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1-16

슈퍼보이 1

재미나(새한상사)에서 1989년 MSX1과 세가마스터시스템용으로 내놓은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짝퉁.

1989년 당시 한국은 패미컴보다 재믹스 보급율이 훨씬 높았기에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던 슈퍼 마리오를 재믹스로 할 수 있다는 소식에 불티나게 팔렸다고 한다.

당시 여건 상 메가롬팩으로 만들기엔 비용도 많이 들고 기술력도 부족해서 재미나는 원작을 반토막 내어 1, 2편으로 냈다.

호기심에 세가마스터시스템용 슈퍼보이 1편을 Retroarch로 돌려봤다. MSX1판보다 색감이 진해 보인다.

예상대로 형편없는 이식이다. 생략된 게 너무 많다. 버섯을 먹어도 마리오가 커지는 연출이 없고 꽃을 먹어도 옷 색이 그대로다. 그리고 버섯과 꽃이 고정된 장소가 아니라 무작위로 나오며, 별과 1UP버섯이 없다.
파이프로 갈 수 있는 숨겨진 장소도 전부 삭제되었다.
거북이를 잡을 수 없으며, 깃발 잡고 내려오는 모션도 삭제되었다. BGM은 같은 것만 되풀이된다. 원작과 견주면 밋밋 그 자체.

점프 체공시간이 꽤 긴데, 그래서 그런지 원작보다 쉬운 편이다.

4-4가 마지막판인데, 아무리 가도 길이 무한 루프되어서 롬 파일이 잘못되었나 했다. 알고 보니 위로 갔다가 아래로 가야 끝판왕이 나오는 거였다.

끝판왕을 용암에 빠뜨리면 달랑 TO BE CONTINUED 한 줄 나오고 스테이지 1로 돌아가버린다.
2편도 END라고 나오는 게 다라고 한다.

원작의 발끝에도 못 비치는 형편없는 이식이지만, 1989년 패미컴이 없던 재믹스 유저에겐 슈퍼 마리오를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행복했을 것이다.

엔딩 본 날 - 2025년 1월 16일

2025-01-05

로보캅 로그시티 (2023 PC)

영화 로보캅 1, 2의 팬이었다면, 반가울 게임.
영화 2편과 3편 사이의 시간대를 게임화했으며, 세계관을 잘 계승해서 망작인 영화 3편보다 서사적으로 훨씬 나은 완성도를 보여준다. 총격에 사지가 날아가는 잔혹한 면 또한 살렸다.

게임 자체는 요즘 기준으론 보면 특별한 수준은 아니지만, 로보캅 팬에겐 선물 같은 게임이 아닌가 싶다.

등장 소품을 보면 90년대 CRT 모니터의 PC도 있고, 오락실도 있다. 딱 올드팬들을 위한 게임.

스토리는 뭐 딱 로보캅 1, 2 느낌이다. 놀라운 면은 없고 예상대로 간다. 


엔딩 본 날 - 2025년 1월 4일

2024-12-29

드래곤 닌자 패미컴판

1988년 오락실용으로 나온 게임의 패미컴 이식작. 제목만 보면, 닌자가 주인공인 것 같지만, 닌자가 적이고 주인공은 그들을 때려잡는 미국 요원이다.
닌자 집단에 납치당한 미 대통령을 구출하는 게 임무.

원작인 아케이드판에 견주면, 딱 봐도 훨씬 떨어진다. 밋밋한 타격감과 뚝뚝 끊기는 움직임…… 2인 동시 플레이도 되지 않는다.
그래도 음악은 좋은 편이고, 원작의 기술과 아이템, 무기도 잘 재현되어 있다.

방향키와 버튼 두 개 동시에 누르면 선풍각, B 버튼을 눌러서 기 모으기, 칼과 쌍절곤 사용 등 다채로운 액션을 보여준다.

각 스테이지 마지막에 개성 있는 보스랑 싸운다. 스테이지1엔 같은 회사의 게임 캐릭터 카르노브가 적으로 나온다.

80년대는 서양에서 닌자 인기가 대단해서 미국 액션 영화에 자주 등장하곤 했다. 이 게임도 서양인의 일본 닌자에 대한 환상에 편승했다고 할 수 있다.

원작에 견주어 한 없이 부족한 이식작이지만, 1989년엔 이 정도 액션 게임을 집에서 할 수 있다는 건 어린이에겐 꿈 같은 일이었다. 당시 이 팩을 갖고 있었다면 아마 밤새 즐겼을 것 같다.

엔딩 본 날 - 2024년 12월 28일

2024-12-25

바이퍼 CTR 아스카

1997년 PC98 말기에 나온 성인용 어드벤처물.
중요한 선택문은 후반부 한두 개에 불과해서 게임이라기보단 비주얼 노벨이라고 하는 게 좋겠다.
게임 일러스트를 보면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신지, 아스카가 떠오르는데, 영향을 받은 건 맞지만, 게임을 해보면 전혀 다른 인물들임을 알 수 있다.

여고생 아스카와 청춘 러브 스토리.
스토리는 단순하고 짧아서 별 거 없는데, 작화가 좋고 여주인공이 움직여서 매력적이다.
아스카의 매력이 거의 전부라고 할 수 있음.

아스카와 XX 장면에서 어떤 선택문을 고르느냐에 따라 굿 엔딩과 배드 엔딩으로 갈리는데, 아스카가 임신하는 배드 엔딩 쪽이 더 인상적이지 않나 싶다.


엔딩 본 날 - 2024년 12월 25일

2024-11-25

용과 같이 제로

야쿠자는 결국 조폭이고 삥뜯어 사는 부류인데, 이 게임에서 주인공은 의리 있고 정의로운 사람처럼 묘사된다. 비슷한 게임인 GTA5의 경우, 주인공들은 그냥 나쁜 놈들이었다. 어떤 치장도 없었다.

이왕 조폭물이면 어중간하게 착한 척 하지 말고 성인 대상으로 막 나가는 게 낫지 않나 싶기도 하다. 여기 주인공은 판타지다. 깡패나 양아치를 패기만 할 뿐, 돈을 갈취한다든가 사람을 죽이진 않는다. 불쌍한 사람을 돕기까지 한다. 이런 야쿠자가 어딨느냔 말이다.

폼은 또 더럽게 잡는다. 이 게임의 야쿠자들은 스스로  극도(極道, 고쿠도)라 칭하며 미화하는데, 그 단어 나올 때마다 오글거렸다.

전투는 액션이지만, 길거리에선 랜덤 인카운트라 성가셨다. 스토리는 시리즈 중 정상급이라는 평이지만, 너무 우연이 겹치고 악독하던 적들이 얻어맞고 감화되는 장면에 공감이 안 갔다. 비밀이나 반전도 예측 가능했다.
폼에 죽고 폼에 사는 조폭 이야기일 뿐이다. 이걸 영화로 만든다면, 삼류 영화가 될 것이다.

전체적으로 GTA5와 견주면 어설픈 부분이 많이 보이긴 하는데, 개인적으로 인상적인 부분은 일본 거리의 묘사다. 실감 나게 잘 되어 있다.

1988년 배경인데, 변화가 적은 일본답게 요즘 거리 모습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도쿄와 오사카가 배경이고 일부 지명은 살짝 바꿨다.

게임에서 거리를 거닐고 있으면, 실제 일본에 있는 느낌이 든다. 이 시리즈를 처음 해보고 놀랐던 부분이다. 일본 관광을 간접적으로 하는 것 같아서 다른 거슬리는 점에도 끝까지 할 수 있었다.


엔딩 본 날 - 2024년 11월 24일

2024-11-15

드래곤 퀘스트 III HD-2D Remake

패미컴과 슈퍼패미컴으로 한 지 약 20년 만에 다시 해서 감개무량했다. 발매 소식 보고 몇 달을 기다린 끝에 나오자 마자 시작해서 폭풍처럼 달렸다.

주인공 성별 선택이 남녀가 아닌 A, B로 바뀌었다. PC주의가 강한 서양 기준을 충족하느라 바꿨다는데,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남성은 남성이고 여성은 여성이지 그런 명확한 부분까지 굳이 흔들어놔야 하나.
B의 여성성이 강하지 않아서 난 남자인 줄 알고 잘못 선택했다.

쉬운 난이도에선 필드든 던전이든 갈 곳을 다 표시해줘서 원작과 달리 헤맬 일이 없다. 스트레스 안 받아 좋은 면도 있었지만, 너무 쉬워서 성취감은 떨어졌다. 단서를 조합해 목적지에 다다르는 과정에서 머리를 쓰게 하는 게 RPG인데, 친절하게 다 알려주고 대사 기억 기능도 있으니 머리를 굴릴 필요가 없다.

전체적으로 보면 슈퍼패미컴판에 견주어 추가 요소가 많지는 않은데, 주인공 아버지에 관한 내용이 더 들어갔다.
어머니도 더 구체적으로 묘사되었다. 원작에서 내 상상으론 홀로 아이를 키우지만 밝게 사는 여성이었는데, 여기선 남편을 잃은 슬픔을 견뎌온 목소리였다.

옛날 게임에선 모자른 부분을 내 상상으로 채웠지만, 요즘 게임들은 명확해진 묘사로 그런 재미는 사라진 게 아쉽다.

로토 삼부작은 캐릭터의 개성과 스토리성은 약하지만, JRPG 본연의 맛에 충실하다. 3편은 1, 2편을 대폭 확장해서 시리즈 마지막편다운 볼륨을 선보인다.

엔딩 이후 쿠키에는 드퀘2의 보스 하곤이 살짝 등장하고, 추가 던전은 슈퍼패미컴판과 같은 것 같다.

현재 눈높이로 보면 평가가 좋을 순 없겠지만, 원작이 1988년 작품이고 JRPG를 확립한 역사적 가치를 고려해야 한다.
추억이 있는 사람에겐 보석 같은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