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4-18

천사의 시 PC엔진


1991년, 슈퍼CD-ROM2 전용 게임 첫 작품으로 발매된 RPG.
발매 당시에는 함께 나온 <드래곤슬레이어 영웅전설>에 가렸다고 한다. 그림체나 애니메이션이 심심해 보여서 더 그랬을 것 같다.


New 3DS LL에 레트로아크를 깔고 이것저것 해보던 중에 이게 눈에 들어와서 시작했다. 화려하지 않고 수수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켈트 신화가 바탕이라 독특한 느낌이 있다. 종교적이고 소박하다고 해야 하나. 게임의 분위기가 차분하다. 배경은 옛 아일랜드 땅이라고 한다.

주제곡은 아주 아름답다. 듀오를 가지고 있을 때 이 게임의 2편을 잠시 해본 적 있는데, 그때도 주제곡에 빠져서 몇 번이고 오프닝을 감상했던 기억이 있다. 일단 음악으로 먹고 들어가는 게임이다. 그냥 묻힐 수 있었던 게임을 음악이 살려 주었다.


필드 그래픽을 보면 캐릭터가 매우 작다. 당시 유행하던 짜리몽땅 SD타입도 아니다. 표정도 없다. 그런데 그게 이 게임 분위기와는 잘 맞는다. 캐릭터가 작아서 그런지 건물이 크고 필드가 넓게 느껴지는 측면도 있다. II버튼을 누르고 있으면 빨리 움직여서 편하다.


주인공이 성인 남성이고 곧 결혼할 신랑이다. 주인공 케알과 그의 신부 크레아는 결혼 세례를 받기 위해 코크 성으로 떠난다. 하지만 그들에겐 예상치 못한 시련이 기다리고 있었다.


게임 시스템은 별다른 게 없고, 흔한 드래곤 퀘스트 스타일이다. 그래서 적응할 필요가 없었다. 적 캐릭터가 공격할 때 움직이는데, 당시 RPG에선 꽤 인상적인 부분이었다. 몬스터 디자인들이 기괴하다. 불편한 점이라면 아이템과 마법에 관한 설명이 없어서 메뉴얼이나 공략을 보고 쓰임새를 확인해야 한다는 것.

게임 시간대는 밤과 낮으로 계속 바뀌는데, 마을에서도 밤에만 볼 수 있는 대사와 이벤트가 있다. 대사량은 당시 RPG치고는 많은 편이다.

돈과 능력치는 GameWiz로 쉽게 올렸다. 하지만 랜덤 인카운터 방지 치트는 레트로아크에서 먹지를 않아서 그냥 할 수밖에 없었다. 이 게임은 적을 자주 만나는 편이라 치트가 먹었으면 아주 편하게 했을 것이다. 다행히 게임이 너무 길지 않아서 그럭저럭 참고 할 수 있었다.


PC엔진 CD게임답게 중간중간에 애니메이션도 나온다. 퀄리티가 막 높고 그렇진 않다. 짧게짧게 지나간다. 90년대초 일본 만화영화 보는 느낌이다.
이야기 진행은 평이하다. 중간중간 인상적인 장면이 있긴 하지만, 전체적으론 뭔가 요란한 부분이 없다. 옛날 RPG답게 등장인물들의 감정 표현이나 설명이 그리 많지 않아서 개연성이 부족한 느낌도 받는다. 난이도는 높은 편이다. 공략을 보지 않으면 헤맬 곳이 군데군데 있다.


이 게임이 높이 평가받았던 이유는 엔딩에 있다. 세상 전체로 보면 해피엔딩인데, 주인공은 해피엔딩이라고 할 수 없다.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결말이라고 할 수 있겠다. 당신이 남자라면 주인공에게 감정이입될 것이다.


엔딩 이후에 비기를 쓰면 라디오 드라마를 들을 수 있다. 결혼 이후 이야기인데, 내용이 충격적이다. 차라리 없는 편이 나았다.

PC엔진 CD게임은 슈퍼패미컴 게임보다 고급스러운 느낌이 있다. 그 시절 PC엔진의 색감과 CD음성에 나는 매료되었다. 그 감흥을 이 게임으로 다시 느낄 수 있었다. 며칠 동안 즐거웠다.


엔딩 본 날 : 2017년 4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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