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12-30

2003년 일본 출장기

일본 첫째 날
2003년 12월. 아침에 짐 챙기고 목욕하고 나니 9시 40분. 허겁지겁 리무진버스 타는 곳까지 걸어가서 인천공항에 1시간 반 걸려 도착했다.

일본에는 전에 두 번 간 적이 있었는데 공항수속절차 등을 잘 모르고 가서 체크인도 안 하고 멍 하니 비행기만 기다리고 있던 적도 있었다. 이번에는 의지할 사람도 없이 혼자 가기 때문에 버스 안에서 여행관련 책을 보고 출국입국절차를 머릿속에 넣어두었다.
체크인 하고 햄버거로 점심 때운 다음 탑승구 앞으로 가서 회사에 출발한다고 전화하고 비행기에 올라탔다. 체크인을 일찍 한 덕택에 창가 쪽을 앉아서 비행기가 날아오르는 순간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내 옆에는 어떤 일본인 할아버지가 앉아있었는데 옆에는 전혀 눈길도 안주고 신문과 잡지를 들여다 보고 있었다. 비행기를 많이 타 본 듯 행동에 여유가 있었다.
바깥 경치을 보는 것도 싫증날 무렵 나리타 공항에 도착했다. 입국수속에는 대부분 한국인과 중국인이었고 어쩌다 서양사람이 섞여있었다. 중국사람은 여럿이서 몰려다니며 떠들썩했다. 뒤에서 한국 아저씨가 중국인이 대륙기질이 있어서 그런지 시끄럽다고 했다.
공항에는 있는 사람들은 모두 반짝반짝 하다. 모두 차림새에 신경을 쓴데다가 유복한 사람들이 많이 드나드는 곳이라 그런 것 같다.
20분 정도 줄 서서 수속을 끝낸 뒤 지하로 내려가서 승차권(우에노까지 천엔)을 사고 게이세이선 특급에 몸을 실었다. 특급은 역에 띄엄띄엄 서기 때문에 도심지에 빨리 도착할 줄 알았는데 수원에서 서울 가는 만큼 시간이 걸렸다.
지하철 안에 있는 사람들을 찬찬히 살펴 보았다. 예전에 왔을 때보다 예쁘장하고 옷도 잘 입은 여성이 많았다. 하지만 중고등학생은 한국이나 일본이나 시끄럽긴 마찬가지였다. -_-
하여튼 한 시간 가량 걸려서 닙포리에 도착한 뒤 야마노테선으로 갈아타고 오카치마치에서 내렸다. 닙포리는 출구가 한 군데이고 복잡하지 않아 갈아타기 편했다..
역 화장실에 가봤는데 남자화장실 소변기가 밖에서 보이지 않도록 칸막이를 세워 놓았다. 일본인다운 배려다. 우리나라 화장실도 가끔 각도에 따라 밖에서 보이는 경우가 있는데 일 보는데 신경 쓰인다.
야마노테 선으로 오카치마치 역에 도착해서 호텔로 향했다. 하지만 약도가 부실해서 서쪽으로 걸어가야 하는데 북쪽으로 갔다가 우에노 역까지 가고 말았다..-_-
길을 다시 거슬러 가서 서쪽으로 갔지만 약도의  맥도날드 위치가 달라서 헤맸다.그래서 마음 좋게 생긴 할아버지하고 샐러리맨 풍의 젊은 남자한테 물어서 간신히 호텔 앞으로 도착했다.
호텔 옆에 유시마 텐진이라는 신사가 있었는데 유시마 신사라고 말했더니 일본 사람이 어딜 말하는 지 헷갈려 했다. 처음부터 약도에 유시마 텐진이라고 적혀 있었으면 덜 헷갈렸을 것이다.

유시마 텐진
호텔 카운터에는 한국 여직원이 있었는데 전에 오시지 않으셨어요? 했다. 아마도 첫인상을 좋게 하려고 하는 말일테지.. 난 웃으며 없다고 한 다음 11층 방으로 갔다.

호텔 방에서 찍은 PDA와 키보드 사진, 이 글도 이걸로 썼다.

시간을 보니 벌써 6시 반이었다. 몸은 피곤했지만 이곳 거리의 밤 풍경을 보고 싶어서 밖으로 나갔다.
키를 맡기고 인터넷 메일 좀 확인하려고 호텔 컴퓨터를 썼는데 뒤에서 어떤 사람이 와서 보다 들어갔다. 잠깐 있다가 한국 여직원이 와서 이 컴퓨터는 호텔직원용이니 옆에 있는 거 쓰라고 했다. 그러고 보니 옆에 직원용이라고 써있었군. 근데 그 컴은 일본어에 문제가 있는지 일본어메일 확인에 실패했다. 그 한국인 직원한테 저 컴 일본어 깨진다고 했더니 그래서 직원용 컴 썼냐고 되물었다. 컴이 이상하면 고쳐줄 생각을 해야 하는데 갑자기 기분이 나빠졌다.
하여튼 밥 먹으려고 눈에 띄는 곳에 들어갔는데 주문메뉴에 요리만 있고 식사가 없었다. 물까지 받아먹었는데 그냥 나가기도 뭐해서 그나마 양이 많아 보이는 고기 요리 시켰다. 직원이 그게 다냐고 해서 다라고 했다. 시키고 나서 메뉴판을 넘겨보니 앞페이지에 정식이 있었다. 이런 못 봤구나. -_-그냥 먹고 나중에 다른 걸로 보충해야지 하고 먹고 나왔다.


길을 거닐다 요도바시 카메라 우에노 점에 들어가 보았다. 전자제품 가격들이 기대만큼 싸지 않았다.다른 층으로 가서 부탁 받은 샤프 전자 사전을 구경했는데 옆에서 직원이 뭐 찾냐고 말 걸었다... 살 생각은 없는데 그냥 내버려두지.. 그냥 예의상 기능에 대해서 몇 가지 질문해주고 시간을 확인하니 9시.. 이 가게 영업시간도 끝났고 해서 호텔로 돌아가기로 했다.가는 도중에 편의점에 들려서 일본식 도시락과 음료수 구입했다. 근데 시간이 늦었는지 건물 네온사인들이 하나 둘 꺼지고 있었다. 난 건물 간판으로 길을 기억하고 있었는데 꺼져버리니 길을 알 수 없게 되고 말았다.덕분에 40분 정도 헤매다가 경찰서 할아버지한테 물어봐서 겨우 도착했다. 피곤피곤. -_-;내일은 기타지마 선생한테 전화하고 서점에 가봐야지.

호텔방에서 먹은 도시락

일본 둘째 날
7시 지나서 일어나 샤워한 뒤 8시 20분 정도에 밥 먹으러 2층에 갔다.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간식 수준의 아침이었다. 셀프서비스고 빵 조각에 달걀 야채였다. 빵을 오븐에 구워서 식탁으로 가져갔는데 듣기 좋은 팝송과 밖이 훤히 내다보이는 카페 분위기가 어울려 꽤 느낌이 좋았다.아침을 먹으며 출근하는 사람들을 여유롭게 보고 있으니 기분이 좋아졌다.


아침 먹고 방으로 올라와서 오늘 가야 할 곳을 체크해봤다. 우선은 본업에 충실하기로 하고 일본에서 제일 큰 서점인 기노쿠니야에 갈 준비를 했다.
기타지마 선생님한테도 전화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전화를 했는데 사용하지 않는 번호라는 음성이 들려왔다.아래층에 내려가서 주인장 할머니한테 이게 잘못된 번호냐고 물어보았다. 할머니는 고맙게도 여직원 시켜서 맞는 번호임을 확인해주었다. 호텔방에서 전화를 걸 때는 0번을 먼저 눌러야 한다고 한다. 밖에 나가서 또 전화를 했는데 부재 중이었다. 나중에 걸기로 하고 디지털카메라 액정 보호지를 사기 위해 요도바시 카메라에 갔다. 직원한테 물어서 맞는 사이즈를 골라냈다. 카메라는 조그마한 케이스에 넣고 다녔는데 찍을 때마다 넣다 뺐다 하면 신속성이 떨어져서, 액정보호지를 붙이고 주머니 속에 넣고 다니기로 했다. 2층에 올라가서 실장님이 부탁한 전자사전 가격을 적고 전시된 컴퓨터로 기타지마 선생님한테 메일을 보냈다.

그 다음 우에노히로고지 역에 갔다. 여기서 긴자선을 타고 긴자 역에서 마루노우치선으로 갈아탔다. 신주쿠에 도착한 뒤 지나가는 할아버지와 지하철 직원한테 물어서 기노쿠니야로 향했다.


기노쿠니야로 가기 전에 고롯케 카레를 먹고 점심을 해결했다. 기노쿠니야에서 한참 동안 구경했는데 발바닥이 아파왔다. 일단 지인에게 부탁받은 중일사전 두 권을 사고, 찾지 못한 책은 나중에 사기로 했다. 기노쿠니야 맞은편에서는 만화책과 DVD 등을 파는 전문 서점이 있었는데 만화왕국답게 수많은 종류의 만화책이 비치되어 있었다.
자동판매기에서 음료수 하나 빼먹고 주변 상가를 구경한 뒤 다시 호텔로 향했다. 벌써 시간이 4시... 다리가 피곤해서 좀 누워서 시간을 보낸 다음, 기타지마 선생님한테 전화했다.할머니라고 들었는데 목소리는 전혀 그런 느낌이 아니라 매우 쾌활하고 에너지가 넘쳤다. 내일 약속 시간과 장소를 잡은 뒤 내 인상착의를 알려달라고 하길래 키 180에 머리카락 숱이 좀 없다고 했더니 에? 깔깔깔깔깔깔 하고 웃었다. 어떤 사람인지 무척 기대된다.
6시 정도까지 방에 있다가 다시 나갔다. 덮밥 집에서 토로로 세트를 주문했다. 주인이 선택메뉴를 물었는데 전혀 모르는 요리 이름이라 그냥 적당히 찍어서 그거 주세요 했다.

토로로 세트

그 선택메뉴는 무슨 액체(?)였는데 덮밥에다 뿌려 먹는 건지 뭔지 알 수가 없어서 그냥 낼름 후루룩 먹어버렸다. 딸려 나온 된장국은 먹을만했다. 근데 역시 양이 적다. 나중에 라면이라도 먹어야겠다.
돌아오는 길에 어떤 여자가 엽서를 주면서 위층으로 올라가보라고 했는데 그냥 가려고 하다가 여자가 자꾸 웃으며 손짓하길래 못이기는 척 올라가주었다.
위로 올라가니까 여자 화가가 어떤 사람하고 그림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작업하느냐고 불을 꺼서 걸려있는 그림을 볼 수 없었다. 그냥 내려와서 다음에 오겠다고 하고 갔다. 여자는 웃으면서 또 오라고 했다. 사진이나 찍어둘걸.. 오다가 라면 하나 해치우고 호텔로 약간 헤매다 돌아왔다. 내일은 선생님을 만난다.



일본 셋째 날

오늘은 기타지마 선생님과 만나는 날이라 8시에 목욕을 끝내고 밥 먹고 9시 지나서 역으로 향했다. 오카치마치 역에서 타면 한 번만 갈아타면 되지만 거기까지 걸어가기가 귀찮아서 더 가까운 히로고지 역에서 긴자선을 타고 긴자에 내려서 마루노우치 선으로 갈아 탄 다음 이케부쿠로에서 일단 내렸다.

이케부쿠로

이케부쿠로에 내린 김에 주위를 돌아다니며 구경했다. 역시 사람이 많고 도심다운 세련된 분위기였다.둘러본 다음 역으로 돌아가서 세이부이케부쿠로선을 타고 히바리가오카에서 내렸다.

히바리가오카 역 주변

이곳은 역 주위에 큰 건물 몇 개가 있었지만 그 외에는 앞서 들렀던 곳들보다 한산한 마을이었다. 시간이 아직 한 시간 이상 남아있어서 역 앞에 있는 서점에서 책들을 둘러보았다. 누구에게나 사랑 받는 일본어라는 책이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나서 약속장소인 미츠이 스미모토 은행을 확인하고 근처의 헌책방에서 20분 정도 시간을 보냈다.
다시 은행 앞으로 와서 5분 동안 기다렸는데 바람이 불어 매우 추웠다. 조금 지나자 어떤 젊은 남자가 '욘상데스까?' 했다. 그 남자를 따라가서 티코보다 약간 큰 차를 타고 선생님 집으로 갔다. 남자는 기타지마 선생님의 아들이었다. 나이가 서른이라고 하는데 나이에 비해 젊어 보였다. 한국에는 중학교 때 가봤다고 하는데 요리가 맛있었다고 한다.
차를 타고 가면서 역 주변을 벗어나니 시골스러운 정경이 보였다.기타지마 선생님 집은 소박해보이는 건물이었다. 안에 들어가니 기타지마 선생님이 맞이해주었다.
선생님은 한창 요리를 준비하고 있었다며 일본식 방으로 안내했다.방안에 선생님 친구와 어떤 나이든 남자분이 있었는데 처음에 남편인줄 알았더니 남편 친구라 한다. 나중에 알았지만 선생님은 자기가 요리 준비하고 있으면 내가 혼자서 말동무 없이 있어야 하니까 다른 사람을 부른 것이라고 했다. 면세점에서 사온 김치를 선물로 드렸다. 마침 선생님 친구가 김치를 만들어보았다며 먹어보고 참고하겠다고 했다.
남편친구인 남자분은 내 나이를 듣더니 스물 다섯 살짜리 아들이 있다며 젊다고 했다. 이 분은 신문사의 편집장이었는데 한국에도 몇 번 가봐서 한국 정세에 꽤 밝고 박식했다. 굉장히 친절하게 대해주셔서 비교적 편하게 있을 수 있었다.

남자분은 이승엽에 관해서도 묻는 등 한국에 관해 여러 가지를 알고 있었다. 또 한국인은 중국은 어떻고 일본은 어떻고 하면서 다른 나라를 항상 주시하고 있는 넓은 시야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반면 중국인은 너무 자기 우월주의에만 빠져있다고 지적했다.수년 안으로 아시아 각국의 위치가 크게 바뀔지도 모른다고 예언(?)하기도 했다.하여튼 화제도 풍부하고 분위기도 잘 맞추는 분이라 얘깃거리가 끊길 일이 없었다.
일본 술도 받아 마셨는데 그다지 세지 않고 단백해서 느낌이 좋았다. 그리고는 맥주를 마셨다.
선생님의 요리는 스키야키 샤부샤부 초밥 두부와 파스타의 조합 등 모두 다 맛있었다. 이걸 여기서 돈 주고 사 먹는 다면 상당한 금액이 나올 것이다.
선생님은 손녀한테 푹 빠져있었다. 한시도 아기한테 눈을 떼지 않고 귀여워했다. 선생님은 여자애인데 전혀 여자애 같지 않아서 리본을 달아주었다고 했다. 아이는 좀 살이 찐 편이었다. 나중에 다이어트로 고생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지나자 아들과 여자분은 먼저 일이 있어서 먼저 자리를 떴다. 그리고 좀 지나자 선생님 남편 분이 귀가했다. 선생님 남편은 큰 체격에 머리가 짧았으며 환한 웃음을 가지고 있었다. 얘기는 오래 못했지만 좋은 사람 같았다. 남자분과 마찬가지로 신문사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둘은 가까운 친구 사이였다.

선생님은 책 몇 권을 주면서 읽으라고 했다. 인텔사 사장이 쓴 책이 꽤 좋았다고 했다. 그리고 티셔츠와 그리스에서 산 술을 선물로 받았다.
얘기를 끝내니 벌써 5시가 다 되었다.기념으로 사진을 찍은 다음 돌아간다고 하자 선생님이 자전거를 끌고 몸소 역까지 배웅해 주었다.역 앞에서 선생님과 헤어지고 나니 피곤이 밀려왔다. 지하철을 길게 타고 호텔로 돌아오니 벌써 날은 어두워지고 있었다.
원래는 선생님 댁에서 나온 다음 간다에 갈 생각이었는데 너무 늦어서 다음날로 미뤘다.피곤해서 침대에 누워서 시간을 보냈다.머리가 지끈거린다.


디자인이 재밌어서 마셔본 음료수

일본 넷째 날
8시 반 쯤에 호텔을 나와 간다로 갔다. 하지만 문 연 서점이 거의 없어서 일단 돌아다니면서 시간을 보냈다. 헌책방이 하나 둘씩 열기 시작한 것은 10시 반 정도였다.

간다(神田) 서점가

헌책방을 돌면서 쓸만한 책이 없나 둘러 본 뒤 덮밥 집에서 세트메뉴를 먹었는데 입맛에 맞지 않고 느끼했다.벌써 일본음식이 질리기 시작한다.
그 지역의 약간 큰 서점인 산세이도에 가서 차장님이 부탁한 책들을 점원한테 찾아달라고 했다. 여직원이 다른 층에 전화를 해서 알아봐 주었다. 하지만 네 권 중에 두 권밖에 살 수 없었다.

슈에이샤 건물

거리를 걷다가 화방 앞에서 알바하는 여자애가 연하장을 주길래 그냥 받고 지나 갔더니 치가이마스 하면서 화방으로 올라가라고 했다. 난 들어갈 수 없다고 연하장을 되돌려 주었지만 여자애는 받지 않고 계속 광고방송 해댔다.내가 들고 있는 책 포장지를 보면서 ‘‘산세이도에서 책을 사셨군요?’’ 했다. 간다에 온 사람들이 모두 책에만 관심 있어하고 그림에는 관심이 없는데 관심이 없어도 한 번 들어가 달라는 것이었다.그래서 한국 돌아가야 한다고 했더니 네?! 한국분이에요? 할 수 없네요. 연하장은 드릴게요. 했다. 일본의 아르바이트 모집 광고 - 우리나라 돈으로 한 시간에 만 원 정도 준다.


발바닥이 또 아파와서 일단 호텔로 돌아가기로 하고 오가와 역에서 전철로 유시마 역에 도착했다. 호텔에서 40분 정도 쉰 다음 아키하바라로 가려고 호텔을 나왔다.히로고지 역으로 가는 도중 호텔 한국 여직원이 인사 했다. 나도 안녕하세요 했다.지금 출근인 것 같았다. 아마 아르바이트겠지.

아키하바라

아키하바라 앞에 있는 서점에서 아까 못 샀던 책 두 권을 샀다.
아키아바라에서도 어떤 여자애가 말을 걸었다. 순하게 생긴 작은 애였는데 내가 그냥 지나치려 하자 게걸음으로 따라오면서 인터뷰하고 싶은데요. 여름에는 어디 옷을 입고 겨울에 어디 옷을 입는지 잠깐만 조사하고 싶다고 조심조심 말했다. 난 한국에서 와서 일본상표를 모른다고 했더니 여자애는 순순히 물러났다.
돌아다니면서 발바닥이 아픈 이유를 그제서야 깨달았다. 바로 신발 때문이다. 이 신발은 운동화가 아니라 밑창이 딱딱하고 굴곡이 없다. 게다가 밑창 바꾼 지가 얼마 되지 않아 전혀 부드럽지 않다. 이걸 이제서야 깨닫다니 너무 둔감했다. 첫날 느꼈으면 운동화라도 사서 다녔을 텐데 마지막 날이니 이젠 소용 없다.
아키하바라를 둘러보고 있으니 날은 어두워지고 사람은 점점 많아졌다. 아들에게 선물을 사주려는 엄마나 연인들이 대부분이었다

사람들을 보고 있으니 쓸쓸한 느낌이 잠시 스쳐지나 갔다.
아키하바라는 사람이 너무 많았고 우에노보다 가격도 그리 싸다고도 할 수 없었다. 우에노에도 있는 제품이라면 굳이 이렇게 복잡한 곳에 올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지하철 매표소에서도 사람이 넘쳐나서 10분이나 기다려서 표를 샀다.
오카치마치 역에서 내려서 라면 집에 들어갔는데 깜빡 하고 식권을 안 끊고 말로 주문했다. 사람들이 쳐다봤는데 창피했다. 식권을 끊으려고 보니 내가 원하는 메뉴를 눌러도 식권이 나오지 않았다. 직원한테 말했는데 돈을 100엔 덜 넣어서 안 나온 것이다. 더 창피했다.
창피함을 꾹꾹 누르고 라면을 허겁지겁 먹었다. 맛은 그저 그랬다.

일본 마지막 날 --> 한국 도착까지
밤에는 추웠다. 싼 맛에 골랐는데 그다지 추천은 못함.

8시반까지 짐 정리를 하고 9시 정도에 우에노 역으로 향했다.중간에 서점을 들를 생각이었는데 서점이 눈에 띄지 않았다.결국 우에노 공원 근처의 순경 할아버지한테 서점이 있는지 물어 보았다.

우에노 공원

내가 묻기 전에 여고생들이 와서 무언가 물어보고 있었는데, 여기 여고생들은 머리모양도 그렇고 옷차림도 그렇고 멋을 많이 낸다. 우리나라 여고생의 차림새가 순진하게 느껴질 정도다.
순경 할아버지가 우에노 역에 메이세이도라는 서점이 있다고 했는데 그래도 찾질 못했다. 광고지 나눠주는 여자애한테 물어봐도 모른단다. 결국 역 앞에서 한가해 보이는 아저씨한테 물어서 우에노 역 안의 메이세이도 서점을 찾아냈다.
여기서 11시까지 책을 구경하면서 서점의 검색기로 책을 찾아보기도 했다. 검색기는 가타카나만으로 입력하게끔 되어 있었는데 내가 검색한 책을 책장에 가서 찾아보니 없었다. 점원한테 물어보니 아마도 데이터가 잘못 들어간 것 같다고 하며 미안해 했다.
책을 몇 권 산 뒤 11시가 되자 게이세이선 우에노 역 쪽으로 서둘러 나갔다.
올 때와 마찬가지로 나리타 공항까지 게이세이선 특급을 이용하기로 했다. 기타지마 선생님도 나리타 공항 행으로는 이 노선이 제일 낫다고 했다.
1000엔 짜리 나리타 공항행 표를 사니 마침 11시 15분 출발의 게이세이선 특급이 대기하고 있었다.
출발할 때까지 아까 산 책을 훑어 본 뒤 서서히 잠이 들었다.
사쿠라 역 정도에서 잠이 깼는데 전철 안에는 공항으로 가려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인지 큰 짐을 가지고 탄 사람이 많았다.
내 앞에는 꽤 멋을 낸 여자가 앉아서 휴대폰으로 뭐라고 통화하고 있었는데 영어인지 중국어인지 잠이 덜 깨서 감이 잡히지 않았다.
왼쪽에는 한 눈에 봐도 일본여성이란 걸 알 수 있는 여자가 서 있었다. 일본 여성 특유의 화장이라고 해야 할지 한국여성과는 확실히 다르다.
전철 안의 여성이 다 그렇듯이 휴대폰으로 문자 메세지를 보내고 있었다.
지하철 밖의 날씨는 꽤 좋았다. 여행하기 딱 좋은 날씨다.
12시 반. 나리타 공항에 도착했다. 정확히 1시간 15분이 걸렸다. 이 앞 역이 나리타 역인데 헷갈려서 나리타 공항 역이 아닌 나리타 역에서 내리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3층으로 올라가서 JAL의 수속 카운터를 찾았다. 여직원이 영어로 몇 가지 물어봤는데 처음엔 쉬운 영어라 알아들었지만 좀 어려운 영어가 나오길래 일본어로 말해달라고 했다. 일본어로 하라니까 여직원이 오히려 더 좋아하는 것 같았다.
비행기 안에 올릴 짐의 무게가 10kg 나왔다. 생각보다 별로 안 나오는군. 옆에서 공항직원과 얘기하고 있는 아줌마는 한국사람이었는데 짐 무게가 오버되어서 울상이었다.
체크인을 끝내고 4층으로 올라가서 아이쇼핑을 하다가 일본식 돈까스 식당에 들어가 로스까스를 먹었다. 하지만 회사 근처의 명동 돈까스보다 못했다.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한 점심을 끝내고 작은 서점이 있길래 또 들어가 봤다. 근데 이런 데서도 성인 도서를 팔고 있었다. 외국인들이 드나드는 곳이라 국가 이미지상 안 팔 줄 알았는데 아예 따로 코너까지 만들어서 팔고 있었다.
2시 반이 되자 출국게이트로 나갔다. 비행기 안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내 좌석 열에는 사람이 나 이외에 한 명 밖에 없었다. 옆자리에 사람이 없으니 편한 자세로 있을 수 있어서 좋았다.(^^)한국에 가려는 일본인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반면에 내가 일본 올 적에는 한국인들이 많이 타고 있었다.
스튜어디스들이 일본의 기념품을 들고 다니며 손님들한테 무언가 말하고 있었다.뒷좌석에 있는 나는 그걸 보면서 오~ 공짜로 뭔가를 주려나 보다 했는데 스튜어디스들이 물건을 팔고 있었다. -_-; JAL항공도 먹고 살기 힘든가 보군.
5시 45분이 되서야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2시간 45분이나 걸린 것이다.
공항에 내려서 짐을 찾고 리무진 버스를 탔다. 회사와 집에 도착했다는 소식을 알리고 음악을 들으며 주위 경치를 감상했다. 그리고 집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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