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1-23

나이트건담 이야기3 전설의 기사단

1992년 10월 23일 반다이 발매
어렸을 때는 건담 프라모델(Plastic Model)를 굉장히 좋아했는데, 그 중에서도 일반 건담을 기사나 사무라이 형태로 귀엽게 디자인한 SD건담을 아주 좋아했다.


당시 아카데미과학에서 나온 SD건담 프라모델의 한 종류가 500원 정도였는데, 일본 타미야에서 나온 정품은 종류도 엄청났고, 가격도 한 개에 4000원이나 했다. 그런 가격에도 결국 타미야 정품을 샀는데, 동네 형한테 비싼 거 샀다고 '너 같은 애 땜에 우리나라가 발전이 안돼'라는 핀잔을 듣기도 했다. -_-;

어쨌든 그렇게 좋아했던 SD건담의 기사 건담 캐릭터가 총출동하는 게임이 바로 반다이사의 나이트건담 시리즈였다.


당시 나는 등장인물도 많고, 스토리가 있는 RPG에 강하게 끌리고 있었지만, 일본어의 압박으로 쉽사리 도전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고맙게도 그 당시 전성기를 구가하던 게임잡지 '게임챔프'에서 별책부록으로 나이트건담이야기3 공략집을 내주었고, 나는 용산으로 가서 팩을 교환해왔다. (당시 용산의 게임전문점에서는 교환비4~5000원 + 팩의 시세차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롬팩끼리 교환이 가능했다)


이 공략집은 비교적 자세해서 일본어를 몰라도 따라하기만 하면 진행하는 데 문제가 없었다.

이 게임이 나왔던 시절에는 이미 슈퍼패미콤이 자리잡고 있었고, 나이트건담 시리즈 역시 슈퍼패미콤에도 존재했다. 하지만 3편까지 이어온 패미콤판 나이트건담 쪽이 완성도면에서 더 나은 작품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게임 안에서 카드더스라는 카드를 모으면 컴퓨터와 카드게임을 할 수도 있었는데, 흥미로웠지만 막상 해보니 썰렁해서 싫증내던 기억이 난다.

게임 시스템은 드래곤퀘스트와 흡사했지만, 명성치나 필살기 같은 나름대로 신선한 요소를 가미했다. 명성치는 전투에서 지거나 도망가면 떨어지는데, 이것이 낮으면 새로운 캐릭터가 우리 편에 들어오려 하지도 않고, 숙박비 등도 비싸진다. 따라서 명성치를 떨어뜨리 않기 위한 보험도 존재하는 등, 새로운 요소도 있었다.

또한 시간의 흐름이 있어서 낮과 밤의 몬스터가 각각 다르고, 마을사람들의 대사가 바뀌는 점도 게임의 완성도를 돋보이게 했다.


캐릭터는 마크2, F90, F91, 건탱크, 백식, 짐, 자크 등을 판타지 기사풍으로 디자인했는데, 백식 캐릭터 이름이 '백금(白金-프라치나)'이었던 것이 재미있었다.

중간에 FF6처럼 파티를 둘로 나눠서 스토리를 따로 진행했던 것도 좋았고, 전에 클리어했던 성에 다시 가보니 새로운 이벤트가 발생하는 등 쏠쏠한 재미도 있었다.

마지막 보스는 필살기를 잔뜩 먹여서 간신히 깼다. 그러나 엔딩은 기대했던 것만큼 길거나 멋진 화면이 나오지 않아서 실망.

스토리가 전체적으로 진부해서 걸작의 반열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그래픽이 패미콤 수준에서는 꽤 좋은 편이었고, 나로서는 난생 처음 엔딩을 본 RPG게임이었기 때문에 기억에 남는 게임이다.

이 게임은 나에게 일본식RPG가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 알게 해주었고, 어렵게만 보였던 RPG에 자신감을 주었던 계기가 되었다.

댓글 2개:

  1. 오오~ 전 2편을 잠깐 해봤는데 당시 게임월드의 공략이 나오다가 말아서 포기했던 게임입니다. 그때는 일어를 전혀 모르던 시절이라.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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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편을 해보셨군요. ^^ 2편은 저도 일본어를 몰라서 카드게임만 하다 교환했던 기억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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