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1-16

기타큐슈 11월 3박 4일 여행기 4 - 일본 가정식, 기타큐슈 시청 전망대, 귀국

■2023년 11월 14일(화)
아침 10시에 아트 호텔 고쿠라 뉴타가와의 정원으로 가봤다. 근사하게 잘 꾸며놓은 정원이었다. 물고기도 돌아다녔다.

호텔에서 탄가 시장이 가까웠다. 지난번에 왔을 땐 낙후된 느낌이었는데, 이번엔 시장답게 활기가 있었다.

오뎅 먹고 싶었는데, 아내가 싫어해서 넘기고, 대신 샌드위치랑 유부초밥을 샀다.

일본 가정식이 먹고 싶어 센나리야(千成屋)라는 음식점으로 갔다. 간판도 안 보이는 작은 가게였다. 아침 9시부터 여는 집이 그 주변에 흔하지 않았고, 일본 가정식 반찬이 맛있어 보여서 들어갔다.

가게 내부가 협소하고 한국어나 영어 메뉴판이 없어서 외국인이 들어가기엔 부담스러울 수 있겠다 싶었다. 오는 손님들도 대부분 중장년층 일본 현지인이었다. 할머니 두 분이 운영하는데, 한 분은 요리하고 한 분은 주문받고 음식을 가져다주는 역할이다. 과한 친절함 없이 담담한 태도다.

메뉴판이 걸려 있는데, 거기는 우동, 덮밥, 짬뽕 등이 있고, 반찬과 밥을 먹으려면 진열된 반찬을 가리켜서 고르면 된다. 밥을 시키면 양을 물어본다. 난 양 많은 걸 달라고 해서 둘이 나눠 먹었다.

몇 가지 반찬과 된장찌개를 시켰는데, 하나같이 꿀맛이었다. 특히 고등어 누카다키는 양념이 너무 맛있었다. 밥맛도 훌륭했다. 이날 아침 식사로 너무 딱이었다. 이번 여행 최고의 식사였다고 생각한다. 기회가 있다면 또 오고 싶다.

정오까지 호텔에서 쉬다가 기타큐슈 시청 전망대로 향했다. 여기 온 뒤로 최고의 날씨였다. 11월인데 오늘만큼은 화창한 봄날 같았다.

기타큐슈 시청 15층까지 승강기를 타고 올라가서 계단을 통해 16층으로 가야 한다. 올라가는 길은 무미건조해서 마치 잠수함 안을 헤매는 느낌이었다.

16층 전망대로 가면 기타큐슈 전체를 내려다볼 수 있다. 평일이라 그런지 사람은 두 명밖에 안 보였다. 이 전망대는 저녁 5시까지 개방된다고 한다.

기타큐슈 시청 앞에는 공연장이 있었는데, 공연장 뒤가 개방되어 있어서 멀리서 가부키 공연 막바지를 볼 수 있었다. 중장년층 팬들이 좋아하며 구경하고 있었다. 코어팬이 꽤 있는 것 같다.

리버워크 쇼핑몰로 가서 Can Do 100엔샵, 다이소, 로피아에서 이것저것 산 뒤, 이키나리 스테이크에서 스테이크를 먹었다.

150~200g 스테이크에 1인당 1,900엔 정도 들었다. 맛은 그리 특별하진 않았다. 가성비론 그리 만족스럽지 않았다.

스테이크 먹고도 배가 고파서 어제 갔던 로쿠노야 라멘집으로 가서 라멘을 안주 삼아 맥주와 하이볼을 마셨다.
라멘집을 나와 홈런 식당으로 3차를 갔다. 둘이서 2,531엔어치 먹고 마시고 나왔다.

저녁 5시 30분쯤 호텔로 와서 쉬었다. 아내가 꿈나라로 간 틈에 나는 나가서 산책했다. 북오프 가서 패미컴 롬팩들을 구경했는데, 물건이 적어서 살만한 게 없었다. 3,900엔짜리 패미컴 클래식 미니 풀박스를 살까 잠시 고민하다 나와버렸다.

전부터 먹고 싶었던 교란테이 라멘집 앞에서 먹을까 말까 한참 고민했다. 아까 3연타로 달려서 배가 불렀기 때문이다. 내일 돌아가니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결국 먹기로 했다. 대신 제일 싼 730엔짜리 기본 라멘을 골라 키오스크에서 식권을 샀다.

식권을 내니 점원이 뭐라고 했는데, 내가 알아듣질 못하자 외국인이라고 간파하고 연장자를 불렀다. 점장으로 보이는 사람이 웨어 알 유 프롬 하며 영어로 물어봤다. 한국이라고 하니 한자로 적힌 종이를 보여주며, 국물 진한 정도와 면 굵기를 선택할 수 있다고 했다. 쥬와리(十割)가 제일 진한 국물인 모양이다. 일본어를 알아도 어쩌다 일본에 오니 나한텐 생소한 단어였다. 추천하는 게 뭐냐고 내가 묻자 쥬와리라고 하길래 그걸 선택했고 면의 굵기는 얇은 걸로 했다.

이 라멘집은 온라인 평점이 좋아서 기대했는데, 막상 먹어보니 그렇게 맛나진 않았다. 내가 배불러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신신 라멘이나 로쿠노야 라멘보다 딱히 낫지는 않았다. 꽤 짰다.

그래도 다 먹고 가게를 나왔는데, 내가 가방을 놓고 가서 점원이 횡단보도 앞에 서 있는 나에게 가져다주었다. 거기 여권과 돈이 다 있는데, 큰일 날 뻔했다. 고맙다고 했다.

유메 마트에서 집에 가져갈 것들을 좀 산 뒤에 호텔 가서 쉬었다. 아내가 깬 뒤에 산책하자고 해서 호텔 주변을 20분쯤 돈 다음, 다시 호텔 가서 잠을 청했다.


■2023년 11월 14일(수)
아침 6시 10분에 체크아웃하고 호텔을 나왔다. 이 아트 호텔 고쿠라 뉴타가와는 처음엔 고쿠라역 주변만큼 번화하지 않고 음침해서 염려했는데, 가까운 곳에 마트, 시장이 있고, 잘 찾아보면 맛집도 있어서 결과적으론 괜찮은 선택이었다. 고쿠라역 근처 호텔에서 3일 연속으로 있으면 지겨웠을 수도 있다.

고쿠라역까지 걸어가면 12~15분 정도고, 모노레일 타면 두 정거장이다. 공항행 버스를 타기 위해 호텔 근처에 있는 탄가역에서 아침 6시 28분 모노레일을 타고, 고쿠라역에서 내렸다. 내리자 마자 마츠야로 가서 마파두부밥과 굴튀김 덮밥을 시켰다. 10분 만에 식사를 끝내고 7시 10분 공항행 버스를 타기 위해 정류장으로 갔다.

수요일이라 사람이 없을 줄 알았는데, 버스 오기 10분 전에 벌써 줄이 늘어서 있었다. 몇 분 더 늦게 왔다면, 다음 버스를 기다릴 뻔했다. 일반석엔 못 타고 보조 의자에 앉아 왔다.

공항에서 수속은 빠르게 끝났고, 1시간 넘게 기다려서 9시 30분 인천공항 제2터미널행 비행기를 타고 기타큐슈 여행을 마무리했다.

3박 4일 동안 알차게 먹고 구경한 여행이었다. 기타큐슈는 작지만, 그만큼 동선이 짧고, 갖출 건 다 갖추었으며 먹을 데가 많아서 편했다.

두 번 갔는데도 언젠가 또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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