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4-18

천사의 시2 타천사의 선택


1편 엔딩이 인상 깊어서 바로 2편을 윈도우용 Retroarch로 시작했다. 이 게임은 PC엔진 듀오를 가지고 있던 시절, 일본어도 모르는 주제에 게임점에서 CD를 구해와서 했던 기억이 있다. 당시엔 분석도 없어서 초반부 동영상 감상 뒤 더 진행할 수가 없었다. 결국 얼마 하지도 못하고 떠나보낸 게임이다. 지금은 일본어를 할 수 있어서 그때의 아쉬움을 풀 수 있다.

2편의 배경은 1편에서 100년 후이다. 그런데 1편의 배경이었던 옛 아일랜드가 아니라 다른 대륙에서 시작한다. 후반부에 1편의 대륙으로 주인공들이 가게 되면서 1편과 연결된다.


캐릭터 디자이너가 전작과 다르다. <로도스도 전기>로 유명한 유우키 노부테루(結城信輝)가 맡았다. 하지만, 개인적으론 전작과 너무 그림체가 달라져서 이질감이 들었다. 1편 주인공들이 2편에도 나오는데, 도무지 같은 캐릭터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다르게 그렸다. 전작은 마이너 느낌이 있었는데, 2편은 메이저를 노린 티가 난다. 색감이 화려해졌고 몬스터 디자인은 그로테스크함이 덜해졌다. 여담으로 이 게임을 만든 핵심 인력들은 발매 직전에 퇴사했고, 그뒤로 이 제작사(일본텔레넷)는 쇠퇴의 길로 빠졌다고 한다.


시스템과 그래픽은 전작보다 좋아졌다. 그림이 더 세밀해지고 전작에서 불편했던 점이 해소되었다. 이야기 길이도 늘어났다. RPG로서 완성도만 따진다면 발전했다고 할 수 있다.


편하게 하려고 치트를 찾아봤는데, 2편은 그럴 필요가 없었다. 개발자가 숨겨둔 디버그 모드란 게 따로 존재해서 그 모드에 진입하면 레벨99, 벽 통과, 비행선이라는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그 덕에 하루 만에 엔딩을 봤다.


다크 교단의 만행으로 마을이 파괴되지만, 어떤 마을의 주민들은 다시 일어서려고 애쓰고, 어떤 마을의 주민들은 절망하며 모든 걸 포기한다. 이게 묘하게 대비된다. 천사 리아나는 주인공 페이트와 함께 여행하며 인간의 여러 모습을 보고 마지막 판단을 내린다.


후반부엔 주인공들이 1편의 세계로 튕겨져 간다. 1편의 마을과 인물들을 다시 볼 수 있었다. 다만 1편에서 100년이 흐른 시점이다. 1편의 여자애가 할머니로 나와서 놀랐다. 전작의 개도 또 나와서 반가웠다. 1편의 주인공은 늙지 않았다. 1편 마지막에서 저주에 걸리는 바람에 불노불사가 되었다. 그의 소원은 죽어서 연인의 곁으로 가는 것이다.


허망하게 끝났던 1편과 달리 2편은 1편의 복선까지 마무리하며 완전한 해피엔딩으로 마친다. 2편의 엔딩을 보면 1편 처음이 연상된다. 속시원하지만, 1편만한 감동은 없었다. 1편에서 아쉬웠던 부분을 고치려는 의도였겠지만, 그러다보니 개성적인 부분이 사라져서 평이해졌다. 캐릭터는 개인적으론 전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남녀 주인공에게 매력을 못 느껴서 감정이입이 되지 않았다.

1편과 별개로 본다면 그럭저럭 괜찮은 RPG이다. 숨겨진 아이템 찾는 재미도 있고, 완성도가 나쁘지 않다. 하지만 1편에서 감동받았던 팬들에게는 강도가 약하지 않았나 싶다.


엔딩 본 날 - 2017년 4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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