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0-06

소서리언 PC엔진판


소서리언은 어린 시절, 용산 만트라에서 배포한 게임 책자에서 메가드라이브판 소개를 보고 아주 끌렸던 게임이다. 한 게임에 10가지 시나리오가 있다는 점이 신기했고 각 시나리오의 내용도 흥미진진해 보였다. 하지만 당시 그 게임을 구하기도 어렵고 일본어도 못하던 터라 그림의 떡이었다.


세월이 지나 소서리언을 에뮬로 해봤다. PC9801판, 메가드라이브판, MSX2판, PC엔진판, 윈도우판, 드림캐스트판 등 여러 버전이 있는데,1992년에 나온 PC엔진 슈퍼CD롬판을 선택했다.


캐릭터를 3명 이상 만들어서 시작해야 한다는 점이 성가시다. 초보자에겐 이 점이 진입 장벽이 되지 않았나 싶다. 캐릭터를 만든 다음, 장비를 사서 장착하고, 필요하면 마법이나 기술을 배울 수도 있다. 다만, 마법과 기술을 배우는 데는 2년 이상 시간이 걸려서 캐릭터가 나이를 먹게 된다. 나이를 먹음에 따라 능력치가 떨어지고 결국 죽는다.


이스3와 마찬가지로 횡스크롤 액션이고 칼이나 마법으로 공격할 수 있다. 동작은 무척 단순하기 그지없다.
PC엔진판의 시나리오는 모두 13개다. 각 기종마다 시나리오가 달라서 다른 기종 버전으로 해도 신선한 느낌을 받을 것 같다. 당시엔 이런 옴니버스 방식의 시나리오를 채택한 RPG가 드물었다. 시나리오는 마을 사람들과 대화→던전 탐색→보스 격파→경험치 획득으로 진행된다. 대화량이 많지 않아 부담이 없는 반면, 던전 안은 미로가 단순하지 않아서 기억력이 필요하다. 헤매기 쉬운 구간이 꽤 있다. 클리어한 시나리오는 다시 할 수도 있다. 언제 클리어했냐는 듯이 리셋되어 처음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이 탓에 클리어한 기분이 안 났다. 경험치를 올리기 위해 같은 시나리오를 여러 번 하는 사람도 있겠지.


첫 시나리오는 아주 쉬워서 금방 깼다. 그 뒤 '불로불사의 약' 시나리오를 했는데, 어떤 조건을 달성하지 못해서인지 버그인지 도중에 막혀버렸다. 결국 인터넷에서 끝판왕 직전 세이브 파일을 내려받아 엔딩을 봤다. 마지막 시나리오 '타임 애프터 타임'을 깨면 엔딩이 나온다.


모든 시나리오를 다 클리어하진 못했지만, 어린 시절의 소서리언에 대한 호기심은 풀렸다. 미로나 아이템 찾기가 내 취향은 아니었지만, 게임은 깔끔하게 잘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얼핏 보면 단순하고 초라해 보일 수도 있는데, 음악이 상당히 좋다. 음악이 이 게임을 고급스럽게 한다. 팔콤다웠다.


인상이 좋아서 아마 다른 기종판을 언젠가 또 해볼지도 모르겠다.


엔딩 본 날 - 2018년 10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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