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2-20

70년대풍 로봇 아니메 겟P-X

1999년 아로마가 플레이스테이션1용으로 발매한 슈팅 게임. 무려 CD 4장으로 나온 (당시 기준) 대용량 게임이다. 70년대 로봇 애니메이션을 재현하는 데 그 용량을 다 쓴 느낌이다.

주역 기체와 파일럿들의 구성 또한 영락없이 겟타로보를 패러디하고 있고, 스토리도 당시 거대로봇물처럼 흘러간다.  오프닝 → 회화 파트 → 전투 A → 아이캐치 → 광고 → 아이캐치 → 회화 파트 → 전투 B → 엔딩 → 차회예고로 구성된 것이 70년대 그 느낌 그대로다. 지금 기준에서 봐도 엄청난 애니 분량과 음성이 들어 있다.

본편인 슈팅 부분은 스테이지가 짧고, 타격감이 약하며 적의 공격 패턴이 다양하지 못해서 슈팅 게임으로선 그리 높은 평가를 내릴 수 없지만, 70년대 거대로봇물을 패러디한 장면들에 피식피식 웃음이 터져 나온다. 겟P-X 완구나 굿즈가 중간 CF로 나오는 것도 웃긴다. 게임을 한다기보다 개그 애니메이션을 감상한다는 느낌으로 보면, 즐겁다. 

4화에서 큰 분기가 있다. 4화 보스를 누구로 쓰러뜨렸느냐에 따라 보스를 쓰러뜨린 파일럿이 사망하고 보충 파일럿인 여성이 온다. 나는 주인공 케이가 죽었다. 이게 분기인 줄은 몰라서 리더가 죽는 전개에 충격을 받았다. 나중에 적의 여장군인 힛서가 기억을 잃고 바람둥이 남자 파일럿 진과 사랑에 빠지는 루트가 펼쳐지는데, 만일 진이 4화 보스전에서 죽었다면, 다른 이야기가 펼쳐졌을 것이다. 원래는 진이 죽는 게 오피셜 스토리라고 한다.

후반부엔 붉은혜성 샤아를 패러디한 인물도 나온다. 성우도 똑같다. 완구로만 존재하는 로봇 아틀란져도 등장한다.

즐겁게 봤다. 게임이라기보단 애니로 봐줘야 할 것 같다. 제작사 아로마는 이 게임의 애니메이션 부분에 개발 비용을 엄청나게 썼지만, 판매량은 저조해서 이후 파산했다고 한다. 뒷일을 생각하지 않고 혼신의 힘을 쏟은 열혈 제작사가 장렬히 산화한 것이다. 마치 그들이 만든 이 열혈물처럼. 판매 당시엔 정신 나간 작품 취급이었지만, 지금은 웃돈이 붙어서 중고가 50000엔이 넘는다.


엔딩 본 날 - 2021년 2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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