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1-18

파이널 판타지4 컴플리트 컬렉션 PSP


2011년 3월 24일에 스퀘어에닉스에서 발매한 리메이크판.
오리지널 <파이널 판타지4>는 슈퍼패미컴+UFO 조합으로 오래 전에 깼지만, 꾸역꾸역 재미없게 했던 기억이 있다. 훗날 3D로 리메이크된 안드로이드판을 태블릿으로 진행했는데, 중간쯤 실수로 세이브를 지워버려서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그 뒤에 PSP으로 또 리메이크되었는데, 닌텐도DS나 안드로이드판처럼 3D가 아닌 과거 2D로 리메이크된 점이 내 눈길을 끌었다. 3D 대두 캐릭터가 난 싫었다. 그래서 3D로 리메이크된 3, 4편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어느날 하고 싶은 생각이 문득 들어서 PSP판을 시작했다. PPSSPP 에뮬로 돌렸는데, 에뮬의 언어 설정을 한국어로 하면, 영문으로 진행된다. 게임 안에서 언어를 바꿀  수는 있지만, 언어 설정을 한국어인 채로 시작하면, 게임 설정 들어갈 수 있을 때까진 영문으로 진행된다. 난 일본어를 원해서 에뮬 언어 설정을 일본어로 바꾸고 시작했다.


PSP판은 안드로이드판과 달리 음성이 빠진 점은 아쉬웠지만, 정감 있는 2D 그래픽이라 마음에 들었다. 음악은 편곡이 되어서 오리지널보다 듣기 좋았다.


4편은 3편에서 호평이었던 잡 체인지 시스템이 사라졌다. 모든 등장인물의 직업은 맘대로 바꿀 수가 없다. 스토리성 강화를 위해 이런 선택을 한 것 같은데, 자유도가 줄어든 것이라 아쉽다. 이 점에 실망했다는 평이 많았는지 5편에선 잡 체인지 시스템이 부활한다.


주인공 세실의 초반 직업은 어둠의 포스가 넘치는 암흑기사다. 다스베이더처럼 검은 가면을 쓰고 있고, 암흑기사이기에 그를 연모하는 로자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한다. 암흑기사는 사랑을 못 하는 직업인가? 스토리가 진행되면서 성기사 팔라딘으로 전직한다. 주인공 세실의 친구 카인은 로자를 좋아해서 삼각관계가 형성된다. 주인공을 향한 질투심이 적에게 조종당할 빌미를 만든다.


스토리는 슈퍼패미컴 초창기 당시엔 인상적이었을지 모르지만, 지금 기준으로 보면 매우 진부하다. 세상의 크리스탈을 다 모아서 지구 정복을 노리는 악당 골베자와 그를 막으려는 세실 일행의 이야기다. 후반부로 가면 마도선을 타고 달로 가고 거기서 주인공 출생의 비밀과 악당의 정체가 밝혀진다. 중세 판타지로 시작했다가 SF로 빠지는 이야기다.



PSP판은 본편의 후속작인 <인터루드>, <달의 귀환>이 포함되어 있다. 원래 모바일판과 Wii ware로 나왔던 건데, 리메이크되어 합본 되었다고 한다. 사실 본편보다 이쪽 이야기가 더 궁금해서 PSP판을 시작했다.


<인터루드>는 본편에서 1년이 지난 시점이다. 소환사 리디아를 중심으로 사건이 전개되며, 로자의 임신 소식까지 이야기가 진행된다. 내용이 짧아서 부담은 없었지만, 딱히 재밌지는 않았다. <달의 귀환>의 서장 격이라고 하는데, 딱히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주인공 아들이 활약하는 후속작 <파이널 판타지 4 THE AFTER YEARS 달의 귀환>은 본편에서 17편이 지난 시점이다. <인터루드>처럼 짧게 끝나는 후일담이라고 생각했는데, 완전히 오산이었다. 스토리 길이가 본편 이상으로 방대하다. <드래곤 퀘스트4>처럼 주인공마다 단막 형태의 스토리로 진행된다. 본편에서 활약했던 등장인물과 그 후손들이 총출동하며 모든 단막 시나리오를 클리어하면 새로운 시나리오가 나온다.


전편에서 추가된 건 달의 차고 기울기 정도에 따라 적의 속성이 달라진다는 점, 여러 캐릭터의 합체 기술이 생겼다는 점이다.


스토리는 달에서 새로운 적이 나타나 세상이 다시 위기에 빠져 각지의 과거 영웅들이 힘을 합친다는 것이다. 전작에서 주인공의 연인 로자를 연모했던 카인은 그 상실감을 달래기 위해 방랑하고 있었는데, 로자를 잊을 수 없었던 마음이 돌출되어 둘로 갈라진다. 전작에 이어 질투심이 또 사건을 만든다.


등장인물이 굉장히 많다 보니 산만한 느낌이 들었다. 적의 정체는 또 SF로 빠진다. <파이널 판타지4>에선 JRPG에서 흔한 '신'이 안 나온다는 점이 이색적이었다. 외계 문명이 신에 해당되는 역할이 아닌가 싶다.


최종화의 보스전은 질릴 정도로 많았다. 추가된 보스 이외에도 전작의 모든 보스와 다시 싸워야 한다. 막판에 이렇게 보스전이 많은 JRPG는 처음 봤다. 치트를 쓰지 않는 한, 깨는 데 장시간을 요한다.


후속작까지 다 엔딩을 보고 난 소감은 그냥 4편으로 끝내는 편이 낫지 않았나 싶다. 크리스탈의 역할을 재정의하는, 사족 같은 느낌의 스토리였기 때문이었다. 전작에서 경험했던 맵을 또 왔다 갔다 하는 점도 지루했다.


4편은 가장 많이 리메이크된 파이널 판타지인데,  2D로 리메이크된 4편은 PSP판뿐이다. 게임 자체는 그리 만족스럽지 않았지만, 호기심 해소했다는 데 만족한다.


엔딩 본 날 - 2019년 11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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