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2-06

2009년 일본 출장기 (4박 5일)

2009년 11월 28일 토요일 도쿄 첫날
아침을 제과점 빵으로 때우고, 여행용 가방에 옷가지와 노트북, PDA, MP3P를 넣고 집을 나섰다. 차를 몰고 엄마 집에서 가서 주차한 다음, 12시부터 3시10분까지 점심 먹고 강아지들하고 놀았다.

리무진 버스 정류장까지 걸어갔는데 생각보다 집에서 멀었다. 거의 버스 한 정거장 거리여서 무거운 짐을 끌고 가는 데 애를 먹었다.

4시5분에 출발한 버스는 5시45분에 김포공항 국제선 건물 앞에 도착했다. 거래처 사람들에게 줄 선물을 사서 가방에 넣은 뒤, JAL항공 탑송수속을 하러 갔다. 서있는데 뒤에서 훤칠한 여자가 이 줄이 발권하는 줄이 맞냐고 물어봤다.

난 그런 줄 알고 대답했는데, 근처에 있던 항공사 직원이 먼저 옆의 자동발권기에서 여권을 인식시켜서 항공권을 받으라고 했다.


어라, 요새는 자동발권기가 있구나.
하지만 왠일인지 내 여권은 자동발권기에서 인식이 되지 않아 그냥 데스크에서 항공권을 받았다.

늦게 와서 창가 쪽 자리가 아닌 가운데 자리에 타게 되었다. 내 양옆에는 일본인 아저씨들이 탔다.

이코노미 좌석이 어렇게 좁았나. 앉아있기 불편했다. 토요일이라 사람이 많은 거 같다.

PDA로 일본드라마나 보려고 했더니 PDA에 SD카드가 안 꼽혀있는 걸 발견했다. 집 컴퓨터 리더기에 꼽은 채 안 가져온 것이다. 거기에 만날 사람들의 전화번호와 출장일정, 지하철노선도를 넣어두었는데, 이렇게 된 이상 기억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비행기에서 내려서 무료 버스를 타고 제1터미널로 가서 모노레일을 탔다.
시나가와역까지 620엔이었다. 2년만에 온 일본인데, 아직 별 감흥이 없다.

시나가와역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니 시나가와 프린스 호텔 간판이 바로 보였다. 지금까지 묵었던 일본 호텔 중에 건물은 가장 컸다. 하지만 12층 방에 들어가니 아주 아담했다. 좁지만, 냉장고도 있고 TV도 있으니 이 정도면 만족한다.


바로 방을 나와서 주변을 걸었다. 이제야 외국에 온 느낌이 들었다. 여기서 나를 알아보는 사람은 없다. 자유롭게 행동해도 된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아졌다.

밤 11시가 넘었기 때문에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사서 먹을까 했는데, 막상 도시락을 보니 맛이 없어 보였다.

그래서 돌아다니다가 역 앞 포장마차에서 할아버지, 할머니가 파는 라면을 먹었다. 650엔이었다. 느끼한 보통 일본라면이었다. 오랜만에, 그리고 시장한 상태에서 먹으니 좋았다.

편의점에서 음료수와 과자 하나 사서 방으로 돌아왔다.


2009년 11월 29일 일요일 도쿄 둘째날
시나가와 호텔 아침식사는 세 종류 중 하나를 고를 수 있었는데, 먼저 일식 뷔페를 골랐다. 1층 로비에서 옆 호텔 건물의 식당 앞으로 가자 사람들 줄이 늘어서 있었다. 거의 일본사람이었다. 10분 정도 줄을 선 뒤 식당에 들어갈 수 있었다.

식당이 엄청 컸다. 음식은 다양했고 인테리어도 고급스러운 곳이었지만, 이런 데선 마음 편히 음식을 먹을 수가 없어 좋아하진 않는다. 대충 먹고 호텔을 나섰다.

지하철 계단을 보니 화살표가 있는데, 우측통행으로 바뀐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은 좌측통행이 많았고, 어떤 곳은 우측통행으로 되어 있는 등, 통일되어 있지 않았다.


옛날에는 일본사람들이 좌측통행을 잘 지킨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써있는대로 가지 않는 일본인도 꽤 있었다.

12시에 기치죠지역에서 일본인 선생님과 약속이 있었는데, 시간이 남아서 옛날에 유학했던 신오쿠보로 갔다. 한 20분 정도 거리를 걸었다.


한국 사람이 많은 동네 답게 지하철 앞에서 교회 선전하는 사람도 있고, 한국물건 파는 가게들과 한국어간판들이 많았다. 떡볶이도 팔고 있었다.


몸이 그리 좋지 않다. 열도 있고 피곤하다. 신종플루가 의심된다. 설마?
밖이 추워서 돌아다니기보다 그냥 호텔 안에서 자고 싶었다.

30분 정도 기치죠지역 주변을 돌아다니다가 만나기로 한 일본인 선생님을 만났다. 외모가 특이하셔서 한 눈에 알아보았다.

선생님이 안내한 가게로 갔다.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애들이 아르바이트하고 있는 음식점이었는데, 술과 해산물로 된 음식들을 팔았다. 한낮이라 술 마시러 오는 사람보다 식사하러 오는 가족들과 커플이 많았다.

일본술과 생선회, 튀김 등을 선생님이 알아서 시켰다. 시키면서 메뉴에 대해 선생님이 궁금한 걸 물어봤는데, 알바생 여자애가 메뉴를 잘 몰랐다. 선생님이 혀를 끌끌 차며 교육이 잘 안된 신참이구나 했다.


이 가게는 내가 알고 있던 일본인 이미지를 뒤엎었다.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 어려서 그런지 주문 받는 법도 서투르고, 손님과 부딪쳐서 넘어지기도 했다. 손님 보는 데서 알바생끼리 점심식사 하는 모습도 봤다. 이건 금기사항으로 알고 있는데, 일본에서도 이렇게 적당한 곳이 있구나 했다.


전에 만났을 때와 마찬가지로 선생님이 쉬지 않고 말을 했기 때문에 내가 말할 일이 별로 없었다. 일본어를 쓰는 게 오랜만이라 그런지 적응이 안 되고 있다. 이틀 정도 지나야 입에 붙을 거 같다. 선생님과 일에 대해 이야기했다.


12시에 만났기 때문에 그냥 식사만 하고 끝날 줄 알았는데, 무려 6시까지 술과 안주를 먹었다. 5시 넘어야만 먹을 수 있는 해산물이 있어서 그걸 선생님이 기다리고 있었다.
소라, 새우, 게 등을 그대로 달궈서 먹었다. 알바생이 소라 알맹이를 꺼내서 주려다 실패해서, 새로운 소라를 가져와서 다시 달궜다. 역시 서투르다.

선생님은 한국과 일본 역사에 대해 열렬히 얘기했다. 요즘 두 나라의 고대사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고 한다. 선생님은 일본이 아시아 나라들에 잘못한 부분은 잘 알고 있으나 그것 때문에 일본인이 한국인과 중국인을 대하기 껄그러운 점이 있다고 했다. 항상 죄인 취급을 받아야 하니 그것이 역차별이 된다고 했다.

음식과 술값이 예상보다 많이 나왔다. 이 정도 양이면 우리나라에선 이 금액의 반값 이하면 될 텐데, 일본이 비싸긴 비싸다.

선생님과 헤어지고 술기운도 있고 몸도 좋지 않아 바로 호텔로 돌아와서 잤다. 두 시간 뒤에 일어났는데, 머리가 아프다. 아무래도 감기 걸린 거 같다.


2009년 11월 30일 월요일 도쿄 셋째날
푹 잤더니 몸이 개운해졌다. 오늘 아침식사는 어제와 다르게 뷔페가 아닌 아메리칸 정식으로 했다. 사람도 별로 없고 자리도 창가 쪽이라 마음에 들었다.



빵 두 개, 달걀스크램블, 베이컨, 소세지, 샐러드, 오렌지주스, 홍차가 나왔다. 아침식사론 딱 좋았다. 뷔페는 여러 가지 음식을 먹을 수 있긴 하지만 왔다갔다 해야 해서 귀찮다.


거래처에 줄 선물 사려고 신오쿠보로 갔다. 한국 물건 파는 곳에서 한국 약과를 샀다.
양도 적고 싸보였지만 이 가게에서 이거보다 더 좋은 한국과자는 없었다.
이 가게는 한류 관련 물건을 팔고 있었는데, 점원들이 전부 한국 유학생들이라 우리나라 말이 통했다.


이케부쿠로역으로 가서 부엉이 동상이 있는 약속장소를 확인한 뒤, 시간을 때우러 밖으로 돌아다녔다. 전자제품가게인 빅카메라에서 들어가서 구경만 했다.

12시 10분에 약속장소로 돌아가서 여선생님을 만났다. 연세가 있으신 분이다. 2년전에 만났던 때와 다름없이 정정하고 온화한 표정을 유지하고 계셨다. 저 나이에 저렇게 건강하신 게 정말 대단하다.

선생님이 안내하는 횟집에 가서 회와 튀김, 두부 세트를 먹었다. 고급스러운 음식이었지만 맛은 그냥 그랬다.


물론 예의상 오이시~, 오이시~는 연발했다.
눈앞에는 횟감들이 물속에서 돌아다니고 있었다.

한국 경기는 어때? 별로예요, 다른 직원들은 어떻게 지내나? 등등의 얘기를 했다.
나는 김과 김치를 드렸는데, 한국인 제자한테도 김치를 받은 모양이라 '에~ 또 김치?'하는 표정이셨다.


장소를 옮겨 백화점 레스토랑에 가서 케이크와 홍차를 시켰다.
일 얘기가 끝나고 집 얘기, 연애관, 한국의 다운로드 문제 등을 얘기했다.

선생님의 첫째 아들은 6살 연상의 애가 둘 딸린 여자와 결혼했는데, 반대하진 않았다고 한다. 주위에서 왜 반대 안 했냐고 난리였는데, 선생님은 아들 인생이니 알아서 하라고 했다고 한다. 조건이 나쁜 탓인지 상견례 자리에서 상대 부모가 미안하다는 듯이 얘기했고, 며느리도 자기한테 잘한다고 한다.

이거 저거 얘기하다가 선생님이 일해야 한다고 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선생님에게 이 주변에서 가장 큰 서점이 어디냐고 물었더니 안내해주셨다. 서점에서 책을 보다가 오쿠보로 가서 일본 교과서 파는 곳을 찾았는데, 지금은 없어진 거 같다.


시간이 남아 어딜 갈까 고민하다가 아키하바라로 갔다. 아이쇼핑만 하며 돌아다녔다. 용산전자상가와 다른 점은 용산은 어둡고 호객꾼들과 사기꾼들이 많은데, 여긴 밝은 이미지라는 점이다. 메이드 복장을 한 알바생들이 전단지를 나눠주고 있었는데 무시하고 지나갔다.

아키하바라역에서 오야코카레를 먹었다. 맛은 전에 먹은 C&C카레보단 떨어진다.


긴자로 가서 조금 걸은 뒤, 유라쿠쵸역에서 시나가와역으로 돌아왔다. 근처 라면집 앞에 있는 식권판매기에서 메뉴를 살펴보고 있으니 안에 있던 점원이 나와서 어서 들어오세요~ 했다. 알았다고 하고 라면세트 (라면+밥+만두) 식권을 자판기에서 뽑았다.



라면 이제 그만 먹어야겠다. 느끼하다. 7시쯤 일찍 호텔로 돌아왔다.


2009년 12월 1일 화요일 도쿄 넷째날
아침식사를 어제 먹은 것으로 했다. 달걀만 오믈렛으로 바꿨다. 앞에서 서양바이어하고 일본여자가 영어로 뭔가 말하고 있었다. 기업간의 거래인 듯하다. 여자가 세련되어 보였다. 나도 영어를 잘하면 좋겠다.

방에 와서 이를 닦은 뒤, 메구로역으로 갔다.


30분쯤 주변을 산책한 뒤, 약속시간인 10시쯤 미츠이 스미토모 은행 앞에서 거래처에 전화했다. 사장님이 5분 뒤에 마중나왔다.

사무실은 그대로였다. 좁고 사원은 사장 포함해도 세 명뿐이다. 거래에 관해 이야기를 들은 뒤, 이북이나 업계 경기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같이 나온 일본인은 졸린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심드렁한 표정으로 가끔 질문했다.

이야기가 끝난 후, 사장님과 밥 먹으러 나왔다.


회전초밥집에 가서 여러 초밥을 먹었다. 2350엔 정도 나왔는데, 내가 낸다고 해도 "당신네 사장을 화나게 하고 싶지 않다"며 결국 사장님이 내주셨다. 초밥은 접시 색깔별로 값이 달랐는데, 나중에 계산할 때는 점원이 전자기기로 접시를 스캔하니 일일이 셀 필요없이 바로 금액이 계산되었다.

메구로에서 가장 크고, 전국 베스트 4에 들어가는 서점에 가서 사장님과 한국어책을 본 뒤, 레스토랑에 가서 커피를 마셨다. 커피값은 내가 냈다.


사장님은 자기가 한국 광주에서 태어났으며 설악산에도 가봤다고 했다. 하지만 한국말은 기억나지 않는단다. 일 얘기, 한국인과 일본인 차이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한 뒤 헤어졌다.

지하철을 타고 신주쿠역으로 간 뒤, 기노쿠니야 서점에 갔다. 여긴 변함이 없다. 필요한 책을 산 뒤 나왔다.


신주쿠역 안을 걸어다니다가 다코야키와 주먹밥을 샀다. 그리고 시나가와역으로 가서 시나가와 소바를 먹은 뒤, 저녁 6시도 안 되어서 호텔로 돌아와서 밤에 출출해지자 다코야키와 주먹밥을 먹었다.


내일은 한국으로 돌아간다.

댓글 3개:

  1. 날마다 미팅이 있었네요.
    하루 정도는 혼자 놀 줄 알았는데...
    일 때문에 사람만 만나고 온 것 같아요.
    그래도 간만에 가서 좋았지요?? ^ ^

    답글삭제
  2. 아키하바라의 아저씨 사진이 최곤데...-_-?
    방학때 한번 가고싶은데...
    여건이 될라나 모르겠다...;;;

    답글삭제
  3. 얼굴은 공개 안 합니다~ (^^) 저만 봐야죠.

    답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