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9-28

드래곤볼Z 초사이야 전설 SFC


슈퍼패미컴이 나오고 1년 반이 지난 1992년 6월, 스트리트 파이터2가 슈패에 이식되어 큰 화제를 모았지만, 내가 가장 하고 싶었던 슈패 게임은 드래곤볼Z 초사이야 전설(92년 1월 발매)이었다. 원작 만화와 패미컴판 RPG를 너무 좋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중에 용돈을 모아 슈퍼패미컴을 살 때 같이 산 롬팩은 스트리트 파이터2였다. 고민했지만, 동생이나 친구들과 할 수 있는 게임은 일본어 투성이 RPG인 드래곤볼Z보다는 격투 게임인 스파2가 더 적합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드래곤볼Z 할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몇 년 지나서야 롬팩을 디스켓으로 복사할 수 있는 기기 UFO로 드래곤볼Z를 할 수 있었다.

슈퍼패미컴의 확대 축소 기능을 활용한 전투 장면에 잠시 혹하긴 했지만, 패미컴판보다 캐릭터들의 동작이 어색해 보였다. 패미컴판처럼 필드에서 카드숫자로 말판놀이처럼 나아가는 방식이 아니라 자유롭게 움직이는 점은 좋았다. 음악도 좋았다. 그러나 너무 잦은 랜덤 인카운터와 헤매기 쉬운 길찾기는 짜증을 유발했다. 힘들게 끝을 봤지만 패미컴판의 감동은 없었다.
세월이 흘러 문득 다시 하고 싶어서 에뮬로 돌려봤다. 쉽게 하기 위해 치트를 써서 랜덤 인카운터를 없애고 경험치를 올려놓고 시작했다.

치트로 초반부터 초사이야인 손오공으로 플레이 가능.

재밌는 점은 게임에 안 나오는 숨겨진 데이터를 치트로 꺼낼 수 있다는 것이다. 초사이야인 손오반, 초사이야 거대원숭이 손오반(베지터)을 나오게 할 수 있다. 초반부터 손오공과 손오반을 초사이야인으로 만들어놓고 해봤다. 이 게임은 초사이야인이라고 해도 레벨업이 안 되어 있으면, 손오공 형 라데츠한테도 고전한다. 레벨을 치트로 올려 전투력(BP)이 높아지니 버틸 수 있었다. 라데츠는 그냥은 못 이기고 원작대로 손오반의 박치기 공격과 손오공의 살신성인이 있어야 이길 수 있는데, 미스터 포포를 구해주고 오반 카드를 얻어야 한다.


베지터전은 오반과 피콜로만으로 너무 빨리 이겨버리면, 진행불가가 되어 버린다. 정상적인 플레이에선 이런 일이 드물지만, 치트로 전투력을 높여놨기에 한 번 진행불가를 맛봐서 처음부터 다시 해야 했다.

베지터는 나메크성에서 잠시 우리편이 되지만, 전투에서 멋대로 딴청 피우는 등 뺀질거린다.

나메크성에선 원작에도 안 나왔던 동굴이 나오는데, RPG의 흔한 던전을 따라 만든 모양이다. SF에 왠 던전? 특히 최고 장로 집으로 가는 길은 긴 편인데, 적 출연이 잦아서 상당히 귀찮다. 적 안 나오게 하는 치트로 쉽게 갔다.


역시 치트를 써서 손오반과 베지터를 거대 원숭이로 만들어봤다. 그냥 원숭이도 있고 초사이야 원숭이도 있는데, 얼굴 색만 달라지지 전투 화면 안의 모습은 똑같다. 기술은 주먹질뿐이라 아쉬웠다. 초사이야인 손오반 설정은 원작에 없지만, 게임 제작자가 생각은 한 것 같다. 그러나 제작 시간이 부족한 탓인지 아니면 원작자 허락을 못 받은 탓인지 게임에선 초사이야인을 볼 수가 없었다. 만들다만 데이터를 치트로 꺼낸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 변신한 프리더를 이기면 도망갔다가 랜덤 인카운터로 4번 나타나는데 치트를 켜두면 영영 만날 수가 없어서 이 부분은 정상적으로 진행해야 했다.


프리더 마지막 변신 상태에서 손오반과 베지터 둘로만 3턴 안에 이겼더니 손오공도 없이 손오반만 나오고 엔딩이었다. 이왕 한 거 완벽히 끝을 보고 싶어서 프리더전을 다시 했다. 완전체 프리더를 오반과 베지터로 상대하며 일부러 3턴 넘기니 손오공이 합류했다. 일행 전원이 최고 레벨인 상태에서 손오반만 프리더에게 죽게 하니 손오공이 분노하며 초사이야인으로 변신했다. 유명한 비기다.

"나는 슈퍼 사이야인 손오공이다아아앗!!"
잘 보면 초사이야인 손오공의 머리카락이 원작처럼 위로 뻗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그냥 머리색만 바꾼 것이다. 베지터야 원래 위로 뻗친 머리이니 상관 없지만,
손오공은 머리를 새로 그렸어야 했다. 성의 없다. 
치트로 베지터를 초사이야인으로 만들어 프리더와 대결

베지터가 생존한 상태로 프리더를 물리치면 엔딩 나오다 초사이야인 베지터가 덤빈다.

"크크크… 프리더는 죽었다. 그 놈을 없앤 덕에 이 베지터님은 궁극의 파워를 손에 넣었다!!
쓰레기 자식… 지구에서 당한 걸 갚아주마!! 우주의 새로운 지배자는 바로 나다!!"
야지로베 카드 사용. 그러나 베지터에게 아무런 데미지를 주지 못한다.
초사이야인 손오공의 가메하메파!

초사이야인 베지터를 이기면 진엔딩이다. 진엔딩이라고 해봐야 우주선의 지구 착륙 장면 정도 추가될 뿐이다. 반다이 게임은 예전부터 엔딩이 간소한 편이었다.

"우주를 공포로 떨게 했던 프리더. 초사이야인이 되어 프리더조차 뛰어넘는 힘을 얻었던 베지터.
전우주를 공포로 떨게 했던 자들은 이제 사라졌다!! 이로써 진정한 평화가 찾아왔다." 

몇 시간 동안 잠시 추억에 잠길 수 있었다. 원작과 다른 요소를 더 많이 집어넣었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이 게임이 나올 당시엔 모니터로 틀어놓은 용산 게임점이 꽤 많았다. 1992년 일본 게임 잡지에서는 ‘슈퍼패미컴 기능을 풀로 활용한 애니메이션 배틀. 드래곤볼 팬이라면 절대로 놓치지 말아야 할 작품’이라고 평했다.
개인적으론 패미컴판을 더 재미나게 했지만, 슈퍼패미컴판도 나름의 매력이 있었다.


에뮬로 엔딩 본 날 - 2018년 9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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