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1-13

니어 게슈탈트, 엔딩 보다


가장 하고 싶었던 RPG의 끝을 드디어 봤다. 이미 스포일러를 다 본 상태에서 구입했는데도 재미있었다. 음악은 대단히 훌륭했고, 마물의 징그러움도 잘 표현해냈다. 우울로 치닫는 분위기가 딱 내 취향을 저격했다.


처음부터 세이브 데이터를 만져서 돈 최대와 레벨 99로 시작했는데도 네 가지 엔딩을 다 보는 데 30시간이 넘게 걸렸다. 2회차는 마물의 이야기가 들리는 등 새로운 요소가 많아서 그리 지루하지 않았는데, 3회차는 2회차와 바뀐 부분이 엔딩밖에 없어서 좀 아쉬웠다. 2회차 B엔딩이 가장 마음에 들고 3회차에 볼 수 있는 엔딩 C, D는 기대했지만, 내용이 그리 길지 않아서 보너스 같은 느낌이다.


니어의 세상이 그렇게 된 까닭을 게임 본편만 해서 다 알기는 쉽지 않다. 조각조각 보이는 단서들을 조합해야 간신히 추측할 정도인데, 위키 등에 정리된 세계관을 봐야 이해가 쉽다. 레플리칸트, 게슈탈트 같은 단어들도 난해하다. 나는 게임 본편에서 모든 걸 다 설명할 줄 알았는데, 그리 친절하지 않다.

설정 자체가 무척 충격적이어서 스포일러를 모르고 했다면 크게 놀랐을 것 같다. 에피소드들도 밝은 쪽보다는 끝이 우울한 경우가 많아서 드래곤 퀘스트 같은 왕도 RPG와는 전혀 다르다. 아이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어른용 RPG라고 해야 하나. 현실보다 가혹한 세계를 보여준다.


인상적인 인물은 여주인공 카이네. 내가 해본 RPG의 여성 등장인물 중 가장 야한 옷차림인 것 같다. 입은 듯 안 입은 듯... 그런 얼굴과 옷차림에 입은 대단히 험하다. Fuck이 난무한다.


일본식 RPG를 좋아하긴 하지만, 되풀이되는 커맨드식 전투는 무척 싫어하는데, 니어는 전투가 액션이라 시원시원하고 지루함이 덜했다. 다만, 카이네편과 신화의 마을편은 완전히 사운드노벨로 진행되어서 생뚱맞은 느낌이 들었다. 아무리 그래도 카이네편은 그렇게 처리하지 말았으면 했다. 어린 시절 모습도 볼 수 있고, 몸이 침식당하는, 중요한 장면이었기 때문이다.

올해 두 번째 엔딩을 본 게임인데 2016년말이 되면 올해 내가 한 최고의 RPG에 들어가지 않을까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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