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1-19

가고시마 혼자 여행

2017년 11월 15일부터 17일까지 2박 3일 일정으로 가고시마에 갔다. 바로 보름 전에 일본에서 가장 북쪽인 홋카이도를 갔다 왔는데, 이번엔 일본의 가장 남쪽이다. 가고시마 왕복 항공권은 이스타 항공에서 다음과 같은 조건으로 구했다.

이스타항공
11월 15일 오후 2시 45분 인천 출발 (특가, 위탁 수화물 유료)
11월 17일 오후 5시 30분 가고시마 출발 (할인가, 위탁 수화물 15kg 무료)
122,800원

첫날
이번엔 혼자 가기 때문에 포켓 와이파이가 아닌 유심을 신청했다. 할인쿠폰 써서 1.5기가짜리를 9600원에 샀다. 비행기 안에서 미리 휴대폰 유심을 바꾸고 APN 설정을 해뒀다. 비행기는 평일이라서 만석은 아니었다. 대부분 나이 드신 관광객이 많았다.
전날 밤새워 일한 뒤, 아침에 한 시간 눈 붙이고 나와서 그런지 피곤했다. 비행기에서 잠깐 눈을 붙였다. 1시간 10분 정도 난 뒤 가고시마 공항에 도착했다.
공항 검문 직원이 "관광 온 것이냐? 야쿠시마 가는 거냐?"라고 묻길래 텐몬칸 간다고 했더니 마치 '거기가 관광할 게 있나?' 하는 투로 슬쩍 웃었다. 공항에서 전철이 있는 줄 알았는데, 버스만 있다는 걸 와서 알았다.
공항 밖으로 나가니 족욕탕 보였고, 좀 더 가니 시내로 가는 리무진 버스가 서 있었다. 부랴부랴 표를 사서 탑승했다. 호텔은 텐몬칸에 있지만, 그 전 정거장인 가고시마 중앙역에서 내리기로 했다. 가고시마웰컴큐트패스를 사기 위해서다. 중앙역 부근을 한번 둘러보고 싶은 이유도 있었다.


버스에서 본 가고시마의 첫인상은 심심했다. 한산하고 규모가 작은 느낌이었다. 중앙역 쪽은 번화하지만 화려하거나 볼거리가 있지는 않았다. 그냥 흔한 도시 느낌이었다. 피곤한 탓인지 거리가 우울하게 보였다. 컨디션이 나쁘면 같은 걸 봐도 달리 느낀다. 날씨는 쌀쌀한 편이었지만, 한국보단 훨씬 안 추웠다.

중앙역 2층 관광정보센터에서 1000엔 주고 웰컴큐트패스 1일권을 샀다. 난 그냥 먹고 마시며 지낼 생각인데, 이걸 사면 본전 생각에 얽매이는 게 아닐까 하고 망설였지만, 심심할 수도 있단 생각에 사두었다. 버스 탈 때 동전 준비하는 것도 귀찮고. 내일이나 모레 중 내킬 때 쓰면 된다.

호텔로 가기 전에 중앙역 근처 카와큐 돈까스 가게로 갔다. 저녁 시간인데 자리가 남아돌았다. 중국 손님 한 팀이 와 있을 뿐이었다. 적당한 양의 안심까스(上ヒレカツ)를 시켰다. 배고픈데 나오는 게 오래 걸려서 속으로 짜증이 났다. 한 20분 가까이 기다렸다.


기다린 끝에 나온 돈까스 맛은 평범하기 그지없었다. 1800엔 주고 먹을 가치는 못 느꼈다. 그래도 배고파서 거의 먹었다. 된장국과 밥맛은 나쁘지 않았다. 내 앞에 앉은 일본 아줌마가 내가 먹는 모습이 맛나게 보였는지 종업원에게 물어봐서 나와 같은 메뉴를 주문했다.
식사를 끝내고 텐몬칸행 버스를 탔다. 한 정거장 거리였다. 160엔. 구글지도에 의지해서 내린 곳에서 한 500m 걸으니 예약한 호텔 아틀리에가 보였다.


호텔 주변엔 마트, 편의점, 술집, 음식점 등 있을 건 다 있었다. 다만 골목길이 좀 음침하고 유흥가 느낌도 났다. 주변 숙소들은 싼 티가 나서 내가 묵을 호텔도 저렇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호텔 아틀리에 외관을 보니 싼 티는 안 났다. 하지만 들어가서 보니 프런트 대응이나 인테리어 등이 브랜드 호텔보다 못한 티는 났다. 원래는 토요코인 텐몬칸 지점에 묵고 싶었다. 그러나 내 일정엔 금연 방이 없었고 값도 이곳보다 조금 비쌌으며 무엇보다 아틀리에에는 몇 달 전에 리뉴얼한 방이 있다고 해서 결국 여길 골랐다. 2박에 현금 결제 조건으로 8600엔이었다. 프런트의 아줌마가 여권 복사 요청도 없이 바로 열쇠를 내주었다. 카드키가 아닌 열쇠. 이거 가지고 다니기 불편해서 싫어한다. 방문도 닫으면 자동으로 안 잠겨서 손수 잠가야 한다.


호텔 복도는 좀 음침해서 마음에 안 들었지만, 방은 깨끗했다. 다른 브랜드 비즈니스호텔의 싱글룸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은 수준이었다. 다만, 욕조 없이 샤워실만 있다. 이건 알고 예약했지만, 몸이 피곤해서 이때는 욕조에 몸을 담그고 싶었다.


짐 놓고 바로 근처에 있는 코킨타 라멘집으로 갔다. 현지인에게 인기 있는 노포라고 하길래 줄이 길지 않을까 했는데, 가게 안에 손님은 할아버지 한 명뿐이었다. 식권 판매기도 없고 메뉴판도 안 줘서 가게에 걸린 메뉴 보고 870엔짜리 돈코츠 라멘 시켰다.
라멘엔 달걀과 살 붙은 돼지 뼈 두 덩어리가 들어 있었다. 양은 많은 편이었다. 맛은 그냥 평범했다. 일본 라멘답게 짜고 일본 어디서나 먹을 수 있는 흔한 맛. 할아버지 손님이 점원에게 "정말 맛있다"고 평하던데, 진심이 담긴 것 같진 않았다.

먹고 북오프 텐몬칸 지점에 갔는데, 레트로 게임은 없어서 실망했다. 규모도 작았다. 호텔 오는 길에 세븐일레븐에 들러서 산토리 킨무기 캔맥주, 귤 호로요이, 김포테이토, 달걀샌드위치 사 왔다.
달걀샌드위치가 첫날 먹은 것 중 가장 맛있었다. ㅋ 피곤해서 잠은 일찍 들었는데, 깨어나니 새벽 2시다. 그때 이 글을 스마트폰으로 썼다.


둘째 날
호텔에서 자고 쉬었더니 첫날보단 몸 상태가 괜찮았다. 애초 계획은 3일 내내 텐몬칸에 머물며 식도락을 즐기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곳 도심지 경관이나 음식이 딱히 인상적이지 않아서 사쿠라지마로 가기로 했다. 웰컴큐트패스 본전 뽑는 데는 사쿠라지마 관광이 제일 낫다는 판단이었다.


호텔을 나와서 아침 10시쯤 텐몬칸의 아게타테야에서 어묵을 650엔어치 샀다. 만들고 데워서 주는 데 10분쯤 걸렸다. 가고시마 명물 사츠마아게도 포함이었다.



노면전차를 탔는데, 구글지도를 거꾸로 봐서 반대로 가는 걸 탔다. 몇 정거장 가서 부랴부랴 내린 뒤 맞은편에서 다시 탔다. 큐트패스의 좋은 점은 잘못 타도 돈이 안 든다는 거. 패스만 있으면 시영버스와 노면전차는 오늘 하루 무료다.


수족관에서 내려서 조금 걸으면 항구가 있다. 사쿠라지마행 배는 두 종류가 있다. 15분 만에 가는 페리, 50분 동안 돌아서 가는 요리미치 크루즈다. 나는 바다 전망을 즐기고 싶어서 요리미치 크루즈를 선택했다. 이 배는 매일 오전 11시 5분에만 있기 때문에 시간을 잘 맞춰서 와야 한다. 매표소에 큐트패스를 보여주면 요리미치 크루즈 탑승권을 준다.


탑승하고 전망 좋은 실내 앞 좌석을 선점했다. 그리고 아까 산 어묵을 풀어서 먹었다. 특산물 어묵이라 기대했는데, 대단한 맛은 아니었다. 치즈도 들어가고 재료도 고급이라지만, 난 그냥 한국식 싸구려 어묵이 더 좋다.


실내에 있던 사람들이 다 밖으로 나가서 한산했다. 밖이 전망이 훨씬 좋아서 실내에 있을 이유가 없었다. 날씨가 화창해서 경치가 훌륭했다. 바닷바람을 맞으며 바다를 구경하니 기분이 상쾌해졌다. 요리미치 크루즈는 탁월한 선택이었다. 구경하다가 안으로 들어와서 튀김우동과 야채주스를 사서 먹었다. 질은 별로였지만, 배고파서 다 먹었다.


사쿠라지마에 도착하니 할아버지들이 나와서 손 흔들어주었다. 사쿠라지마의 관광 자원을 세계적으로 인정받기 위해 노력하는 중으로 보인다. 배에서 내려서 항구 아래 정류장에서 15분쯤 기다리니 아일랜드뷰 버스가 도착했다. 이것도 큐트패스로 탈 수 있었다.


아일랜드뷰 버스는 사쿠라지마의 전망대, 들판 등 경치 좋은 곳을 60분 안에 도는 순환 버스다. 날씨가 좋아서 버스로 보는 경치가 근사했다. 날씨가 나빴으면 느낌이 전혀 달랐을 것이다. 다만 이 버스는 각각의 명소에 정차 시간이 짧아서 후다닥 보고 후다닥 타야 한다. 그렇게 오래 머물만한 곳이 없기도 했지만, 한두 군데는 도시락이나 먹으면서 30분 정도 있고 싶었다. 마음에 드는 곳에 느긋하게 있고 싶으면 버스 보내고 1시간 뒤에 오는 다음 버스를 기다리는 방법도 있는데, 난 그렇게까진 안 했다.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싶으면 이 섬의 렌터카나 자전거 대여를 이용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


버스 관광이 끝나고 온천을 갈 계획이었다. 표를 받을 때 받은 안내서를 보니 온천이 세 군데 있었다. 마그마 온천, 시라하마 온천, 후루사토 온천.
원래는 항구에서 도보 10분 거리에 있는 마그마 온천을 가려고 했다. 그러나 노천탕이 없다는 점, 가까운 곳이니 욕탕에 손님이 많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에 남쪽의 시라하마 온천에 가기로 했다. 여긴 걸어서는 너무 멀고 버스를 20분 정도 타고 가야 한다. 버스 타고 가면서 섬을 살폈다. 텐몬칸보다 이곳이 시골스러워서 마음에 든다.


시라하마 온천은 가보고 실망했다. 시설은 공중목욕탕 수준이었고 손님들도 동네 할아버지, 할머니밖에 없었다. 스피커로는 엔카가 흘러나왔다. 딱 350엔짜리 온천다웠다. 무엇보다 내가 간 날 하필 온천수 부족으로 노천탕을 운영하지 않았다. 노천탕을 보니까 운영했다 해도 그리 좋아 보이진 않았다. 전망도 없었고, 밖에선 각도에 따라 안이 보일락 말락 했다. 이럴 바엔 그냥 가까운 마그마 온천에 갈 걸 그랬다. 그래도 온천에 사람이 없어서 거의 혼자 또는 둘이서 있었다. 30분쯤 몸을 이 탕 저 탕 담갔다가 나왔다.
나오니 항구로 돌아가는 버스가 30분 후에 있다고 해서 스마트폰으로 이 글을 쓰며 기다렸다. 온천 종업원 아줌마가 친절하게도 버스가 오는 시각(2시 45분)에 맞춰 알려주었다. 시골답게 버스가 띄엄띄엄 있었다.


사쿠라지마 항구로 가서 배를 탔다. 가고시마현 학생들이 탔는데, 친구들과 즐겁게 지내는 모습들이 보기 좋았다. 갈 때는 15분 걸리는 페리를 탔다. 첫날과 달리 만족스러웠다. 큐트패스는 이미 본전 이상 뽑았다.
말톡 유심은 둘째 날부터 느려져서 애먹었다. 1.5기가를 벌써 다 썼을 리 만무한데, 속도가 기어갔다. 덕분에 구글지도 이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다시는 유심 쓰지 않으리...


배에서 내려 호텔로 바로 가지 않고 일본 백화점 야마가타야로 걸어갔다. 야마가타야 식당의 명물 야키소바를 먹기 위해서다. 식당이 지하 식품관에 있겠다 싶어 돌아다녔는데 도무지 찾을 수가 없었다. 헤매는 동안 350엔짜리 아이스크림 하나 사 먹었다. 야마가타야 식당 홈피 들어가도 몇 층에 있는지 나와 있지 않아서 난감했는데, 백화점 표지판을 보고 최상층인 7층에 있다는 걸 알았다.


곧장 7층으로 가서 야키소바 미니, 기린 생맥주, 닭 튀김을 시켰다. 식당은 고급스러웠고 전망도 좋아서 마음에 들었다. 웨이터가 야키소바 면이 딱딱한 건데 괜찮으냐고 물어보길래 생각 없이 하이! 라고 했는데, 나온 거 보고 잘못 선택했음을 알았다. 면이 살짝 딱딱한 정도가 아니라 과자처럼 딱딱했다. 야키소바는 철판 야키소바가 아니라 담백한 맛의 야키소바였다. 맛은 유명세만큼은 아니고 그냥 그랬다. 혹시 몰라 양이 적은 걸 시켜서 다행이다.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니었지만, 자극적이지 않은 거 좋아하는 사람에겐 맞을지 모르겠다
백화점 식품관에서 고로케와 흑돼지까스를 하나씩 산 다음, 노면전차를 타고 텐몬칸으로 왔다. 중간에 편의점에 들려 먹을 것 산 뒤 호텔로 돌아왔다. 편의점에서 데워온 야키소바와 삿포로 캔맥주 후유모노가타리를 마시면서 쉬었다. 맛있었다.


와인은 TV에서 오늘 해금된 와인이라 잘 팔린다고 해서 사 왔다. 2000엔 정도였는데, 이걸 집에 가져갈까 하다가 번거로워서 그냥 밤중에 혼자 다 마셔버렸다. TV에선 한국 걸그룹 트와이스가 NHK홍백가합전 참가가 결정되었다는 뉴스를 내보내고 있었다.


일본 데뷔 첫해에 홍백가합전 나가는 한국 가수는 트와이스가 처음이라고 한다. 그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그리고 일본 연예인 이시다 잇세이가 세 번째 결혼을 생각중이라는 인터뷰를 했다. 두 번째 이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23세 연하 여성(만 19세)과 교제한다는 걸 싱글벙글 즐겁게 인터뷰하는 모습이 한국 정서상으론 놀랍기그지 없었다. 기자들도 웃으면서 질문했다. 이시다 잇세이의 아버지 역시 이혼을 두 번 했고 "불륜은 문화"라는 말을 남긴 것으로 유명하다.


해장하려고 밤 10시쯤 터벅터벅 나가서 가류후 라멘집에 갔다. 이 가게에서 가장 인기라는 특제 라멘과 생맥주를 시켰는데, 어제 먹은 코킨타 라멘과 비교가 안 될 만큼 맛있었다. 나중에 한 번 더 먹고 싶었다. 그렇게 하루를 마무리했다.



셋째 날
오후 5시 30분 비행기로 돌아가니 3시까지는 놀 수 있다. 어제 산 달걀샌드위치와 우유를 먹고 짐을 정리했다. 아침 10시에 체크아웃하고 나오면서 짐을 호텔에 맡겼다. 텐몬칸으로 걸어가서 장어집 우나기노스에요시로 갔다. 여기서 장어 덮밥 小를 시켰다. 장어 양이 많지 않았지만, 맛은 있었다. 벽의 메뉴를 보니 간 꼬치가 있었다. 점원 아주머니에게 저 간이 장어 간이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해서 주문했다. 한 꼬치인데 350엔. 맛있었다.



근처에 먹으려고 생각했던 톤토로 라멘 가게가 있어서 또 들어갔다. 배가 좀 부른 상태라 달걀이 빠진 기본 라멘과 생맥주를 시켰다. 맛은 있었지만, 어제 먹은 가류후 라멘 쪽이 더 맛났다.
시간이 많이 남아서 다이소를 잠깐 구경한 뒤, 레트로 게임이 있다는 미디어랜드북박스라는 게임 가게로 걸어갔다. 한 25분 정도 걸렸다. 밥 먹은 직후라 운동 겸으로 좋았다.


도착할 즈음 비가 오기 시작했다. 모자 달린 옷을 입어서 다행이었다. 안타깝게도 가게 안에 레트로 게임은 많지 않았다. 조그마한 진열장 하나가 다였다. 황변이 온 중고 슈퍼패미컴 세트를 3800엔 정도에 팔고 있었는데, 살 마음은 들지 않았다. 대충 둘러보고 나와서 어딜 갈지 생각하다 구글지도로 검색해보니 1.7km 떨어진 위치에 북오프가 있어서 거기로 걸어갔다.


첫날 간 북오프와는 다른 지점이었다. 1층밖에 없었지만 넓어서 볼 건 있었다. 레트로 게임 관련 물품은 그리 많진 않았지만, 호리 플스3용 조이스틱 2종을 2900엔 정도로 팔고 있어서 살지 고민했다. 하지만 들고 가기엔 좀 커서 포기했다. 중고 책으로 눈을 돌렸다.


쭉 보다가 뱃살 빼는 법에 관한 만화, 두꺼운 유럽 동화책, 독서의 힘에 관한 책, 도쿄 올림픽 일본 축구 사령탑에 오른 모리야스 하지메의 책을 샀다. 슈퍼패미컴 쿠소 게임, 게임보이 쿠소 게임, 패미컴 카미 게임 책은 골라놨다가 마지막에 사지 않았다. 게임보이 쿠소 게임 책은 사야 했다고 조금 후회하긴 했다.
근처에서 노면전차를 타고 8 정거장을 거쳐 텐몬칸으로 돌아왔다. 아틀리에 호텔에서 짐을 찾았는데, 직원이 내가 잠바를 방에 놔두고 안 가져갔다며 건네주었다. 아차. 이 호텔은 쏙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인상이 조금 좋아졌다. 생각해보니 만화책 대여 서비스도 있다. 어제 전영소녀를 가져가서 좀 봤지.



가고시마 공항 가는 리무진 버스를 어디서 타는지 잘 몰랐는데, 아까 노면전차에서 내릴 때 발견했다. 텐몬칸 타카부라 백화점 맞은편이다. 마침 버스가 딱 와 있었다. 매표소에서 티켓 산 뒤 올라탔다. 텐몬칸에서 탄 건 잘한 일이었다. 가고시마 중앙역에서 사람이 많이 탔다. 텐몬칸이 아닌 중앙역에서 탔다면 좌석 수가 아슬아슬했다.
공항 카운터에서 티켓을 받은 뒤 시간이 남아서 국내선 터미널로 갔다. 국제선보다는 먹을 곳이 많았다. 하지만 대부분 비쌌다. 길게 고민하다가 멘츠까스 카레 파는 곳으로 들어갔다. 손님은 나 혼자밖에 없었다. 멘츠까스 세트와 생맥주 대자를 시켰다. 멘츠까스가 나온 걸 보고 내가 메뉴를 잘못 시킨 걸 알았다. 내가 원한 건 멘츠까스카레였는데, 카레 빠진 걸 시켰다. 멘츠까스는 느끼했지만, 그럭저럭 먹을만했다. 생맥주엔 놀랍게도 날파리 같은 작은 벌레가 떨어져 있었다. 크림 위라 쓱 걷어내고 마셨는데, 거의 다 마실 때 또 하나 들어 있어서 경악했다. 피곤해서 뭐라고 안 하고 그냥 나왔는데, 항의할 걸 그랬다. 이 식당이 가고시마의 마지막 인상이었는데, 좋지 않았다.
이번 가고시마 여행은 잘못된 선택도 있었지만, 화창한 날 사쿠라지마 간 것, 가류후 라멘이 즐거운 기억으로 남았다. 혼자 여행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