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4-03

천외마경 ZERO


1995년 12월 22일에 허드슨에서 발매한 작품. PC엔진용으로 유명했던 시리즈의 후속작이며, 슈퍼패미컴용으론 유일한 천외마경이다. 허드슨 스태프들 왈 "내 아이가 드래곤 퀘스트나 파이널 판타지는 하는데, 우리가 만든 천외마경은 안 한다는 게 안타까워서 만들었다"고 한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해서 그런지 PC엔진용 천외마경보다는 수위가 낮지 않나 싶다.
아무래도 친숙한 중세 판타지 배경이 아닌 일본 신화를 배경으로 한 탓인지 다소 마이너한 부분이 있다. 그러나 자국의 문화를 RPG에 활용했다는 부분에서 가치가 있는 시리즈라고 할 수 있다. 비슷한 시리즈로는 ONI가 있다.

천외마경은 2가 가장 유명하다. 당시로서는 엄청난 수준의 동영상과 음성으로 보는 이들을 경악시켰다. 그런데, ZERO는 음성도 동영상도 없어서 심심하다. 대신 PLGS(Personal Live Game System)이란 걸 탑재했는데, 이 시스템은 롬팩 안에 시계를 내장해서 게임 내의 이벤트가 실제 시간과 연동되도록 한 것이다. 특정 기간에 일본 전통 축제가 열린다든가 상점이 생긴다든가 하는 이벤트가 있다. 일본 전통 축제는 일본의 마쓰리를 참고로 재현한 것 같다. 난 공작국에서 4월에 열리는 벚꽃 축제만 볼 수 있었다.


ZERO는 전작과 스토리가 이어지는 건 아니지만, 지팡구, 불의 일족 등이 또 등장한다. 전작의 등장인물이 카메오로 나오기도 한다, ZERO에선 천외마경2에 나온 가부키가 모습을 드러낸다.


ZERO는 불의 용사 피를 이어받은 주인공이 지팡구를 지배하는 지옥왕 니니기를 동료들과 함께 무찌르는 이야기다. 스토리에 특별한 반전 같은 건 없다. 충실한 왕도다.

어린이도 할 수 있게 만들었다곤 하지만, 야시시한 장면도 있다. 어느 마을의 芸 업소에 가면, 게이샤를 빙글빙글 돌려서 옷을 내려오게 하는 놀이가 있다. 물론 슈퍼패미컴은 온가족의 게임기이므로 결정적인 장면은 禁 표시로 가린다.


빠르고 쉽게 클리어하기 위해 돈 최대, 능력치 최대, 적 출현 없음 치트를 사용했다. 덕분에 끝판왕만 다소 까다로웠을 뿐 별 어려움 없이 클리어할 수 있었다.


엔딩은 두 종류이다. 세상을 구한 주인공이 지팡의 왕이 되는 엔딩과 왕이 되지 않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엔딩이다. 두 엔딩에 까다로운 조건은 없고, 단지 왕이 되겠느냐는 물음에 어떻게 대답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엔딩 내용은 크게 다르다.


평가를 하자면, 원래 천외마경에 매료되었던 까닭은 강렬한 애니메이션과 높은 수준의 음악, 성우 연기 때문이었는데, ZERO는 그게 없어서 밋밋했다. 원색적인 PC엔진 천외마경 그래픽과 달리 슈퍼패미컴 특유의 엷은 색감 때문에 이질적인 느낌을 받기도 했다.1995년 당시, 13일 먼저 발매된 드래곤 퀘스트6 탓에 판매에 고전한 비운의 작품이라고 한다. 나중에 해본 사람들이 명작으로 재평가하기도 했지만, 드래곤 퀘스트6과 비교하기엔 모자라지 않나 싶다. 이벤트는 다채로우나 정작 본편의 내용이 단조롭다. 적들도 그리 매력적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완전 꽝인 작품은 아니다. 실제 시간과 연동되어 숨겨진 이벤트가 많았던 점은 신선했다. 물론 난 귀찮아서 다 찾아다니진 않았지만 말이다. 만듦새는 걸작까진 아니더라도 수작으로 봐줄 수 있는 RPG이다.


엔딩 본 날 - 2017. 4.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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