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3-22

록맨X PSP판 이레귤러 헌터X

1993년 슈퍼패미컴으로 처음 나왔던 록맨X를 2005년 PSP로 리메이크한 작품. 비공식으로 한글판도 있다. <록맨X>란 제목을 안 쓰고, <이레귤러 헌터>로 바꿨다. 굳이 지명도 높은 제목을 바꿀 필요가 있었나 싶다.

세계관은 록맨이 활약하던 시대의 100년 후. 라이트 박사도 없고 숙적 와일리 박사도 없다. 이레귤러란 인간에게 반란을 일으킨 로봇을 일컫고, 이레귤러 헌터는 그 로봇들을 단속하기 위한 로봇이다. 엑스는 그 이레귤러 헌터의 일원이다. 엑스가 소속된 제17부대의 대장 시그마는 돌연 인간을 향해 반란을 일으키고 엑스와 그의 친구 제로는 시그마와 그의 부하들를 물리치러 나선다.

록맨 시리즈는 좋아했지만, 록맨X로 넘어가면서 관심을 접었던 까닭은 록맨의 그 아기자기한 디자인이 성인 등신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록맨을 즐겼던 게이머가 그 시점에 고등학생이나 대학생이 되었을 테니 변화가 불가피했겠지만, 나는 패미컴판 클래식 디자인이 마음에 들었다. 나 같은 사람이 꽤 있었던 모양인지 훗날 나온 록맨9, 10은 클래식 디자인으로 나왔다. 그래도 록맨X가 슈퍼패미컴으로 발매되었을 때는 새로운 유저까지 포섭하며 밀리언 판매량을 달성했고, 인기에 힘입어 8편까지 나왔다.

PSP판은 인기가 다 떨어진 시점에 나와서 판매량이 신통치 않았다고 한다. 그래픽에 3D 느낌이 들어가며 대폭 향상되긴 했지만, 클래식 록맨을 좋아하던 나에겐 이질감이 들었다. 차라리 슈퍼패미컴판을 하는 편이 낫겠다 싶었다.

분위기는 바뀌었지만, 구성은 과거 록맨 시리즈와 비슷하다. 개성적인 8보스가 있는 스테이지 선택, 선택 시 보스 동작 연출, 차지샷, 보스를 이기면 그가 가진 무기 습득, 8스테이지 클리어 시 새로운 스테이지 등장. 새로운 스테이지에서 8보스와 재대결. 끝판왕은 거대 보스. 록맨 문법에 충실하다. 액션에서 록맨과 다른 점은 벽을 탈 수 있다는 점.

어린애 모습에서 성인 모습으로 바뀐 록맨의 디자인처럼 스토리도 진지해졌을까 했는데, 딱히 그런 건 못 느꼈다. 단순하고 굴곡 없는 어린이, 청소년용 이야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과거 록맨 시리즈의 라이트 박사는 사망한 지 100년이 넘어 오프닝과 엔딩에서 홀로그램 영상으로만 등장한다. 그는 말년에 엑스를 완성해 로봇의 반란에 대비했다.

록맨 시리즈는 클래식 3편을 패미컴 보유 시절 너무 재미나게 해서 좋은 추억으로 남아 있는데, 록맨X는 그 추억을 되살려주진 못했다. 이건 나한테 그냥 다른 게임이었다. 엔딩까지 가는 데 좀 지루했다.


엔딩 본 날 - 2021년 3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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