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6-07

무작정 초등학교 갔다오기

차를 사고 나서 언젠가는 내가 다녔던 학교를 가겠다고 마음 먹었는데, 오늘이 그날이다. 그냥 집에서 늘어지고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집에만 있으면 하루가 허무해진다. 유혹을 이기고 몸을 일으켰다.

아침 11시까지 갈 채비를 마치고, 자동차 네비를 충청남도에 있는 삽교초등학교로 맞췄다. 삽교초등학교는 내가 1~2학년을 다닌 곳이다. 촌동네였지만 그 시절이 내가 가장 어린이답게 가장 즐겁게 놀았던 시절이 아니었나 싶다.

도심으로 전학 온 뒤 한 번도 다시 간 적이 없어서 지금은 과연 어떻게 변했을까 무척 궁금했다.

집에서 110km 가량 걸리는 거리다. 고속도로 쪽으로 빠져나가 속도를 냈다. 날씨가 흐리고 비도 간간히 오고 있어서 차가 많지 않았다. 경치 좋은 산들을 보며 내달리자 기분이 좋아졌다. 역시 나오길 잘했어.


배도 고프고 피곤할 쯤에 행담도휴게소에서 내렸다. 주말이라 사람이 바글바글했다. 다들 가족이나 커플이고 혼자 온 사람은 나밖에 없는 것 같았다. 나쁜 쪽으로 생각하면 쓸쓸하거나 외롭다는 기분도 들지만, 반대로 난 내 마음대로 움직이고 선택할 수 있는 자유로움이 있으니 좋은 점도 있다.


난 문어가 들어간 오뎅핫바와 새우버거, 환타를 사들고 혼자 서서 그것들을 먹었다. 오뎅핫바는 괜찮은 맛이었고, 새우버거는 내용물도 별로 없고 맛도 형편없었다.


휴게소 뒤에는 서해대교홍보관이 있었는데, 사람들에게 별로 인기없어 보여서 들어가보진 않았다.

출발하려고 차에 돌아오니 내 옆에 멋진 차 세 대가 주차되어 있었다. 그 차 주인인 듯한 남자 셋이서 자기 차를 품평하고 있었다. 나도 내 차를 꾸민다고 꾸몄는데, 그 차들은 한수위였다. 특히 바퀴가 참 멋졌다. 외제차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라세티프리미어였다.


다시 출발했다. 오랫 동안 달린 뒤,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빠져나왔다. 얼마전에 산 하이패스 단말기가 오류없이 잘 인식되는 걸 확인하고 안도했다.

삽교 근처로 가니 완전한 시골길이 나왔다. 논두렁에 듬성듬성한 집. 사람은 별로 보이지 않았다. 삽교 읍내로 들어가는 길목은 포장되지 않은 길도 있었는데, 차가 손상되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로 울퉁불퉁했다. 그렇게 오랜 세월이 흘렀는데도 이곳은 여전히 시골스러움을 유지하고 있었다.


드디어 삽교초등학교에 도착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동문회 운동회를 한창 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많았고 차들이 주변에 많이 주차되어 있었다.



처음엔 여기가 내가 다녔던 학교 맞나 했는데, 운동장 가운데 있던 큰 나무를 보고 기억해냈다. 그 꿈결 같던 어린 시절에 보았던 나무가 아직도 그 운동장 가운데에 서있었다.


그 옆에는 씨름부가 쓰는 모래판이 있었다. 씨름선수 박광덕이 여기서 연습했다.


학교를 한 바퀴 돌아봤다. 학교 건물 옆에 성덕관이란 건물이 있었다. 내가 어릴 적에는 없었는데, 동문들이 만들어준 거라 한다.


학교를 나와 전에 살던 집으로 향했다. 가는 길목에 감리교회가 있었다. 내가 다녔던 곳이다. 이곳에서 야구도 하고 애들하고 어울려 재밌게 놀았던 기억이 난다.


내가 살던 집은 삽교고등학교 바로 밑에 있었다. 어떻게 변했을지 생각하니 가슴이 두근두근했다.


집은 내 기억보다도 더 초라했다. 내가 살던 집을 부수고 다시 지은 건지 내 기억과는 좀 달랐다. 집 앞에는 작은 호수가 있었는데, 지금은 그냥 논두렁이었다.


삽교고등학교로 올라가보았다. 아버지가 여기서 선생님으로 근무하셨다. 내가 기억나는 건 여기서 아버지가 열중쉬어, 차려, 좌향좌, 우향후... 같은 걸 가르쳐주었고, 공이 나가지 않도록 철망이 쳐져있었다. 고등학교는 그때 그대로였다.


이 동네는 옛날보다 사람이 더 없어 보였다. 학교 주변에 빌라 생긴 것 말고는 달라진 게 많지 않았다. 그런데도 이런 학교들이 남아있다는 게 신기했다.

어린 시절 기억을 뒤로 하고, 차를 탔다.

집에 오는 길에 안성휴게소에 들려 저녁을 해결했다.


2009년 6월 7일 일요일 날씨 흐림

댓글 1개:

  1. 나다 성욱이...

    여전히 잘 먹는구나...^^;

    근데 니 차가 뭐냐...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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