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1-04

제노블레이드 크로니클스 디피니티브 에디션

2010년에 Wii로 나왔다가 2020년 스위치로 리메이크된 버전이다. 그래픽과 시스템을 개선하고 추가 시나리오에 한글화까지 해줘서 즐기기 편하다.
Wii나 new 3DS로 초반만 잠깐 하다가 미뤄두고 있었는데, 스토리를 극찬하는 평이 꽤 있길래 2023년 새해를 맞아 스위치 에뮬 Ryujinx로 해봤다. 동영상에서 어쩌다 살짝 멈칫하거나 버그 한두 번 겪은 것 빼고는 거의 완벽에 가깝게 실행되었다.

오픈월드를 채택해서 광활한 맵을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고 본편과는 별개의 온갖 서브 미션이 존재한다. 이 점 때문에 2010년 당시 큰 인기를 모았다.

장중하게 펼쳐지는 오프닝은 스토리가 묵직할 것 같다는 기대를 품게 했다. 전투 시스템은 생소하고 복잡해 보여서 진입 장벽이 있다. 튜토리얼로 이것저것 설명해주는데, 너무 많아서 읽기 귀찮았다. 이런 거 읽지 않아도 직관적으로 알 수 있게끔 만들어주는 게 좋을 텐데… 게임 시스템을 완벽히 이해하지 못한 채로 대충 진행했다.

거신과 기신이 싸움 끝에 쓰러지고 그 두 거대신 위에 세상이 만들어져 여러 종족이 살아간다는 세계관은 기발했다. 전작인 제노기어스의 분위기를 물려받은 SF물이다. 메카닉 디자인들이 세세하고 매력적이었다. 개선된 그래픽은 2023년 시점에서 봐도 괜찮은 수준이었다.

그러나 기대했던 스토리는 세간의 평가와 달리 실망스러웠다. 초반에 주인공의 소꿉친구가 기신병에게 살해당하는 전개는 다크하고 진지한 분위기로 흘러가지 않을까 해서 흥미로웠는데, 이후 JRPG의 진부한 스토리로 가버린다. 완벽한 선을 지양하는 주인공, 맞으면 정신차려서 개과천선하는 악당들, 오글거리는 대사에 항마력이 필요했다. 견딜 수 없어 초중반쯤 그만둘까 했는데, 스토리가 좋다는 평을 믿고 참고 했다.
하지만 그것은 실수였다. 끝까지 해도 내 개인적인 느낌은 바뀌지 않았다. 살해당한 여자친구의 원수를 찾아냈으면 죽여야지, 거기서 갑자기 자비를 베푸는 주인공을 보고 실소가 나왔다. 원수가 개과천선한 것도 아닌데, 단지 기계가 아니라 인간이라는 이유로 살리려 하다니 어이가 없었다. 전쟁을 하면서 상대를 안 죽이겠다는 건 현실적이지 못하다. 그렇다고 그때까지 적을 안 죽였던 것도 아니고…
선을 넘지 않아 내가 싫어하는 남코의 테일즈 시리즈와 유사했다.

게임을 하는 미래의 꿈나무들에게 생명을 소중히 여기고 선한 마음만 품자고 강조하고 싶은 건지, 아니면 만인에게 권할 수 있는 대중적인 스토리를 위해 이렇게 만든 건지 모르겠지만, 그 전에 <더 위쳐 3>를 한 나한텐 이 게임의 스토리는 유치해서 봐줄 수가 없었다. 미리 유치한 걸 알고 했으면 몰라도 제노기어스 같은 느낌을 기대한 게 실수였다.

후반부까지 가서 그만두기 뭐해서 진행했지만, 빨리 끝나지도 않았다. 끝판왕이 등장하길래 싸우는가 했지만, 뒤로 미뤄지고 온갖 길찾기를 강요했다. 겨우 엔딩을 봤다. 추가 스토리가 있지만, 별로 궁금하지도 않고 또 오글대는 대사만 잔뜩 볼 것 같아서 바로 접었다. 3편까지 나온 제노블레이드 시리즈는 갓겜이란 소리가 많지만, 이런 기조일 게 뻔해서 관심이 사그러들었다.
기대가 크니 실망도 크다.


엔딩 본 날 - 2023년 1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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