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2-05

드래곤 퀘스트 몬스터즈 3 마족 왕자와 엘프의 여행

드래곤 퀘스트 몬스터즈는 시리즈가 굉장히 많이 나왔는데, 정식 넘버링으론 이것까지 세 번째 작품이네요. 시리즈를 거의 다 해봤지만, 이번 작품에 유독 끌렸던 이유는 주인공이 드퀘4의 끝판왕 피사로라서였습니다.

드퀘 시리즈 중 가장 비극적인 악역이 아닌가 싶은데요. 과연 피사로로 해피엔딩이 가능할지가 궁금했습니다.

게임의 그래픽이나 구성은 요즘 게이머에겐 성에 안 찰 겁니다. 2017년에 나온 드퀘11보다 그래픽이 나을 게 없어 보이구요. 스위치라서 그런지 로딩도 있습니다. 드퀘 시리즈에 추억이 있는 저 같은 사람은 몰라도 요즘 게이머에겐 첫인상이 실망스러울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그래도 드퀘4를 좋아했던 저는 반가운 마음에 게임을 정주행했습니다. BGM도 드퀘4 것이 흘러나오고 드퀘4의 등장인물이 나온다는 게 즐겁더군요.

게임은 피사로의 어린 시절부터 다룹니다. 마족 아버지와 인간 어머니 사이에 태어나 인간들의 차별을 받으며 증오를 키웁니다. 그 증오는 인간뿐 아니라 자신의 아버지 란디오르 대제에게도 향합니다. 마계든 인간계든 다 정복하겠다는 야망을 품죠.

란디오르 대제에게 도전했다가 도리어 '마물들을 공격할 수 없는 저주'에 걸려버린 피사로는 대신 몬스터 마스터가 되어서 몬스터를 부리며 싸우게 됩니다. 딱 드퀘 몬스터즈에 걸맞은 설정을 준 거죠.

필드의 몬스터를 스카웃해서 다른 적들과 싸우고, 레벨 10 이상으로 성장한 몬스터는 짝짓기를 통해 새로운 몬스터를 만들어냅니다. 한 지역의 보스를 무찌를 때마다 스카웃 가능한 몬스터가 늘어나고 다른 지역으로 갈 수 있는 이벤트가 나옵니다. 이게 계속 반복됩니다. 초반 지나면 지역의 공략 순서는 어느 정도 자유입니다.

새로운 몬스터 만드는 게 꽤 재미 있습니다. 우연히 A급 몬스터 배합 발견하면 두근두근하네요.

피사로는 다른 드퀘 시리즈 주인공처럼 대사가 없습니다. 대화에서 중간중간 예, 아니요 선택문이 나오지만, 어느 것을 선택해도 결과는 같습니다. 스토리와 엔딩에 변화를 줄만한 선택문은 없네요.

지역들의 스토리는 매우 단순합니다. 그냥 보스를 죽여라가 미션의 전부입니다. 다른 JRPG처럼 귀찮은 심부름 이벤트나 중요 아이템 찾기가 없습니다. 그런 미션보다는 전투가 중점인 RPG라고 할 수 있죠. 이 시리즈 특징입니다. 다만, 몇몇 지역은 퍼즐식으로 나아가게 되어 있어 공략을 안 보면 막히기 쉽습니다.

드퀘4의 바로 전 시간대부터 시작된 이야기는 드퀘4와 같은 시간대로 전개되며 이야기가 서로 맞물리게 됩니다. 드퀘4를 해봐야 알 수 있는 부분이 있죠. 예를 들어 무술 대회 결승전에 피사로가 안 나온 이유라든가, 진화의 비법을 찾는 과정이라든가 피사로 시점에서 보여주죠.

피사로가 엘프 로잘리와 만나게 된 계기, 드퀘4에서 많이 표현되지 않았던 로잘리의 성격 등을 볼 수 있습니다.

드퀘4를 해본 분이면 아시겠지만, 그대로 진행되면, 피사로는 비극적인 최후를 맞는 결말인데요. 이 작품에서도 그렇게 될지 궁금했는데, 그렇게 갔다가 IF 스토리로 빠집니다.

그를 위해 피사로 시점으로 보면서 '사실은 이거였다' 하고 드퀘4의 역사에 변화를 주는 설정이 추가되는 게 있네요. 새로운 강적도 나오구요. 팬에 따라선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부분이라고 봅니다.

플스1판에서도 패미컴판에 없던 추가 스토리가 피사로의 비극성을 떨어뜨린다며 싫어했던 팬이 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주인공을 나쁜 놈으로 만들지 않고, 배드엔딩으로 끝내지 않겠다는 의도가 보입니다.
그런 부분이 개인적으론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전통적인 드퀘 스타일을 지켰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엔딩 후에도 더 강한 적은 남아 있고, 더 파고들 요소도 있습니다. 기존 드퀘팬들은 익숙하고도 예상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평작 정도 되지 않을까 합니다.


엔딩 본 날 - 2023년 12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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