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0-19

원더보이 시리즈


옛날 오락실(게임센터)에 가면, 어디나 있는 게임이 <원더보이>였다. 깔끔한 그래픽과 단순한 조작으로 인기를 모았던 액션게임이다. 지금 생각하면 <슈퍼 마리오>로부터 영향을 받은 구석도 있지 않나 싶다.


그 다음에 <원더보이2>라는 이름으로 오락실에 나왔던 것이 <원더보이 인 몬스터랜드>였다. <원더보이>의 속편이긴 했지만, 원시인이었던 원더보이가 갑옷과 칼을 장착하고, 전혀 다른 판타지 게임 스타일로 돌아온 것이다.이 게임은 RPG요소를 갖추고 있어서 동전을 모아 무기와 마법을 사고 수수께끼가 나오는 등, 오락실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던 쏘고 때리는 게임 사이에서 유독 눈에 띄었던 게임이었다. 액션RPG가 아직 많지 않았던 80년대에 이 정도로 완벽한 액션RPG가 나왔다는 게 지금 생각하면 놀랍다.


무작정 적들을 죽이는 것만이 아니라 머리를 써서 파워업하는 등, 여러 가지 숨겨진 요소와 뛰어난 음악들은 '이 게임은 수준이 다르다!'고 느끼게 했다. 피라미드 스테이지에서 나오는 보스 스핑크스의 경우에는 다른 보스와 달리 퀴즈를 풀어야 넘어갈 수 있었는데, 이 점도 당시로서는 무척 특이하게 느껴졌다. 당시 가지고 있던 MSX에는 왜 이런 게임이 없을까 한탄하기도 했다.

다만 난이도가 쉬운 편이라 50원짜리 동전 하나로 엔딩을 보는 사람이 많았기 때문에, 오락실 주인한테는 별로 좋은 돈벌이 기계가 아니었다. 결국 나중에는 시간제한을 거는 오락실이 많았다.


<원더보이 인 몬스터랜드>는 추후에 PC엔진과 세가마크3에도 이식되는데, PC엔진판은 <빅쿠리맨 월드>라는 제목으로 바꾸고 등장캐릭터를 모두 바꿔서 냈다. 그것은 원작을 아는 나한테는 이질감을 주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저작권 문제로 원더보이 캐릭터를 그대로 쓸 수 없었다고 한다. 세가마크3용은 하드웨어의 한계로 원작보다 많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업소용보다 나은 이식판은 현재로선 없다고 할 수 있다.


다음으로 <원더보이3 몬스터즈 레어>가 오락실에 나왔는데, 전편과 달리 단순한 액션슈팅게임으로 바뀌어서 실망스러웠다. 하지만, 단순했기 때문에 친구와 2인용으로 오락실에서 제일 많이 해봤던 게임이 아니었나 싶다. 이 게임은 나중에 메가드라이브와 세가마크3에도 이식이 되지만, 하드웨어의 한계로 원작보다는 떨어진다.


<원더보이 인 몬스터랜드>의 진짜 속편은 게임잡지 분석기사를 보고 알았다. <드래곤의 함정>이라는 부제를 달고 나온 <몬스터랜드2>는 업소용이 아니라 PC엔진용으로 나왔는데, <원더보이 인 몬스터랜드> 마지막 스테이지에서 바로 연결이 되는 시나리오로 시작된다. 하지만 전편보다 떨어지는 그래픽과 밸런스로 전편의 명성에는 못 미치지 않았나 싶다. 더구나 우리나라에 PC엔진이 많이 보급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게임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그 뒤, 메가드라이브로 나온 것이 <몬스터월드3>였다. 이 게임은 <원더보이 인 몬스터랜드>의 기본구성을 그대로 살린 액션RPG였는데, 깔끔한 그래픽과 완성도로 인기를 모았다. 당시 하이콤이란 국내업체가 정식으로 수입했는데, 용산에서 이 게임팩으로 바꾸려고 하니, 매장 아저씨가 “어디 가서 이런 얘기 하지마라, 이 게임 되게 재미없어서 안 팔린대”라고 말했다. 지금 생각하면 그 아저씨가 아마도 하이콤의 유통방식에 불만이 있어서 그런 얘기를 한 것이었지만, 순진했던 나는 그 말에 영향을 받아 교환을 하지 않았다.

결국 메가드라이브 말기에나 구해서 하게 되었는데, 막상 해보니 꽤 괜찮은 게임이었다. 물론 <원더보이 인 몬스터랜드>를 뛰어넘지 못했지만, RPG가 부족한 메가드라이브에서는 나름대로 고마운 존재였다.


그 뒤로 여자가 주인공인 <몬스터월드4>가 나오고 현재까지 속편 소식은 없다. 개인적으로는 최고의 걸작 <원더보이 인 몬스터랜드>를 다시 한 번 리메이크했으면 좋겠다.

댓글 3개:

  1. 원더보이도 시리즈가 많이 있군요~
    저는 2하고 3만 해 봤던 거 같네요.
    오락실에서 했던 것 같은데...
    그 당시에는 특이한 느낌을 주는 게임이었는데...
    다시한번 해 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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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몬스터월드4는 일본어의 장벽을 못 넘고 결국 좌절했던.. 크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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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드래곤의 함정은 제가 어렸을때 삼섬게임보이 에서 해봣다는 그 게임기 중에 그나마 할만햇네요 그리고 세이브가 코드 입력 방식이엿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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