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5-05

SD건담 가챠퐁 전사 시리즈

SD건담 가챠퐁 전사2 캡슐 전기 (1989년 패미컴)

이 게임을 제일 처음 본 것은 마이컴 1990년 5월호의 MSX2용 게임소개란에서였다. 당시 프라모델로 건담에 익숙했고, 상당히 좋아했기 때문에, 건담의 모빌슈츠들이 총출동하는 이 게임의 액션신은 날 흥분시켰고, SD(슈퍼데포르메 - 大변형) 형태로 짜리몽땅해진 건담캐릭터가 매우 귀여웠다. 하지만 MSX2가 없어서 그림의 떡.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후, 패미컴에도 이 게임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고, 게임 가게에서 이 게임의 정품팩을 보게 되었는데, 다른 팩을 두 개 살 수 있을 정도로 비싼데다가 전략 게임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선뜻 지를 수는 없었다.


아무리 전투가 액션이었다고 해도, 기본적으로는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이었기 때문에 쏘고 때리고 부수는 게임만 하고 있었던 나한테는 어려워 보였던 것이다. 설정 화면부터 일본어도 보였으니 더. 어린 마음에 거의 1년치에 가까운 용돈으로 저 팩을 사서 제대로 즐기지 못한다면, 돈이 또 모일 때까지 몇 달 동안 다른 게임을 살 수 없다는 두려움에 무척 아쉬워하며 포기했다.

나중에 슈퍼대전략, 헤어초크 츠바이, 삼국지 등으로 전략 게임에 익숙해진 뒤에 뒤늦게 이 게임을 찾아나섰지만,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였다.


SD건담 가챠퐁 전사3 영웅전기 (1990년 패미컴)

용산에서 복제팩으로 샀던 가챠퐁 전사3는 SD건담 캐릭터에 열광했던 나의 기대를 어느 정도는 충족시켜주었다. 나이트 건담, 우주세기 건담, 무사 건담의 세 가지 시나리오를 고를 수 있었고, 슈퍼대전략과 거의 비슷한 시스템이었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플레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전투가 2편처럼 액션이 아니라 사실상 컴퓨터에게 맡기는 RPG식 턴제 전투라서 지루한 맛이 있었다. 또한 시나리오도 한판한판 깨나가는 캠페인 방식이 아니라 그냥 한판 깨고 끝나는 점이 허무하게 느껴졌다. 그러니 이렇다 할 엔딩 화면 같은 건 없었다.


이 게임은 후에 SD건담G제네레이션 시리즈의 기틀이 된다.


SD건담X 슈퍼 가챠퐁 전사 (1992년 슈퍼패미컴)

2편의 액션 전투를 그대로 이어받은 슈퍼패미콤판 가챠퐁 전사. 패미콤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그래픽이 파워업되었고, 사이코건담 같은 거대 모빌슈츠도 나와서 박력이 넘쳤다.

시스템도 대폭 파워업되어 모빌슈츠 다수가 참여하는 액션 전투도 가능해지고 레벨업 개념이 있는 등 전략성도 향상되었다.


한동안 재미있게 즐겼으나 컴퓨터의 인공지능이 바보라서 너무 쉬운 점이 단점이었다. 사람과 대전하면 좀 나았는데, 턴제 시뮬레이션의 특성상 상대를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는 것이 서로를 지루하게 만들었다. 후속작 GX는 전작의 시스템에서 나왔던 단점을 어느 정도 해소했다. 시스템 면에서는 뒤이어 나왔던 NEXT보다 더 낫다는 평가였다. 하지만 쉬운 난이도는 여전해서 금방 싫증이 났다. 저연령층을 겨냥한 느낌이었다.
이 게임은 특수한 칩을 썼기 때문에 에뮬레이터로 구현되는 데 세월이 좀 걸렸다.


SD건담 가챠퐁 전사4 뉴타입 스토리 (1991년 패미컴)

슈패판 SD건담의 액션배틀에 싫증을 느낄 무렵, 다시 패미콤으로 돌아가서 4편을 플레이했다. 이 게임은 3편처럼 액션배틀이 없는 완벽한 시뮬레이션게임이었는데, 초창기 건담부터 뉴건담 스토리까지 시간순으로 플레이할 수 있는 캠페인 모드가 있는 점이 매우 매력적이었다. 다만 0080 건담 스토리는 캠페인 모드에 없고 따로 한 판만 플레이하게 되어 있었다.


총 캐릭터수 230종, 캠페인 시나리오 35편, 외전 시나리오 30편으로 패미컴 전략게임치고는 상당히 방대하고, 건담팬에게는 감동의 대작이라고 말하고 싶다. 아니 패미컴 최고의 턴제 시뮬레이션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SD건담 가챠퐁 전사5 배틀 오브 유니버셜 센츄리 (1992년 패미컴)

용산 게임 가게에서 우연히 첫 화면을 보고, 메가드라이브 게임이 아니냐고 착각했을 정도로 패미컴치고는 괜찮은 그래픽을 보여주었다. 아마도 패미컴 말기에 나온 작품이라 그런 것 같다. 즉시 복제팩을 집으로 들고 왔는데, 매뉴얼도 공략도 없었고, 전작과 전혀 다른 시스템이었기 때문에 상당히 헤매면서 했던 걸로 기억한다.


5편의 시스템은 함대를 편성해서 상대국과 전쟁을 하는 방식으로 삼국지처럼 대규모 전략 게임이 되었는데, 이 시스템이 훗날 <기렌의 야망>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이 게임에서 가장 기대했던 모빌슈츠끼리 1대1전투가 너무나 실망스러웠다. 세대가 다른 모빌슈츠끼리 시대를 초월해서 맞붙을 수 있는 점은 대단히 흥미로웠지만, 전투 화면과 주고받는 데미지가 따로 노는 것이 아주 마음에 들지 않았다.

여기서 실망했기 때문에 게임이 전체적으로 싫어지는 요인이 되었다. 밸런스면에서도 실패한 게임이 아닌가 싶다. 나중에 게임챔프에서 공략을 해줬는데, 이미 팩은 떠나보내서 아웃오브안중.


훗날 게임큐브와 Wii로 가챠퐁 워즈가 나왔을 때 반가웠지만, 뭔가 디자인이 동글동글 저연령층 겨냥이라서 내 마음엔 안 들었다.

그나마 원더스완으로 나온 SD건담 가샤퐁 전기 에피소드 1는 흑백이었지만, 초기작의 느낌을 잘 살렸다고 본다.

댓글 3개:

  1. 글 잘 읽고 갑니다. 저도 제 싸이나 다른 카페에
    이 게임에 대한 글을 쓸정도로 정말 애정 깊은
    게임이였습니다. ^^ 저랑 소감도 매우 흡사하네요..5탄이 2탄처럼 초반1:1전투에서 자기가 조작하는걸 합쳐놨으면 더욱 좋았을텐데.. 수패판두 저두 했었어요 파일럿도 안나오고 캡슐전기처럼1,2,3,Ace라 매우 실망했죠.. ㅠㅠ
    역시 완성도나 몰입도는 4편이최고였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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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가챠폰의추억07. 3. 12. 오전 2:42

    아.. 저도 초등학교때 가챠폰전사4 정말로 재밌게 했어요ㅎㅎ
    제가 건담이라는걸 처음으로 좋아하게 해준 게임.. 덕분에 패미콤으로 나이트건담이야기3도 재미를 느꼈고 슈퍼로봇대전시리즈물도 좋아하게 돼었죠.. 하지만 아직도 건담관련애니메이션은 제대로 보질못했습니다 게임만 좋아할뿐..^^;
    4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방대한 시나리오 외에도 적군진영을 플레이할 수 있다는 점이었는데요(기사시리즈는 지원안함) 역시 빨간색플레이어를 가장 좋아했던 기억이..
    역시 4가 대작은 대작이었나 봅니다^^; 오랜만에 잠시 추억에 잠기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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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안녕하세요^^ 지네너레이션 신작 소식을 읽다가 이미지 검색중 찾아왓습니다. 4편을 아주 재미있게 즐겼고 큐브판도 오랬동안 즐겼었습니다. 이미지 한 장 사용했습니다...트랙백 보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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