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1-10

크라이시스 코어 파이널 판타지7

2007년에 나온 파이널 판타지7 프리퀄. 미루다 미루다 나온 지 13년 만에 PPSSPP 에뮬로 해봤다. 안드로이브 박스 GT-King에서 완벽하게 돌아간다.

악의 축인 신라 컴퍼니의 솔저, 잭스 페어가 주인공이며, 파이널 판타지7 본편까지 7년 동안 있었던 일을 다룬다. 잭스 페어 자체가 본편 최대의 반전이라서 본편을 하기 전에 이걸 해버리면, 반전을 다 알아버린다. 그래서 본편을 즐긴 뒤에 하는 편이 좋다.

첫인상은 굉장히 좋았다. 본편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모델링이 좋고, 진행이 쾌적했다. 주요 등장인물에 음성도 있다. 판타지물에 SF가 들어간 세계관이 마음에 든다. 다만, 주인공이 쓰는 휴대폰은 요즘 같은 스마트폰이 아니라 2G폰이었다. 이 게임 나올 당시엔 스마트폰이 없었으니 뭐...

전투는 언뜻 액션처럼 보이지만,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조준된 적에게 공격 버튼만 누르면 달려간다. 특이한 점은 파칭코 요소가 있다. 전투 중 슬롯이 돌아가고 같은 그림이 세 개 정렬되면, 필살기 등이 나온다. 진지한 스토리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느꼈다.

초반 스토리는 몰입이 되었다. 본편의 끝판왕 세피로스가 초반부터 등장해서 눈길을 끌었고, 믿었던 인물의 배신도 흥미로웠다. 클라우드, 에어리스, 티파, 유피, 레노 등도 다시 볼 수 있어서 반가웠다. 세피로스가 신라 솔저 시절 어떻게 지냈는지, 클라우드가 솔저 되기 전에 뭐했는지, 에어리스가 꽃을 어떻게 팔게 되었는지 알 수 있다. 에어리스는 잭스와 연인 관계로 발전할 뻔했다.

게임은 어렵지 않았다. 복잡한 미로도 없고 랜덤 전투도 너무 잦지 않았다. 별 스트레스 없이 쾌적하게 즐길 수 있었다. 다만, 자유도가 거의 없는 일방통행 진행이다. 그나마 계속 추가되는 서브 미션 정도가 단조로움을 피하게 해주는데, 스토리 상 별로 중요한 내용이 없는 건 아쉬웠다. 미션은 돈과 아이템 벌기용이라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었다.

후반부에 파이널 판타지7 본편에도 나왔던 장면이 나온다. 거기서 마무리되고 끝날 줄 알았더니 이야기가 더 진행된다. 뒷 부분은 다소 지루한 감이 있었다. 끝판왕은 제네시스였다. 이 제네시스가 내겐 무척 거슬렸다. 생김새가 일본 가수 각트랑 비슷하다 싶었는데, 정말로 각트를 기본 모델로 삼아서 그린 캐릭터라고 한다. 그 생김새도 마음에 안 들었는데, 난해한 연극 대사를 인용하고 다니며 온갖 중2병스런 대사를 날린다. 호스트바 남자 같은 생김새에 허세가 쩌니 오글오글함의 극치다.

예상대로 주인공 잭스는 죽게 되고, 그의 후배인 클라우드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본편을 예고하며 끝난다. 스태프롤 끝나고 나오는 본편 오프닝은 원작보다 훨씬 업그레이드된 모습이라서 근사했다.

후반 스토리가 다소 아쉽긴 했지만, 파이널 판타지7 팬들이 열광할 수 있는 게임이라 생각한다. 전체적으론 나쁘지 않았다.


엔딩 본 날 - 2021년 1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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