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4-30

미야자키 2박 3일 여행

도쿄에서 돌아온 지 6일 만에 미야자키로 떠났다. 출발 이틀 전에 이스타항공으로 예약했는데, 126,200원이었다. 숙소도 비교적 싼 곳을 골라 예약했다. 미야자키는 도쿄나 오사카와 달리 닥쳐서 예약해도 가격이 막 오르지 않고 널널한 편이었다.

2018년 4월 26일(목)
포켓와이파이를 찾은 뒤, 아침 10시 5분에 이스타항공을 타고 미야자키로 날아갔다. 내 옆 두 자리는 비어 있어서 편했다. 11시 55분에 미야자키 공항에 도착했다. 미야자키 공항은 규모가 작았고, 골프 장비 짐이 많은 것으로 봐선 골프 치러 온 중년의 한국인들이 많은 모양이었다.


모든 절차을 끝내고 12시 33분에 미야자키역행 버스를 탔다. 430엔이고 32분 걸려 오후 1시 5분에 역에 도착했다. 공항에서 시내까지 가까워서 마음에 들었다. 공항 밖에서 본 미야자키 첫인상은 제주도 같았다. 버스 창가로 거리를 보니 있을 건 다 있는데 활기는 없어 보였다. 사람은 적었고, 미인 미남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수수했다.


숙소 체크인 시간까지 시간이 남아서 캐리어를 끌고 미야자키역 안에 있는 음식점에 들어갔다. 미야자키 햄버그와 생맥주를 시켰다. 런치 시간이라서 밥과 된장국이 무료로 딸려 나왔다. 다 먹긴 했지만, 그렇게 맛있지는 않았다. 전에 후쿠오카에서 먹었던 게 더 맛났다.


아쉬워서 옆의 우동집으로 들어갔다. 블로그에서 누가 여기가 맛집이라고 추천해줘서 들어갔다. 270엔짜리 텐푸라우동을 시켰다. 저렴하다. 시킨 지 1분 만에 나왔다.


먹을만하긴 했는데, 좀 짰다. 맛집이라고 치켜세울 만큼은 아니지 않나. 손님은 무척 많았다.
캐리어를 끌고 역에서 500미터쯤 떨어진 북오프로 갔다. 별로 살 책이 없다. 쓱 둘러보고 숙소로 향했다. 중간에 공원이 있었는데, 잘 꾸며놔서 보기 좋았다.


꽤 걸어서 첫날 숙소 <리틀 앨리스>에 3시쯤 도착했다. 영세민이 사는 원룸 아파트 같았다. 그냥 싼 맛에 급히 예약한 곳이다. 문 앞에서 번호 누르면 주인 나온다고 해서 기다렸는데 안 나온다. 맞은편 가게 아줌마가 나오더니 숙소 주인에게 전화해줬다. 이윽고 숙소 주인아저씨가 나왔다. 공사판에서 일하는 사람처럼 와일드하게 생겼다. 내가 외국인인 걸 알자 영어를 섞어 쓰며 얘기했다. 계산(1박 3,000엔)하고 나서 1층 방으로 날 안내했는데, 싱크대 바닥이 너무 지저분해서 속으로 경악했다. 다행히 그곳은 주인이 프런트로 쓰는 곳이었다.


2층 208호 열쇠를 내주었다. 내 방에 들어가니 싱크대 쪽이 깔끔하진 않았지만, 방은 깨끗했다. 일본식 다다미방이었다. TV는 화면이 아주 작았다. 14인치쯤?



어제 잠을 못 자서 짐 풀고 저녁 5시 40분까지 잤다. 그리고 한 2㎞쯤 떨어진 일번가로 걸어갔다. 이곳은 미야자키 최대 환락가이다. 술집과 음식점이 모여 있다. 대도시처럼 규모가 크진 않았다.


일단 라멘을 먹었다. 맛은 보통. 그리고 길가에서 파는 고기만두를 먹었다. 하나 300엔. 주인도 무뚝뚝하고 그렇게 맛있진 않았다. 조금 남기고 버렸다.


네이버 검색으로 추천하는 술집을 찾았다. 한국말 하는 여종업원이 있다는 쿠시카츠집으로 들어갔다. 주문할 때 내 발음을 듣고 한국말로 말을 걸어왔다. 한국말을 무척 잘한다. 왜 잘하느냐고 했더니 한국에서 유학했단다. 더 깊게 물어보고 싶었지만, 바쁜 것 같아서 더 말은 안 했다. 요청도 안 했는데, 한글 메뉴판을 가져왔다. 일본 메뉴판에 한글로 토를 달아놓은 건데, 글씨체가 귀여웠다. 나보다 글씨를 잘 쓴다.


생맥주, 쿠시카츠, 미야자키산 키리시마 일본술을 마시고 나왔다. 쿠시카츠 맛은 그냥 그랬다. 미야자키에 와서 첫날 먹은 음식들이 다 만족스럽지 않다. 한국말할 줄 아는 여종업원(사장일지도)이 나갈 때 한국말로 인사했다.
로손 편의점에서 주전부리할 것 산 뒤, 숙소로 돌아왔다. 일본 수박바를 먹어봤는데, 한국 것보다 맛이 없었다.


누워서 쉬다가 나가서 돌아다녔다. 밤 11시쯤 요시노야에 들어가서 고기 카레를 시켰다. 또 맛이 없었다. 오늘 왜 이래.
숙소로 돌아와서 TV를 보며 잠을 청했다.


2018년 4월 27일(금)
아침 7시 일어나서 8시 반에 숙소 <리틀 앨리스>를 나왔다. 호텔처럼 체크아웃 절차는 필요 없다. 열쇠를 주인이 묵는 호실 문 안으로 넣으면 끝. 기분 좋은 방은 아니어서 빨리 뜨고 싶었다. 옛날 신오쿠보에서 어학연수하던 시절 지냈던 기숙사 방과 비슷한 느낌.
다음 숙소인 토요코인 미야자키에키마에로 갔다. 미야자키역 코앞이라서 편하고 프런트부터 깔끔하다. 체크인은 4시부터라서 일단 짐만 맡겼다. 짐을 맡아주는 여직원 표정이 그렇게 밝진 않은 것 같다.
미야자키역 관광 센터에서 비지트 미야자키 버스 패스를 샀다. 외국인에 한해 1,500엔에 하루 동안 미야자키 버스를 탈 수 있는 패스다. 오비 마을까지 왕복만 해도 본전 이상 뽑는다. 원래 1,000엔이었는데 2018년 4월부터 1,500엔으로 올랐단다.


사용 날짜를 표에 적게끔 되어 있고 버스 기사에게 그걸 보여주면 그날 버스는 공짜로 탈 수 있다. 그런데 이 사용 날짜를 지워지는 펜으로 쓴 뒤, 하루 버스 탄 다음, 지우고 다른 날짜를 쓰면 또 이용할 수 있다. 그렇게까지 하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느냐마는 허술해 보였다.

역 안의 제과점에서 달걀야채 샌드위치와 포테이토빵, 홍차를 시켰다. 우리나라 제과점에서도 맛볼 수 있는, 평범한 맛이었다.


9시 20분에 버스를 탔다. 아오시마 신사에 가려고 아오시마 어쩌고 하는 호텔 앞에서 내렸는데, 신사 근처가 아니라 약 4㎞ 떨어진 곳이라는 걸 구글 지도 보고 알았다. 관광 센터에서 준 노선표에는 정류장 이름이 실제와 똑같이 쓰여 있지 않아서 헷갈릴 수밖에 없었다. 신사에 가려면 어느 정류장에서 내려야 하는지까지 적어줘야 하잖는가. 운동 겸해서 4㎞ 거리를 걸었다. 30분쯤 걸렸나.


날씨는 더웠는데, 바닷바람이 불어서 더위를 식힐 수 있었다. 바닷가와 아오시마 주변 어촌을 지나가니 아오시마 신사로 가는 길이 보였다.





썰물로 드러난 도깨비 빨래판을 봤다. 특색이 없어서 봐도 무덤덤했다. 다리를 건너자 아오시마 신사가 보였다. 작은 신사였다. 요걸 보려고 길게 걸었나.




더워서 신사에서 300엔짜리 아이스크림 먹었다. 미야자키에 있는 목장 우유 썼단다.


아오시마 호스텔이라고 적힌 버스 정류장에서 시간표를 확인한 뒤, 주변 음식점으로 들어갔다. 미야자키의 향토 요리인 치킨 남반 정식이 있길래 그것과 망고 주스를 시켰다. 원래 와인을 시켰는데 떨어졌단다. 치킨 남반은 담백했다. 대단한 맛은 아니었지만, 시장한 덕인지 잘 먹었다.


아오시마 호스텔 정류장 앞에서 오비행 버스를 기다렸다. 12시 39분에 오기로 한 버스가 42분 도착했다.


우도 신궁과 선멧세니치난를 거치는 버스이기 때문에 거길 먼저 들르고 오비 마을을 갈까 고민했는데, 그 셋 중 가장 가고 싶은 곳은 오비 마을이었기 때문에 먼저 오비 마을을 보고 시간 남으면 나머지 관광지를 가기로 마음먹었다.
시간은 꽤 걸렸다. 1시간 37분을 달려서 2시 16분에야 오비 성하 마을에 도착했다. 돌아갈 때도 시간이 꽤 걸리겠다.


오비 성하 마을 주변 매장들은 평일이라 그런지 닫힌 곳이 많았다. 거리는 깔끔한데, 사람도 적고 활기가 없었다. 구글 지도를 보며 오비 성으로 갔다. 가다가 다리 밑 호수를 내려다보고 있는 할아버지가 보였다. 내가 지나가자 할아버지가 밑에 큰 잉어 있다고 말했다. 난 "와~ 그렇게 커요? 대단한데요" 하고 일본말로 맞장구쳐줬다.



오비성 근처로 가자 일본 옛날 건물들이 눈에 들어왔다. 입구에서 700엔짜리 지도를 판다. 그걸 사면 여러 음식 시식권, 건물 입장권 등이 들어 있는데, 난 안 샀다. 굳이 돈 내고 들어가고 싶을 만큼 끌리는 곳은 없었기 때문이다. 밖에서 보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입구에는 미야자키산 오뎅 파는 곳도 있었다. 여기서 오뎅 정식 먹을까 했는데, 오뎅 한 점 시식해보고 입맛에 안 맞아서 포기했다.
오비성 주변은 작은 교토 같은 느낌이라서 기분이 좋았다. 여기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규모가 작아서 금방 다 볼 수 있었다.



산 속에 있는 신사도 들어갔다. 앞에 있던 할머니가 인사하며 자긴 여기 매일 세 번 와서 참배한다고 했다.





오다가 길가 연못에 풀어놓은 잉어도 봤다. 신기했다.


다 보고 역으로 돌아가는 버스 시간을 확인하니 4시 버스였다. 이게 막차였다. 그 말은 즉, 다른 관광지를 볼 시간은 없다는 것이었다. 너무 덥기도 했고 아쉽지만, 우도 신궁과 모아이 구경은 패스하기로 했다. 시내가 아니라 관광지 중심 여행이라면 숙소를 아오시마 근처 리조트로 잡는 게 이동 시간이 절약되겠다. 이걸 미리 알았으면 첫날 숙소는 아오시마 근처로 잡았을 것이다.
바로 미야자키역으로 갔다. 호텔로 돌아온 것은 저녁 6시 20분이었다. 체크인했다. 1박에 조식 포함 4,860엔. 직원이 토요코인 카드 만들라고 권했다. 1,500엔 내면 숙박비 매번 할인도 되고 체크인 시간도 앞당겨주며 10박 묵으면 1박 공짜 등 혜택이 다양했다. 그러나 토요코인 호텔에 그렇게 자주 묵을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어서 안 만든다고 했다.



방으로 들어가 몇 분 쉬었다. 토요코인 명성답게 깨끗하고 쾌적했다. 전날 묵은 숙소의 쾌쾌함과 비교가 되었다. 어제 방이 남아 있었다면 2박을 여기서 묵었을 것이다.
몇 분 앉아 있다가 저녁 먹으러 나갔다. 음식점과 술집 많은 곳은 결국 일번가밖에 없어서 어제에 이어 또 그쪽으로 갔다.
가다가 돈가스집이 눈에 띄어서 들어갔다. 안심돈가스를 주문했다. 점원 아줌마가 하쿠마이하고 XX마이 중 뭘 선택할 거냐고 묻던데, 하쿠마이가 뭔지 모르고 그냥 하쿠마이 달라고 말했다. 사전 찾아보니 백미(白米)였다. 아마도 흰쌀이냐 잡곡밥이냐 선택하는 것이었는데, 알았으면 다른 걸 골랐을 것이다. 내 일본어의 부족함을 느꼈다.


안심돈가스는 맛있었다. 미야자키 와서 처음으로 맛있게 먹었다. 종업원 아줌마가 나갈 때도 밖으로 나와 인사했다.
일번가로 걸어가서 새로 개업한 라멘집에서 조금 매운 라멘을 먹었다. 맛은 좋지도 나쁘지도 않았다. 손님은 거의 없었다.



그리고 나서 꼬치집 가서 꼬치 오마카세 6개와 생맥주 마셨다. 그럭저럭 괜찮았다.
너무 배불러서 호텔로 돌아왔다. 이제 미야자키 관광은 끝이다. 호텔로 와서 TV를 틀었는데, <너에게는 돌아갈 집이 있다>라는 드라마가 나왔다. 거기서 낯이 익은 배우가 있었는데, 한국에서도 활동했던 유민이었다.


옛날에는 참 청순했는데, 지금은 아줌마 같았다. 목소리에서도 예전의 조신함은 사라졌다.


2018년 4월 28일(금)
아침 7시 30분쯤 일어나서 물 틀어놓고 목욕을 했다. 그리고 8시 40분쯤 토요코인 조식을 먹으러 내려갔다. 프런트 앞에 식당이 있었다. 그냥 평범한 맛이었다.
9시 30분에 체크아웃하고 역 앞 정류장으로 가서 9시 40분에 공항행 버스를 탔다. 버스 시간을 보니까 이 버스를 놓치면 11시 넘어서나 버스가 있었다. 그러면 비행기 시간이 아슬아슬하다. 조금 일찍 나와서 다행이었다.


미야자키 공항에서 탑승권 발급받은 후, 공항의 히비키 라멘을 먹으려고 11시 오픈 시간까지 줄 서서 기다렸다. 새우 라멘과 생맥주를 시켰다. 그런데 가라아게+생맥주 세트가 있길래 생맥주 단품을 그걸로 바꿔 달라고 했다.


20분 넘게 걸려서 시킨 음식이 왔다. 라멘 위의 새우 튀김은 맛있었다. 라멘 맛은 맛이 없진 않지만, 호평받을 정도는 아닌 것 같다. 미야자키에서 유명한 라멘이라곤 하는데, 개인적으론 도쿄의 쟝가라라멘이나 가고시마의 갸루후라멘보다 못했다. 가라아게는 배불러서 반 개 정도 남겼다.


계산하고 나오니 계산이 잘못된 걸 알았다. 생맥주 한 잔을 더 추가해서 점원이 계산한 것이다. 다시 들어가서 생맥주 한 잔 값 600엔을 돌려받았다.

배부른 상태로 인천공항행 비행기를 탔다. 미야자키는 항공료가 싸고 혼잡하지 않아서 좋은 점도 있지만, 음식 맛이나 관광지가 막 인상적이진 않아서 두 번 올 것 같진 않다.

댓글 1개:

  1. 글에 씨크함이 묻어나 오심니다..좋은글 잘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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