리 수원편인 나는 긴장하면서 경기를 볼 수밖에 없었다.

초반엔 홈팀 가시마의 공격이 거셌지만, 서서히 수원이 주도권을 잡아갔다. 그걸 보고 실수만 하지 않으면 이길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이윽고 프리킥 상황에서 바그닝요의 킥을 데얀이 살짝 방향을 바꿔 골을 터뜨렸다. 일본 관중들 사이에 있어서 속으로만 좋아했다.


후반전도 수원이 주도했지만, 김은선이 부상으로 교체되면서 불안했다. 가시마는 주전 공격수 가나자키 무가 들어와서 더 그랬다. 이 선수는 다른 일본 공격수와 달리 몸싸움에 강하고 한국팀에게 골을 잘 넣는다. 하지만, 수원은 그를 잘 막았고 경기는 수원의 승리로 끝났다. 기뻤다.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뻐하는 수원삼성 서포터즈
허탈한 표정의 가시마 골키퍼 권순태
전반전 끝나고 먹은 꼬치

경기장을 나와 일본 관중들 따라가니 버스 정류장이 나왔다. 바로 버스 타고 숙소 근처에서 내렸다. 제일 가까운 편의점을 구글지도로 검색한 뒤, 걸어갔다. 밤중에 사람이 거의 없어서 적막했다. 패밀리마트 이것저것 먹을 것 산 뒤, 인터넷으로 예약한 도쿄역→나리타공항행 직행버스(900엔) 티켓을 발권했다.


숙소로 돌아와 사온 술과 음식을 먹고 12시 반쯤 잠이 들었다.


2018년 4월 18일(수)
잠자리가 편안하지 않아서 새벽 4시 반에 깼다. 방이 쾌쾌하다. 침대에서 스마트폰으로 웹서핑하다가 7시쯤 지하 대중탕에 가서 몸을 담갔다. 비가 내렸지만, 가시마 신궁에 갈 기회가 지금밖에 없어서 아침 8시부터 우산을 들고 숙소를 나섰다.


비 내리는 신궁도 나름 운치 있다. 나 말고도 몇몇 사람들이 보였다. 가시마는 동네가 되게 고즈넉하고 깨끗했다. 가시마 신궁은 숲속이라서 공기가 신선했다. 기분이 좋아졌다.
일본인들이 신궁 같은 종교 시설을 숲속에 마련한 건 탁월한 선택 같다. 경건하고 신비한 이곳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 자연의 힘인가.

츠쿠바 대학 여자 축구부의 소원 "승격"







가시마 신궁 산책을 끝내고 숙소로 돌아와 9시 40분에 체크아웃했다. 가시마 신궁역으로 내려가서 9시 50분 도쿄역행 고속버스를 탔다. 나리타 공항에서 가시마로 올 때는 교통이 불편했지만, 가시마에서 도쿄로 갈 때는 이 직행버스가 있어서 편했다. 버스 안에 화장실도 있었다.


버스 안에서 페이스북으로만 알던 분이 자기도 도쿄에 있다며 만나자고 연락이 왔다. 재밌겠다 싶어서 만나기로 했다.
도쿄역에는 12시에 도착했다. 한적한 가시마에 있다가 사람 많은 도쿄로 오니 정신이 없었다. 나는 적당히 한적한 곳을 더 좋아하는 것 같다.



기치죠지로 가서 1시에 그분과 만났다. 축구를 좋아해서 관련 일도 하고 J리그 보러온 부부였다. 라멘 먹고 호시노 카페 가서 커피 마시며 이런저런 축구 얘기한 뒤, 2시 50분쯤 헤어졌다.

오늘은 가와사키 vs 울산 경기가 있다. 오늘 경기와 상관없이 울산은 16강 2위 진출, 가와사키는 탈락이 확정되었고 비까지 내려서 보지 말까 고민했다. 하지만 딱히 다른 할 일도 없어서 가기로 했다. 마침 오후부터 비가 그치고 화창해져서 비 맞으며 관전할 일은 없었다.
일단 가와사키역으로 갔다. 가와사키역에서 내려서 세븐일레븐에서 예약한 경기 티켓을 발권한 뒤, <펄 호텔 가와사키>에 체크인했다.

펄 호텔 가와사키 건물

이곳은 좁지만 깔끔한 비즈니스 호텔이었다. 싱글룸 5,400엔에 아침밥도 준다. 짐 두고 나와서 근처에 있는 이치란 라멘으로 들어갔다. 달걀 들어간 메뉴를 고른 줄 알았는데, 잘못 보고 면 추가 메뉴를 골랐다. 그래서 면 다 먹은 뒤, 면 추가했다. 모르고 추가 안 하고 가면 돈 버렸겠다. 이치란 라멘은 원래 양이 적은 편이라 더 먹어야 배부르다.


오후 5시 37분에 가와사키역에서 전철을 타고 50분에 무사시코스기역에 도착했다. 역 앞에는 경기장 가는 버스가 있었다. 안내방송은 가와사키프론탈레 선수의 목소리가 녹음된 것이었다. 버스 안에는 가와사키프론탈레 유니폼 입은 사람이 안 보였다. 경기장 가는 사람보다 일반 승객이 더 많았다.


토도로키 육상경기장 도착에 도착했다. 경기장 앞은 음식과 기념품 판매 매장이 줄지어 있었고 일본의 축제 분위기였다. 가족 단위 관중도 꽤 보였다.




가와사키 경기 티켓은 가시마보다 비싸다. 내가 가시마 경기장에서 앉았던 좌석 위치와 비슷한 곳을 보니 가격이 2배 이상이었다. 절충해서 내가 선택한 좌석은 피치사이드석이다. 구석이고 지붕이 없는 대신 싸다(그래도 가시마의 좋은 좌석보다 비쌈). 육상 트랙 있는 축구장 별로 안 좋아하는데, 이 자리는 선수와 감독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반대쪽 골문이 멀어서 시야가 좋지 않은 게 단점.


장내 방송 아나운서가 울산 서포터들 와주셔서 고맙다고 하니 일본 관중들이 박수쳤다. 울산의 토요다 선수 호명될 때 박수 소리가 컸다. K리그 장내 아나운서는 시장 바닥에서 약 파는 듯한 목소리가 많은데, 가와사키 아나운서 목소리는 세련되게 들렸다. 영어 억양 때문인가?


관중은 어제 가시마 경기보다 많았다. 8000명이 넘었다. 가와사키는 ACL 꼴찌 탈락 확정이고 양 팀 모두 베스트멤버도 아닌데, 평일에 이 정도 관중 수라니 부러웠다.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 울산이 실점했고, 전반에 또 골을 먹어서 0-2로 울산이 가와사키에 끌려갔다. 실망스러웠다. 하지만 후반전엔 경기가 뜨거웠다. 울산이 두 골을 만회하며 동점으로 끝났다. 맥 빠진 경기가 되리라는 예상과 달리 재밌는 경기를 했다. 역시 오길 잘했네.

가와사키 홈구장의 화장실은 내가 가본 축구장 화장실 중 가장 청결하고 넓었다. 줄이 길어도 금방 줄어들고 깨끗해서 기분 좋았다.
일본 축구장은 가족 단위로 와서 즐기기에 좋은 환경 같다. 욕하는 사람도 없고 질서정연하다. 경기장까지 가는 안내도 잘 되어 있고 역 앞에 구단 엠블럼이 있어서 이곳이 이 구단 홈 맞구나 하는 인상을 준다. 경기장 시설이야 한국도 좋아서 별로 꿀릴 게 없는데, 딱 하나, 잔디 관리는 일본이 훨씬 잘하는 것 같다.


가와사키역으로 돌아와서 일본가정식당 오오토야(大戸屋)에서 고기 정식과 맥주를 시켰다. 주문을 태블릿으로 할 수 있다. 한국어 설정도 있어서 편하다. 차분한 분위기의 음식점이다. 여성들이 좋아할 것 같다. 음식 맛은 대단히 맛있고 그러진 않았지만 건강식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다른 음식점에 들러 쿠시 10개 세트와 술을 마시고 호텔로 돌아와 잠을 청했다.

자기 전에 무알콜 맥주


2018년 4월 19일(목)
오전 5시 반에 잠이 깼다. 일본 와서 잠을 푹 자지는 못하고 있다. 펄 호텔은 잠자리가 나쁘지 않았는데도 그랬다. 7시에 호텔 조식 먹고 샤워한 뒤 9시 55분에 체크아웃했다.

펄 호텔 가와사키 뷔페 조식

가와사키 시내는 도쿄랑 별 차이가 없었다. 번화하고 있을 거 다 있었다. 그만큼 특색도 없었다. 오늘부턴 날씨가 더워졌다.


가와사키역에서 10시 10분쯤 전철을 타고 11시 19분에 나카이타바시역에 도착했다. 역 앞에서 구글지도를 보며 다음 숙소인 <시티포트 비즈니스 호텔>로 향했다. 이케부쿠로에서 4정거장 걸리는 값싼 숙소이다. 이 동네는 보통의 주택가라서 관광할 곳은 없다.


숙소에 짐을 맡기니 외국인이 여기 묵느냐고 신기하게 본다. 외국인 상대 경험이 거의 없는 모양인지 여권 복사도 요구하지 않는다. 체크인은 4시로 알고 왔는데, 3시부터라고 한다. 짐만 맡기고 나왔다.


근처 동네 음식점 들어가서 생맥주와 새우붕장어튀김덮밥을 시켰다. 맛나게 먹었다. 그 뒤 나카이타바시역에서 전철을 타고 1시 4분에 시부야역에서 내린 다음, 꽤 걸어서 중고 유니폼을 파는 빈티지풋볼샵 시부야점으로 갔다.


이곳은 어제 만난 축구팬분이 강추하길래 갔는데, 나는 유니폼엔 별로 관심이 없어서 쓱 둘러보고 금방 나왔다. 가게도 넓지 않고 손님도 나밖에 없어서 오래 있기는 뻘쭘했다.



나와서 푸드트럭에서 스테이크를 사서 먹었다. 백종원 푸드트럭이 생각나서 먹어본 건데, 특별히 맛나진 않았다. 백종원이 먹는다면 지적하지 않을까.


또 어딜 갈까 생각하다가 하라주쿠로 걸어갔다. 내가 좋아하는 쟝가라 라멘이 보이길래 봉샹라멘을 시켜서 먹었다. 맛있었다. 이치란라멘보다 난 이게 더 마음에 든다. 덜 자극적이면서 국물이 설렁탕 같아 친숙하다.


하라주쿠는 사람이 너무너무 많았다. 주말 홍대 거리보다도 더 많았다.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피곤했다. 오모테산도까지 돌아다니다가 4시 40분쯤 나카이타바시역으로 돌아왔다. 어디 온천을 가거나 관광지를 갔어야 했다. 도쿄 도심지에선 특별히 볼 건 없었다.


나카이타바시역 맞은편에 꼬치집이 있었다. 앞에서 들어갈까 말까 고민중이었는데, 가게 주인 청년이 들어오라고 해서 들어갔다. 꼬치와 하이볼 시켜서 먹고 호텔로 갔다.



오늘 묵는 시티포트 호텔의 방은 기대를 안 한 덕인지 예상보다는 괜찮았다. 싱글룸 1박에 4900엔이다. 전날 묵은 펄 호텔만큼 깔끔하진 않았지만, 첫날 묵은 호텔 간케보단 훨씬 나았다. 금연실, 흡연실 구분은 없는 것 같다.


좀 쉬었다가 북오프를 가기 위해 전철 타고 이케부쿠로로 갔다. 북오프는 나카이타바시역 앞에도 있었는데, 책 종류가 많지 않아서 잠깐 둘러보고 나왔다. 이케부쿠로 지점은 규모가 좀 있는 편이어서 온갖 중고책을 구경했다. 레트로 게임기 관련 물품은 살만한 게 없었다.

이케부쿠로 ABC마트의 트와이스 홍보 동영상

돌아다니다 초밥집 들어갔는데, 좋아하지도 않는 날새우 등을 잘못 시켜서 대충 먹고 나왔다. 비린 냄새가 남아서 이번 일정에서 초밥집엔 더 가지 않았다.

호텔로 돌아와서 편의점에서 산 맥주를 마시면서 쉬었다.


2018년 4월 20일(금)
아침에 호텔 체크아웃하고 전철을 탔다. 오늘 오후 6시 30분 비행기로 집에 돌아간다. 3시까지 도쿄역에서 놀다가 예약해둔 나리타 공항행 버스(900엔)를 탈 생각이다.

도쿄역에서 북오프가 있는지 검색해봤는데, 없길래 도쿄역으로 가는 도중, 아키하바라역에서 내렸다. 북오프 아키하바라 지점은 역에서 가까웠다. 북오프에서 중고책 구경하다가 10시 40분쯤 다시 아키하바라역으로 돌아왔다. 마침 쟝가라 라멘 가게가 있길래 11시 오픈 시간까지 기다렸다가 라멘과 생맥주를 먹었다.


어제 먹은 것과 다른 니쿠타마 라멘이었다. 맛은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도쿄역으로 갔다.


제과점에서 야키소바빵과 카레빵을 먹었다. 일본빵이 맛있다고 하는데, 그렇게 대단한 줄은 모르겠다. 파리바게트 빵보다야 낫다.


짐을 도쿄역 코인락커에 넣으려고 했지만, 빈 곳이 없었다. 한참 찾다 지하층에서 자리를 발견했다. 500엔 주고 캐리어를 넣었다. 마루젠 서점으로 걸어가서 책들을 구경한 뒤, 책 한 권 사고 도쿄역 지하상가로 돌아왔다.
여행 오기 전에 점찍어뒀던 오코노미야키 가게 '키지'가 눈에 띄었다. 줄도 없길래 바로 들어가서 힘줄(すじ) 오코노미야키와 생맥주를 시켰다. 야키소바도 먹고 싶었지만, 다 못 먹을 것 같아 참았다.


오코노미야키는 혼자 먹기 적당한 양이었다. 주방장이 다 만들어서 주니 편했다. 철판에 놓아둔 걸 쪼개서 접시로 가져가서 먹으면 되었다. 엄청 맛있진 않았지만, 먹고 싶었던 음식이라서 만족스러웠다.


돌아다니다 크래프트 맥주 가게에서 샘플 맥주 4잔짜리 마신 뒤, 캬베진을 사고 도쿄역 근처 정류장으로 가서 3시 20분에 나리타 공항행 버스를 탔다. 나리타 공항행 버스는 처음 타봤는데, 제주항공용 제3터미널까지 데려다주니 편했다. 900엔으로 전철보다 싸고 1시간 15분 동안 앉아갈 수 있어서 좋았다. 또 나리타 공항을 이용할 일이 있다면 이 버스를 타야겠다.


나리타 공항 제3터미널 음식점에서 다코야키와 음료수를 마신 뒤, 인천행 비행기에 올라탔다. 갈 때는 출발이 20분 정도 지연되었다. 밤 9시 30분쯤 인천공항에 도착해서 모든 일정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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