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12-25

2005년 일본 출장기 넷째 날~여섯째 날

일본 넷째 날
12월 19일 월요일

아침식사를 하는데, 어제 내가 돌아온 뒤 부장님한테 보고를 안 하고 자서 밤새 걱정하신 것 같다. 야쿠자에게 걸린 거 아닌가 했단다. -_-

밥 먹고 9시50분쯤에 시부야로 갔다. 시부야역 부근에서 돌아다니다가
북퍼스트라는 서점에서 실장님이 부탁한 논술쪽 관련책을 세 권 발견해서 샀다.


그리고 여행책에서 추천한 도큐 한즈라는 큰 가게에 들어가서 선물용으로 건담 프라모델을 샀다.
작으면서도 싼 것을 골랐는데, 사고 나서 더 작고 싼 것을 발견해서 아쉬웠다.
도큐 한즈는 독특한 무언가가 있을 줄 알았는데, 별 거 없었다.

거기서 롯본기역으로 갔다.
롯본기힐즈로 가서 빌딩 안을 구경했는데, 빌딩은 크고, 내부도 고급스러웠다.
하지만, 그다지 볼 건 없었다.


시티뷰인가 뭔가 하는 빌딩 안에도 들어갔는데, 위로 올라가는 입장료가 1800엔이나
되어서 포기해버렸다.

롯본기힐즈는 특별히 재미있다는 느낌은 없었다. 건물만 미국흉내 내서 열나 클 뿐~
역으로 돌아올 때는 바람이 불어서 꽤 추웠다.


긴자로 가기 전에 약간 고급스러워 보이는 음식점에서 정식과 맥주를 시켜 먹었다.
앞에는 물고기와 거북이가 헤엄치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되어 있었다.
분위기는 좋았는데, 부장님이 시킨 음식의 접시 밑에서 바퀴벌레가 나왔다.
부장님은 그럴 수도 있다며 별일없이 지나갔다.
사실 일본에선 이런 건 치명적인 건데, 사람 사는 곳이라 어쩔 수 없나 보다.

디저트가 공짜인 줄 알고, 여종업원한테 디저트 없냐고 물었는데,
"메뉴를 드릴까요?" 하고 말해서 "나중에 시킬게요"라고 대답했다.
여종업원이 웃으며 물러갔다.

음식은 그냥 먹을만 했지만, 우리나라에선 비싸야 6000원정도로 끝날 양이
여기선 만 원이 간단히 넘었다.

나 혼자 왔다면, 1000엔 넘는 음식은 시키지 않을 텐데, 둘이선 평균이 1200엔 이상이고,
맥주까지 시켜 먹었다.

긴자역으로 가서 거리를 잠깐 구경한 다음, 전철을 여러 번 갈아 타서 오다이바
레인보우브릿지로 갔다.
갈 때는 유리카모메선을 탔는데, 전철이 신식이었고 경치도 훌륭했다.


전철 개표기에는 레인보우브릿지가 등장했던 영화 "춤추는 대수사선2"의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하지만, 레인보우브릿지는 재수없게도 쉬는 날이었다.


날씨도 춥고 짜증이 나기 시작해서 바로 최종목적지인 도쿄타워로 가기로 했다.
지하철로 갈까 택시로 탈까 망설이다가, 자전거를 탄 어떤 아저씨한테 물었다.
내 발음을 듣고 중국어로 인사했는데, 내가 한국인이라고 하자 어깨를 두들기면서
"안녕하세요"라고 했다.
아저씨가 지하철역 위치를 친절히 설명해줬는데, 내가 택시타면 어떠냐고 물었더니
가격도 별로 차이 없으니 그게 더 낫다며 직접 택시를 잡아주었다.
굉장히 친절한 아저씨다. 아마도 사람을 좋아하는 것 같다.
나 같은 인간은 절대 흉내내기 어려운 타입이다.

하지만, 택시요금이 지하철로 가는 것보다 두 배 이상 나온 거 같다.
그래도 편하게 와서 좋았다.

도쿄타워 전망대는 나쁘진 않았지만, 좀 지쳐있어서 대충 보고 빨리 쉬고 싶은 마음이었다.
반면 부장님은 도쿄타워가 아주 마음에 드는지 사진을 여러 장 찍었다.


도쿄타워는 엘리베이터가 꽤 불편했다. 올라가는 건 쉬운데, 내려갈 때는
그 층의 엘리베이터는 쓸 수 없고 한 층 아래로 내려가야 했다.
그걸 타면 1층도 아니고 3층에서 내려 준다.
왜 그런지 생각해보니 3층과 2층에 있는 볼거리들에 손님을 끌기 위함인 거 같았다.
그런다고 볼 줄 알구?

걸어서 1층까지 내려오니 이미 해는 저물어 있었다.
도쿄타워는 야경이 멋져서 부장님이 감탄하면서 사진을 찍어댔다.
난 그다지 감흥은 없었다.
부장님은 일본에서 지금까지 간 곳 중 가장 마음에 들었다는 듯이
흡족한 표정을 지었고, 일본이란 나라 자체도 살고 싶을 정도로 좋다고 했다.

밤에 본 도쿄타워

아카바네바시역에서 전철을 타니 호텔에서 최고로 가까운 도청역에서 내릴 수 있었다.
도쿄타워를 이렇게 편하게 갈 수 있는 방법이 있었는데, 간과하고 있었다니!

호텔식당에서 음식과 맥주를 시켰는데, 우리나라돈으로 4만원이 넘게 나왔다!!
맥주는 500cc 주제에 700엔이 넘는다! 차라리 깡통으로 먹고 말지!
맛도 양도 별로였는데, 너무 많은 돈을 쓴 거 같다.

내일부턴 공식 업무 모드에 들어간다.


일본 다섯 째 날

2005년 12월 20일 화요일
오전 10시25분 호텔에서 운영하는 무료버스를 타고 신주쿠역으로 향했다.


신주쿠에서 이케부쿠로로 갔고, 거기서 세이브이케부쿠선으로 갈아탄 뒤 히바리가오카로 갔다.


히바리가오카는 중심가에서 떨어진 곳이라 분위기가 소박한 마을이었고, 젊은 사람보다는 나이든 사람이 많았다.
일단 사람이 적고 조용한 점이 마음에 들었다. 이 점은 전에 왔을 때하고 별 차이가 없었다.


선생님이 알려준 집의 위치를 확인한 뒤, 역 앞의 서점에서 20분쯤 시간을 보냈다.
여기서 "못 쓰면 창피한 한자"라는 책이 마음에 들어서 만화책 "베가본드 21권"과 함께 구입했다.

시간이 되자 선생님 댁으로 갔는데, 어느 집이 선생님 집인지 몰라서 전화를 해서 위치를 물어 보았다. 집 앞 표지판에서 선생님 이름을 확인한 뒤 안으로 들어갔다.

집은 3층짜리 집이었는데, 내부는 꽤 좁았지만, 선생님과 남편분 둘이서 살기엔 충분해 보였다. 1층은 일하는 곳이고 2층은 거실, 3층은 자는 곳으로 이용하시고 계셨다.


안에는 중국인 부부가 초대받아 계셨다. 중국인 아저씨는 부장님보다도 나이가 많았는데, 상하이에 있는 회사의 사장님이었다. 부부가 일본에서 25년간 살았기 때문에 일본어는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구사했다.

부장님과도 중국어가 통했기 때문에 부장님이 심심하지 않을 수 있었다.

2층 거실에 선생님이 직접 만든 요리가 진수성찬으로 차려져 있었다.
샤브샤브에 생선회에 노리마키에 맥주에... 사 먹으면 몇십만원은 들 것이다.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눈 뒤 3시 5분쯤에 자리를 떴다. 부장님은 음식도 그렇고, 중국인 사장님 만난 것도 그렇고 굉장히 만족스러워 하셨다.

오후에 일본 회사와 약속이 있어서 전철역으로 바로 갔다. 리다바시역에서 내린 뒤 택시를 타고 회사 근처로 갔다. 회사는 규모가 작은 곳이었다. 건물도 오래되었고, 조그만 창고 같은 데서 미팅을 했다.

얘기를 끝내고 지하철을 타고 아키하바라에 잠시 들른 뒤, 호텔로 돌아왔다.



일본 여섯 째 날
12월 21일 (수)

호텔에서 10시 좀 넘어서 체크아웃하고, 택시 타고 기노쿠니야로 가서 필요한 책을 구입한 뒤, 전철 타고 하마마츠쵸로 가서 식사를 했다. 일본식 소바와 일본술을 같이 주문했다.


점심식사 먹고 모노레일 타고 하네다 공항으로 갔다. 공항 식품 가게에서 점원 아줌마한테 최대한 오래 가는 냉동식품을 골라달라고 해서 일본라면과 튀김을 샀다.
그 아줌마는 처음에 날 중국사람인 줄 안 모양인데, 내가 한국사람이라고 하자, "대장금" 잘 보고 있다고 했다.

라면은 선물용이라고 했더니 포장하는 젊은 여자애가 웃었다.
라면이 선물이라서 이상한가..-_-
여자애는 선물용으로 라면을 친절히 포장해 주었다.

그리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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