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2-27

아이팩212에서 돌려본 천지를 먹다

아이팩212에서 게임보이판 <천지를 먹다>를 해보고 싶어 Pocket Gnuboy로 돌려봤다. PDA 쪽에선 모프기어란 에뮬이 더 유명한데, 실행해보니 도트를 뭉개주는 효과는 좋았지만 실행할 때 시간이 걸리는 점이 거슬렸다. 윈도우모바일용 게임보이 에뮬로는 Pocket Gnuboy가 최고가 아닌가 싶다. 롬파일 실행도 잘 되고 빠르다.


가상패드를 터치해서 조작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는데, 막상 해보니 <천지를 먹다> 같은 RPG를 진행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물론 액션게임에서는 정교한 조작이 힘들 듯 하다.

<천지를 먹다> 게임의 원작은 모토미야 히로시의 만화인데, 삼국지의 세계관을 기괴하게 바꾸어서 요괴가 나오고 유비가 좀도둑에 난봉꾼으로 나오는 등 소설과는 큰 차이가 있었다. 기억나는 건 관우의 수염이 짧아서 장비 같이 보였고, 장비 얼굴이 굉장히 남자답고 멋지게 나왔다는 거다. 파격적인 설정과 박력있는 그림 때문에 어린 시절 좋아했던 만화였는데, 정작 일본에서는 인기가 없어서 금방 연재종료되고 말았다고 한다.

반면 게임은 캡콤에서 액션, RPG, 시뮬레이션 등 여러 장르로 내놨고, 이중 오락실용 액션게임과 패미콤용 RPG가 공전의 히트를 했다. RPG는 원작만화와는 또다른 오리지널 스토리로 되어 있는데, 캐릭터만 가져온 별개의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게임보이판 <천지를 먹다>는 패미콤판보다 나중에 나온 작품인데, 도원결의부터 중국 통일까지 볼륨은 꽤 있는 편이지만, 스토리가 단순하고 등장인물들의 개성이 별로 드러나지 않아 따분한 느낌을 준다.


패미콤판은 어떨까 싶어 <천지를 먹다2>도 아이팩212에서 실행해보았다. 에뮬은 Pocket Nester 0.7한글판을 썼는데 만족스럽게 잘 돌아갔다. 다만 패미콤이 원래 휴대용이 아닌지라 아이팩212의 4인치 화면에서 볼 때 글씨가 좀 작은 점이 아쉽다. 그래도 게임 진행하는 데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


패미콤판은 게임보이판과 달리 등장인물들 이름이 스테더스 화면에 한자로 나와서 알기가 쉬웠다. 일본식 음독으로 삼국지 인명을 읽으면 생소해서 누가 누구인지 분간이 잘 가지 않기 때문이다. (장비->쵸~히, 조운->쵸~운, 마초->바쵸~)

비교해보면, 패미콤판이 게임보이판보다 더 성의있게 만든 느낌이다. 하드웨어 성능 차이도 있겠지만, 게임보이판이 나중에 나왔다는 걸 감안하면 지나치게 다운그레이드한 느낌이 있다.

<천지를 먹다> RPG를 시작한다면 게임보이판보다는 패미콤판이 좋아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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