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2-03

PSP판 하늘의 궤적 FC

게임이 발매되자마자 바로 하는 경우는 난 거의 없다. 대부분 나온 지 꽤 된 다음 잡게 된다. <하늘의 궤적 FC>도 그렇다. 2004년에 윈도우판으로 처음 나왔던 이 게임을 11년이 지나서야 해본다. 같은 세계관으로 꽤 많은 파생 작품이 나왔으니 어느 정도 믿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닐까 생각했다.
지금은 PS VITA용 한글판도 나와 있지만, VITA가 없는 관계로 전에 나온 PSP판을 PPSSPP 에뮬로 돌렸다.
팔콤의 게임은 영웅전설과 YS 시리즈 등 몇몇 작품을 해봤는데, 딱히 기억에 남는 게임은 없었다. 시스템이나 그래픽 등 완성도는 인정하지만, 스토리가 뭐랄까 내 취향이 아니었다. 잘 만든 게임이지만, 임펙트는 없었다고 할까. 어렸을 때 일찍 만났으면 평가를 달리 했을 수도 있으나 내겐 그저 그런 게임이었다.
그래도 <하늘의 궤적> 시리즈는 인터넷에 명작이란 평이 많으니 기대하고 했다.
아쉽게도 <하늘의 궤적 FC>도 그리 재미나게 하지는 못했다. 굳이 손대지 않아도 되는 부분까지 구석구석 세세하게 만든 그래픽, 편한 시스템, 수준 있는 음악 등은 인정하지만, 스토리에 굴곡이 덜하다고 할까. 예측 가능한 전개이고 어둡거나 반전 있는 스토리를 좋아하는 나로선 밝기만 한 분위기가 그리 마음에 들진 않았다. 다만 일본RPG에서 흔히 나오는, 신이나 마왕이 안 나오는 점은 신선했다. 나라 대 나라, 인간 대 인간의 이야기다. FC에선 주인공들이 쿠데타를 막는다.
각 등장인물들엔 그렇게 행동할만한 동기가 각각 있다. 그걸 세밀하게 잘 만든 느낌? 그러나 등장인물들에 어떤 매력을 느끼진 못했다. 일본 애니에서 흔히 보는 스타일이 많아서 그랬을 수도 있다.
1장을 해보니 이건 내 취향이 아니라는 걸 느꼈고, 중도에 그만두고 싶었지만, 혹시나 하고 꾸역꾸역 계속했다. 재미없더라도 끝까지 해보고 평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건 전혀 다르니까.
지루했지만, 참고 엔딩까지 봤다. 복잡한 미로도 없고 전투도 피해갈 수 있어서 진행 자체는 빠르지만, 대사량이 많아서 서브 퀘스트 생략해도 플레이 시간은 20시간이 넘어갔다.
재미났으면 후속 시리즈도 다 해볼 의욕이 났을 텐데, 이 시리즈는 FC로 끝내고 싶다. 엔딩이 미완(배드엔딩?)으로 끝나서 SC로 이어지지만, 딱히 궁금하지 않다. 어차피 둘이 잘 만나 잘 사는 해피엔딩이겠지. 주인공인 에스텔과 요슈아와 비슷한 나이때 이 게임을 했다면 느낌이 전혀 다를 수도 있겠다. 어른이 된 나에겐 진부하고 약한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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