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9-03

드래곤 퀘스트 소드 가면의 여왕과 거울의 탑

2007년 Wii로 발매된 드래곤 퀘스트 외전. Wii 리모컨을 검처럼 휘둘러서 적을 물리치는 액션 RPG이다. 에뮬에선 Wii 리모컨이 없으면 진행이 안 되는 줄 알고 있었는데, 돌핀 에뮬의 컨트롤러 설정에서 XBOX 컨트롤러 키에 Wii 리모컨의 동작을 매핑하면 그럭저럭 즐길 수 있다. 스틱에 흔들기 동작을 매핑했다.

명색이 드래곤 퀘스트 시리즈 중 하나인데, 잘 회자되지 않는 까닭은 Wii가 한국에서 인기가 별로 없었던 게임기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조작이 피곤하다. Wii 리모컨을 휘둘러서 칼질로 적을 물리치는데, 매번 그래야 하니 꽤 귀찮다. 더구나 난 Wii 리모컨이 아닌 XBOX 컨트롤러로 했으니 조작이 더 어색할 수밖에 없었다. 조작이 성가셔서 전투 몇 번 하고 때려치울까 생각했지만, 좀 하니 적응이 되어 엔딩까지 달렸다.

이 게임은 전투로 플레이 시간 대부분을 때운다. Wii 리모컨의 모션 컨트롤러 기능을 널리 알리기 위해 드퀘라는 대중적인 타이틀을 이용한 것 같다. 전투에서 검을 직접 휘두르는 체험을 하는 게 이 게임의 핵심이다. 매번 정해진 장소에서 적이 출몰하도록 되어 있다. 적이 나오는 족족, 무조건 쓰러뜨려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파티는 2명이다. 주인공을 메인으로 조작하고, 한 명은 보조 역할이다. 드퀘 시리즈 최초로 1인칭 시점으로 진행된다.

불편한 조작을 제외하면, 첫인상은 좋았다. 그래픽이 상당히 좋다. 2022년 관점에서 봐도 깔끔한 그래픽이라고 할 수 있다. 주인공도 근사한 편이고, 여성 캐릭터 세티아가 섹시해서 눈길을 끈다. 몬스터들도 움직임이 잘 표현되어 있다. 뭔가 묵직할 것 같은 초반 전개도 기대를 품게 했다.

이 게임은 자유도가 거의 없다. 적이 나오는 던전을 일직선으로 쭉 가면 한 스테이지가 끝난다. 중간중간 갈림길이 있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헤맬 일이 없다. 마을은 딱 하나뿐이라 대사도 그리 많지 않다. 다른 RPG처럼 대사에서 힌트를 얻어 이벤트를 해결하는 장면이 거의 없다. 마을에서 다음 행선지를 알게 된 뒤, 그곳으로 이동해서 적을 물리치면 한 스테이지가 끝난다. 8스테이지가 전부다. 길게 해도 20시간 안쪽으로 끝낼 수 있다.

스토리는 너무 단조로웠다. 드퀘 본편 같은 장대함이 없다. 마왕을 물리치고 설마 여기서 끝나나? 드퀘답게 뭔가 이변이 생기지 않을까? 했는데, 곧 엔딩 화면이 나왔다. 클리어 이후 다시 시작하면, 마왕 토벌 전으로 돌아가 숨겨진 보스를 만날 수 있는 길이 열리지만, 본편 스토리에 영향을 안 주는 추가 요소일 뿐이었다. 뭔가 의문을 주면서 시작한 스토리는 간단히 떡밥을 회수하며 별 반전 없이 끝난다.

조작성 빼면 괜찮은 부분도 있어서 너무 기대하지 않고 하면 누군가에겐 재밌는 게임일 수도 있는데, 드퀘 시리즈 명성에는 많이 못 미치지 않았나 싶다.
호기심을 충족한 것으로 만족.


엔딩 본 날 - 2022년 9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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