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1-23

파이널 판타지3 패미컴 개조판


1990년에 나온 패미컴용 명작 RPG. 일본에선 시리즈 최초로 밀리언셀러를 달성했으며, 우리나라에선 원본팩뿐 아니라 복제팩으로 상당한 물량이 유통되었다. 당시 용산 게임 가게 가면 이 롬팩이 없는 곳이 없을 정도였다. 당시 기준으로 미려한 전투 그래픽과 빼어난 음악이 많은 게이머를 홀렸다. 하지만, 일본어라는 점과 게임 자체가 어렵다는 점 탓에 초반에 포기하는 사람이 속출했고, 나도 그중 한 명이었다. 게임월드 잡지에서 공략을 내주긴 했지만, 내용이 부실해서 그것만 보고 클리어하기 쉽지 않았다.
난 초반 진행하다 결국 롬팩을 떠나보냈고, 세월이 지나 닌텐도DS 리메이크판으로 엔딩을 봤다. 그러나 닌텐도DS의 3D 그래픽은 패미컴판과는 완전히 달라서 그때 그 아기자기한 느낌이 아니었다.


어린 시절 패미컴판을 포기한 게 한이 되어서 다시 클리어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이번엔 한글판 롬에 여러 개조 패치를 해서 Mesen 에뮬로 돌렸다. 개조 패치로 달라지는 점은 다음과 같다.

1. FF3 푸치DS화 패치 0.83
전사 직업에 파고들기(ふみこむ), 마검사 직업에 암흑(あんこく) 등 명령어 추가(한글판에선 해당 글자가 깨져서 나옴)하고 공격치도 수정.
메뉴창 표시 속도, 타격 모션 속도 상승

2. 잡 시스템 변경
장비 해제 안 해도 전직 가능.
전직 시 필요 포인트 0

3. B버튼 누르고 있으면 빨리 걷기
빠른 진행 가능. 가장 유용한 패치.

4. Maeson 비주얼 패치
메뉴창과 잡 캐릭터 색깔 변경

다시 해보니 옛날 추억이 되살아났다. 그래픽에 정감이 가서 멈출 수가 없었다. 몇 시간 동안 붙잡고 했다. 소박하기 그지없는 그래픽이지만, 90년대 초반엔 패미컴 최고의 그래픽을 자랑하는 RPG였다. 전투 화면에서 아기자기하게 칼을 휘두르거나 도망가는 모습이 당시엔 무척 인상적이었다. 이에 비하면 같은 해 발매되었던 <드래곤 퀘스트4>의 그래픽은 초라하게 보였다. 그때도 그래픽은 드퀘보다 파판이라는 평가가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나라에서도 <파이널 판타지3>를 하는 사람이 더 많았던 걸로 기억한다. 직업이 20종류나 되고 전직했을 때 외양과 능력치가 바뀌는 점은 아주 흥미로웠다.


어릴 땐 어찌어찌 바이킹 아지트까지 진행했는데, 거기서 배를 타고 나가면 괴물이 나타났다. 아무리 때려도 죽지 않아서 거기서 포기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공략이 있어서 수월하게 넘길 수 있었다. 힌트가 많지 않아 불친절하고 지도도 없어서 공략 안 보면 헤맬 부분이 수두룩하다. 당시 공략 없이 깬 사람은 성취감이 컸을 것 같다.


비공정이 초반에 나온다는 점이 특이하다. 비공정은 네 종류나 나온다. 그리고 초반에 돌 호수 속에서 어떤 괴물이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주며 게이머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도 좋았다. 그 정체는 리바이어선. 후반부에 마지막 비공정을 얻으면 싸우러 갈 수 있다. 진행상 꼭 가서 싸울 필요는 없는데 이기면 리바이어선을 소환수로 얻을 수 있다. 이 게임은 숨겨진 요소가 꽤 있어서 찾는 재미가 있다.


스토리는 별다른 게 없었다. 우연히 선택받은 아이 넷이 악을 물리치고 세상을 구하는 왕도 RPG다. 옛날 RPG가 그렇듯이 등장인물의 성격은 거의 드러나지 않고, 주인공들의 성별도 불분명하다. 하지만, 스케일이 놀랍다. 고작 512킬로바이트밖에 안 되는 용량으로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담아 넣었다는 게 대단하다.


어릴 적 생각하면서 아주 즐겁게 했다. 여러 기종으로 리메이크되었지만, 역시 패미컴판이 최고다.


엔딩 본 날 - 2019년 11월 23일

댓글 2개:

  1. 파판3 개조판은 어떻게 구하나요?
    올드게임팬님의 글을 보고 저도 예전기억을 떠올려 플레이해보려 했지만
    역시나 거북이 걸음의 압박이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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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답글
    1. B버튼 누르면 걸음이 빨라지는 패치는 여기 있습니다.
      https://www.romhacking.net/hacks/3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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